【Blog】홀로서기

in #find-myself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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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7월이 끝나고 8월이 되었다. 째깍째깍 시간이 잘도 흐른다.
7월 3일(28일 전)에 쓴 글에 이러한 의문을 가졌더랬다.

내가 이젠 정말 완전히 괜찮아진 것인지,
아니면 지금 키키가 곁에 있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아니나 다를까, 7월 10일에 키키가 내 곁을 떠나고 한동안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거의 잠만 잤다. 모든 것들을 매일 조금씩 깨작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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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서 다 죽어가던 내가 키키를 만날 생각에 한국에 오자마자 갑자기 괜찮아졌던 것도 신기했지만, 키키가 떠났다고 또 갑자기 힘들어진 것도 신기하다. 병원에서 준 약을 키키로 끊었더니, 키키의 유무가 내 삶을 많이 좌우한다. 틀림없이 난 키키에게 의존을 하고 있다. 지나친 의존은 언제나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그렇다면 키키는 무엇으로 끊으면 좋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 자신 외에는 대체 가능한 대상이 없다. 그렇기에 더욱 더 내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인 걸까.
-19시간이 떨어진 곳에 사는 남자친구에게 오랫동안 신경을 쓰지 못 했다. 올해 2월, 그에게서 "I really really like you but I don't love you" 널 정말 좋아하지만 사랑하는 건 아니라는 말을 들은 뒤부터 나는 그를 덜어내고 나 자신을 채우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LIKE는 LOVE만큼 이미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말을 들으니 발 밑이 무너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왜? 하와이의 펄시티를 혼자 서성이며 왜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인지를 곰곰히 생각했고 내가 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당시 나는 자존감과 자신감을 상실한 상태였으므로 사랑의 부재를 느낀 순간 매우 불안해졌다. 사랑만이 인간의 불완전함을 감싸안아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데 그것이 내 안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 때부터 LOVE를 남이 아닌 나에게서 찾기 시작했다. 누군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휘청거리지 않으려면 내 안에 나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했다.

"why is a relationship important to you?"
관계가 왜 중요하냐는 그의 물음에 나는 한달이 넘게 대답을 피했다. 그의 질문들과 그가 해준 말들과 그가 내준 과제가 내 삶을 가득 채웠지만 정작 내 일상에는 오랫동안 그가 없었으므로. 이미 내 안에 '너와 나'가 아니라 '나'만 남아있었다. 그에게 감사한 것이 많은데 이거 너무 배은망덕하잖아. 그래서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며칠 전에 입을 열었다.
각자 다른 사람을 찾는 것이 나을 것 같다며.

"I understand that you want to do things for me. but ideally, I want you to improve and it doesn't matter if it's for me or not. You don't have to show me, show yourself, be beautiful. Don't be afraid to try improving. That's what it means to love yourself. Do the things you want to do, and make your life how you want it. When you can take that into your own hands, then you love yourself! You are doing that already. Now! It's not "try to love myself". Just go get the things you want. and think about how you treat yourself. to love someone else, you should think about how you treat them. what they want too. because in the relationship, there are two people. if you can only care about one, then it's not good. only yourself, or only the other person, you will end up unhappy. If you are comfortable with that person and you listen to them and think about how you treat them AND you can get things you like from them, you can be quite happy. You understand that which I said at the beginning of the relationship. Now, I think you can enjoy and grow with someone. Know that even if that person doesn't love you now, they can grow to love you if you are good to them"

