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싱어, 동물해방

sangwookk (52)in #dclick • 6 years ago (edited)

피터 싱어의 책 '동물 해방'을 읽었습니다. 동물 실험을 하는 연구자로서 이런 주제의 책을 읽는 것이 어찌보면 스파이같은데요. 동물 해방을 주장하는 공리주의 철학자 피터 싱어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책에 대한 감상을 적기 전에 먼저 간단히 공리주의에 대해서 소개하는 것이 좋겠네요.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어구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에 의해서 주창되었으며, 그는 고통의 최소화와 쾌락의 최대화를 모든 행위의 원리로 보았습니다. 그에 따르면, 어떤 행위가 개인의 쾌락을 증진시키더라도 사회의 다른 구성원에게 고통을 증진시킨다면, 그 행위는 옳은 행위가 아닙니다.

피터 싱어는 벤담의 공리주의를 계승하며 '선호 공리주의'를 내세웁니다. 선호 공리주의에서는 모든 '지각이 있는 존재'의 '선호, Preference'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지각이 있는 존재의 선호를 최대로 만족시키고, 선호를 불만족시키는 요소의 최소화를 주장합니다. 이런 사상적 바탕에 의해서 인간이 아닌 지각이 있는 존재, 즉 동물의 해방에 대해서 책을 엮어낼 수 있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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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피터 싱어는 철저한 공리주의 사상에 바탕을 두고, 동물 실험과 공장식 축산을 대표적인 동물권 침해 사례로 소개하며, 이 사례들이 동물의 선호 불만족을 야기한다고 꼬집었습니다. 먼저 동물 실험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싱어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동물 실험은 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며, 게다가 우리들에게 불필요한 사실을 알아내는데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이 내용을 책의 꽤 많은 지면을 써서 예시를 들며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저 또한 싱어의 말처럼 불필요한 동물 실험을 수행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정말 불가피하게 동물실험이 필요한 연구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동물에 대한 임상 시험은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신약이 개발된다면, 많은 생명을 살려낼 수 있습니다. 이는 어찌보면 싱어가 주장하는 공리주의에도 부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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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gettyimagebank

그렇다면 동물들을 동물 실험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사실 이 책을 읽은 것도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인데, 이 책에서는 그에 대하여 확실한 답변을 주지 않습니다. 저는 싱어의 말에 동의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에는 단지 동물 실험을 막을 수 있는 방안만을 제시할 뿐, 대체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었습니다.

공장식 축산에 대해서는 제가 달리 코멘트할 내용이 없었습니다. 닭은 좁은 우리에서 땅을 제대로 밝아보지 못하고 알 낳는 기계로 전락하고, 돼지는 자기 몸 사이즈에 딱 맞는 크기의 우리에서 생활하며 특별히 제조된 사료를 먹으며 살을 찌웁니다. 책에 삽입된 사진들은 그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확실히 그들은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공장식 축산으로부터 동물들을 해방시키기 위해서, 유럽의 몇몇 나라에서는 가축 우리의 크기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키우고 닭들이 땅의 모래를 밟을 수 있도록 법으로 제정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조금 멀었죠. 일반 개인의 입장에서 공장식 축산을 줄이기 위해서는, 당연히도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하겠죠.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조금씩 줄여나가면 완전한 채식까지도 할 수 있다고 싱어는 이야기합니다. 싱어 본인이 그러했고요.

제가 이 책에 너무 큰 기대를 한 것일까요? 동물 실험에 대한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해결책이 제시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혹시 제가 잘 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거나, 여러분이 생각하는 동물 해방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으시면 댓글로 말해주세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