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기 '사랑이 사람을 성장시킨다.'

in #dclick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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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주신 @imrahelk님 감사합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타인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막 태어난 인간은 연약해서 돌봐줄 더 강한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성인으로 다 자라도 우리는 여전히 의존을 필요로 합니다. 몸은 영양분을 섭취해야 유지됩니다. 삶은 사회의 다양한 인프라에 의지하여 이어집니다. 하루라도 수도나 가스가 끊긴 상황을 상상해보죠. 매우 불편할 것이고 장기간 공급이 중단된다면 생명이 위험해질 겁니다.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인간은 의존을 필요로 합니다. 어릴 때는 나라는 정체성,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 양육자의 위로와 위안, 돌봄이 필요합니다. 나무와 풀이 땅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듯이 인간은 타인에게 존재의 뿌리를 내리고 살아갑니다. 새끼 원숭이가 두려움을 느낄 때 젖보다 부드러운 천의 감촉에서 위안을 얻는 모습을 보여준 해리 할로우의 실험이나 애착에 대한 연구들은 인간이 관계에 기대어 살고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이것이 스팀잇에서 밋업이 빈번한 이유죠.

인간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운명은 ‘독립’입니다. 우리는 각자 몸과 마음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의존하더라도 개인으로서 독립을 유지하려 합니다. '유아의 심리적 탄생'이라는 명저를 저술한 정신분석가 마가렛 말러라는 양반은 유아의 성장과정이 부모로부터 분리와 접근을 반복하는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연락하지만 성장할수록 양육자에게서 독립해 나갑니다. 이것이 인간이 10살쯤 되면 부모 보라는 듯 자기 방 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이유죠. 아무튼 아기 때는 양육자에게서 떨어져 이곳저곳 기어다니며 탐험을 즐깁니다. 하지만 능력이 부족해 갈 수 없는 곳을 만나 좌절도 하고 문득 너무 멀리 왔나 싶어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충전 케이블 떨어진 에반게리온 꼴이죠. 이럴 때면 다시 양육자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품에 안겨 안심도 하고 맘마도 먹고 힘을 내면 다시 탐험을 합니다.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이런 모습을 마가렛 말러는 재접근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분리와 재접근을 하면서 유아는 개인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독립과 의존의 경험이 엮이면서 삶을 살아갈 마음이 자라납니다. 상반되어 보이는 두 경험이 모두 필요하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개인으로 독립하려면 다른 사람에게서 ‘나’라는 존재를 확인받는 의존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의존만 하고 독립을 연습하지 못하면 개인으로 분리되지 못해 ‘나’라는 존재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의존과 독립 둘 다 성인의 삶에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합니다(의존). 동시에 나와 나 아닌 것들을 구분해야 합니다(독립). 나라는 사람과 남이 내게 하는 평가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잔바람에 날아다니는 낙엽 같은 신세입니다.