"네가 나를 위해 이것저것 하고 싶어한 것을 알아. 하지만 이상적으로 나는 네가 향상되기를 원해. 그것이 나를 위한 것이든 아니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내게 너 자신을 아름답게 보여주려고 하지 않아도 돼.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마. 그것이 바로 스스로를 사랑한다는 뜻이니까.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네가 원하는 방식으로 너의 삶을 만들어. 그것들을 네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넌 너를 사랑하는 거야! 넌 이미 그러고 있다구. 지금말야! "나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한다"가 아니야. 그냥 가서 네가 원하는 것들을 가져. 그리고 네가 너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생각해.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면 네가 그들을 어떻게 대하는 지를 생각해야 해.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생각해야하고. 왜냐하면 관계 안에는 두 사람이 있거든. 만약 네가 오직 한 사람만 신경 쓸 수 있다면, 그건 좋지 않아. 오직 너만, 또는 오직 다른 사람만 신경쓴다면 넌 결국 행복해지지 않을거야. 만약 네가 상대방에게 마음 편한 사람이라면, 그리고 상대방에게 귀 기울이고, 상대방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그래서 그들에게서 좋아하는 것들을 얻을 수 있다면, 넌 매우 행복할 수 있어. 넌 우리가 막 사귀기 시작했을 때 내가 했던 말을 이해하고 있어. 이제 나는 네가 다른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 만약 누군가 너를 당장 사랑하지 않더라도 네가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라면 그들이 너에 대한 사랑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졸업했다. 관계라는 이름의 1년 단기 코스였다. 나는 좋은 학생이 아니었던 것 같지만 그는 내게 좋은 선생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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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을 열어 그 안을 꼼꼼히 보고 깨끗하게 정리한다는 것은 그닥 유쾌한 과정은 아니다. 또 굉장히 자기중심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꼭 거쳐가고 싶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 자신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서.


나와 직접 만난 사람들은 감사하게도 나를 좋게 봐준다. 엄마 덕분이다. 엄마에게 낙천적이고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을 물려받은 덕분이다. 잘 웃는 것은 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이다. 2년 전, 할머니의 생사가 오갈 때 아버지가 내게 "할머니가 슬퍼하니까 웃어라"라고 하셨다. 그 일을 계기로 내게 왜 웃으며 감정을 숨기는 버릇이 있는지 깨달았다. 나는 웃는 게 더 좋다고 배워왔다.

그렇게 웃어 넘기며 제대로 돌보지 않은 진짜 감정들은 알게 모르게 쌓였다. 나는 가끔 그런 것들을 그림으로 토했다. 그것조차 할 수 없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후에야 나는 내가 생각보다 더 힘들어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걸 숨기고 겉으로만 잘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고름빼기'를 시작했다. 스팀잇에 처음으로 글을 썼을 때부터 밝힌 목적이다. 내면이 깨끗해지는 과정을 기록하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익명으로 글을 쓰고 싶었다. 온라인(내면)과 오프라인(외면)의 온도차가 커서. 근데, 뭐, 어쩌겠는가. 나는 숨기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이 잘 되지 않고, 제 발 저려서 오래 간 적이 없기 때문에 차라리 처음부터 당당하게 보여주는 편이 낫다. 스스로 공개하지 않았어도 오래 갈 익명성은 아니었다. 글을 통해 누군가의 이면을 볼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매력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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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흐른다.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 새로운 생명을 낳는 연어들처럼, 내 글은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 과거를 쓰고 있지만 그것은 곧 미래를 위한 것이니 부끄러워하지도, 머뭇거리지도 않았으면. 과거를 정리하는 글은 점차 현재에 이를 것이고, 내면은 갈수록 보기 좋아질 것이며, 그곳에 사랑을 채울 것이므로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갈구하지 않아도 나는 바로 설 것이다.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줄 수 있는 때가 분명 온다.


"why is a relationship important to you?"
그래서 관계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내 다리로 홀로 설 수 있게 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이 과정을 봐달라고, 관계라는 이름으로 타인을 붙잡아두는 것이 아니라, 관계 안에 있든 밖에 있든 원한다면 내 다리로 찾아가면 되니까. 그래서 그런지 그가 이전에 말했던 것처럼 관계가 끝났음에도 슬프지 않다. 오히려 다행이다. 더이상 좋은 여자친구가 아닌 것 같아 초조해하지 않아도 된다.

키키와 브란슨이 없어도 삶이 휘청이지 않도록 홀로 서는 것에 집중하자.





2018년 8월 1일 수요일,
서울시 쌍문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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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은 관계와 관계의 연속이라고 하잖아요~ 현재의 나에게 가장 절실한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관계의 연속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두분의 특별한 우정소식 이쁘게 보고 있어요~ 서로에게 활력을 주는 존재라는 것 만으로도 현재의 삶이 행복할 것 같아요~ sumomo님 화이팅!!

헤헤. 감사합니다!
그 때 샀던 것들은 키키에데 전부 줬어요. 아주 좋아하더군요!

긍정의 발자취를 밟아가겠어요.

본문에 첨부된 편지는 일부러 읽지 않았어요. 저의 다른 기억을 끄집어 내는 것이기도 하고, 사생활을 너무 깊숙하게 알고 싶지 않거든요.
관계라는 것에 지난 주에 토론할 기회가 있었는데요.(오프라인) 제가 했던 말 중에 기억나는 것은 '내가 정한 boundary에 속해 있는 이들에게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었어요. 지나간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눈앞에 있는 것에 있을 때 잘 하자는 뭐... 그런 의미입니다. :D

저 메세지가 많은 것을 알려주었거든. 정말 중요한 거. 그래서 썼어. ㅎㅎㅎ

그래 그것도 맞는 말이다 :)

더 좋은 날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서울에 오셨네요. (오셨었네요.)

요새 회사일로.. 스팀에 소흘하다가 간만에 피드 소화중입니다...

사람은 홀로 존재 하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 세상은 홀로 살아가지만 누군가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의지하며 살게 되지요. 홀로 의지 한다고 해야 할까요?

이왕이면 그 대상이 옆에 있고 함께 의지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 사실 자체가 크게 달라지진 않을꺼 같네요.

아마 스모모 님에게는 키키님이 그런 존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더 힘내시고 화이팅!! 입니다.

더운데 건강 조심하시구요~~

오랜만이에요!
맞는 말씀이에요. 우리는 늘 주거니 받거니 의지하며 살지요.

의지랑 의존은 글자 하나 차이인데 많이 다른 것 같아요.

타인이 삶을 기대온다면 그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요?

제 다리로 건강하게 서는 방법 찾는 중이에요 ㅎㅎㅎ

관계는 죽을때까지 따라가는 것이죠. 아마도 죽고난 다음에도 벗어날수 없을껄요? 항상 집착심이 문제가 되죠. 그러나집착심을 덜어내는 연습을 하다가보면 성숙 혹은 성장이라는 새로운 관계가 생성되겠지요. 삶이라는게 관계와 함께하여 생기는 집착심을 아주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덜어내는 연습은 할수 있죠. 자신만을 찾아야한다는 것도 집착심일수 있지요. 그래서 잡지말고 내주라고 많이들 이야기하지요. 표현하는 것도 그중에 하나가 되겠지요. 그러나 표현을 통해 무언가 얻고자 하기보다는(이게바로 집착하려는 의도니까) 표현하는 행위에서 스스로 만족하려는 연습도 필요하겠지요. 그게 어렵지만요. 완화된 꼰대질 조금 적어봤습니다.

꼰대질이라뇨,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스스로 만족하는 게 조금씩이지만 되고 있는 것 같은 요즘입니다. 집착심을 버리는 건 늘 어렵네요 ㅎㅎ

홀로서기를 응원합니다.사람은 언제나 하나였다가 둘도되고 셋,넷,여럿이 되었다가 다시 하나였다가.....반복하는것 같아요.인생이 항상 달콤하면 달콤함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쓰고 달고 시고 맵고.....모든것을 다 느껴봤을 때 비로소 '이게 나한테 좋더라' 하지 않을까요?

그러게요. 정말 말씀하신 대로인 것 같아요. 쓰고 달고 시고 맵고... 그래도 마지막은 맛깔났다고 기억하고 싶네요. ㅎㅎㅎ

힘들지만 할 수 있어요 . 나중에는 혼자가 편하답니다 ㅋㅋㅋ

그러게요. 혼자가 편하긴 해요 ㅋㅋ
감사합니다!

ㅎㅎ 스모모님 일본 다시 언제가용??

9월초에 다시 가욥~

깊게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한 발짝씩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멋지게 홀로 서는 모습 기대합니다

고마워! :)

브란슨은 뫼르소 같은 느낌이 드네요.
힘내시라고 엄지척 날려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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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이방인을 찾아봤네요 ㅎㅎ 사랑에 대해 조금 냉소적인 부분이 조금 비슷한 듯 하지만 브란슨과 뫼르소는 많이 다른 인물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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