의존과 독립을 제공하는 가장 생의 첫번째 사람은 양육자죠. 양육자는 아이가 의존하려 할 때 의존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하고 독립을 시도할 땐 방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거꾸로 하면 혼란을 겪게 되죠. 양육자 자신이 독립적이지 않고 관계의 분리를 두려워하면 아이가 독립하려 할 때 속박하고 의존하려 할 때 독립 시도에 대한 응징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컨대 아이의 필요를 잘 읽고 맞춰주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의존과 독립의 경험을 제공할 때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부드러운 태도와 일관성입니다. 아이의 요구는 양육자에게 짜증과 분노를 불러일으킬 때도 있습니다. 아니, 솔직히 자주 있습니다. 그래도 대체로 따뜻한 태도로 받아주면 됩니다. 독립의 시도에서 아이가 좌절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못 한다고 야단치거나 나무라지 않고 격려해주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아이의 필요에 맞는 것을 제공하며 따뜻하고 지지적인 태도로 일관성 있게 대하는 것. 전 이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네요.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이 ‘사랑이 사람을 성장시킨다’입니다. 그런데 읽고 나면 왠지 양육자가 굉장히 잘 해야 할 것 같죠. 글을 쓰는 저도 부모인데 어딘가 마음의 부담이 됩니다. 그런데 애착과 양육, 심리적 증상에 대해 연구한 학자들은 완벽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제 상담 경험에서도 완벽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독이 될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글도 마음에 안 들지만 이쯤에서 게시합니다. 완벽주의에 대해 다음 글에서 써 볼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회기 '마음 또한 현실'
2회기 '마음에도 면역력이 있다면 프로바이오틱스라도 먹고 싶다.'
3회기 '구분하지 못하면 힘들어진다.'
☛ 4회기 '사랑이 사람을 성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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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형 나 한국 가면 방구형한테 상담받아도 돼??
머... 돈내면 당연히 되겠지만...ㅋㅋ
형아 글 읽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도움이 되네 ㅎㅎ
내가 아이 갖기 두려운 이유 그리고 부모님과 잦은 다툼을 하는 이유중 하나인듯 한데...ㅎ

글 잘읽고 가 형아~!

도움이 된다니 보람이 있네. 상담은... 잘 모르겠다. 망가진 모습을 많이 보여서 ㅋㅋ 고민 좀 해봐야겠네. 필요하면 괜찮은 분 소개해 드려도 되고. 고마워!

양육자는 아이가 의존하려 할 때 의존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하고 독립을 시도할 땐 방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독립을 시도하다가 뭔가 도움이 필요하다구 신호를 보내면 그때 도와줘야겠네여~ 신호를 잘 알아 채야겠어요!

그렇죠. 그런데 이게 참 어렵죠. 연애할 때도 잘 안 되기도 하구요. 불통의 고통, 전쟁의 시작

좋은글이네요... 보팅 맞클릭 신청하고 갑니다

잘 읽고 갑니다.^^

스팀 떡상하는 날 반얀트리에서 의존할겁니다. 기다리세요. ㅋㅋ

앗 ㅋㅋㅋ

다들 기억력이 ㅋㅋㅋ

반얀트리 까라면 까야죠 ㅎㅎㅎ

완벽한 부모는 안되지만 노력하는 부모는 되려구요

완벽을 기하는 부모보다 노력하는 부모가 더 안전하고 역할을 잘 하더군요. 찡님의 글을 보면 자책하지만 그 이상으로 아이와 잘 지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아요.

아이의 요구는 양육자에게 짜증과 분노를 불러일으킬 때도 있습니다. 아니, 솔직히 자주 있습니다.

참 우리 부모님은 이 짜증과 분노를 억제하고 저를 어떻게 키우셨는지... 저도 어렸을 때는 많이 보채기도 하고 자주 물건 때려 부수기도 하고ㅋㅋㅋ

따뜻하고 지지적인 태도로 일관성 있게 대하는 것. 전 이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네요.

아마 사랑이었나 봅니다.

저는 이런 글을 보면 아직 아이가 없으니 저를 키우신 부모님이 먼저 떠오르네요.

물건 때려 부수는 왕자님이었군요. ㅎㅎ 아이와 지내며 열 받기도 하지만 좋을 때도 많으니까요. 돌봐야 하는 책임도 있고요. 제 아이는 아직 크는 중인데 물건 부술 때 왕자님을 생각하며 캄다운 해야겠네요.

ㅋㅋㅋㅋㅋ 내가 밋업 좋아하는 이유도 비슷해요 저 혼자서는 못 살겠는데 어떻게 해야하지... 내가 누구인지 뭘 원하는 지 들여다 보는 것 너무 어려움 다음 회기때 독립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자세같은 것 강의해 주면 안될까요?

크, 르캉님. 이 글을 쓰게 되는데 영감을 제공하는 뮤즈입니다.
제안해주신 주제도 좋군요. 더 생각이 나고 정리가 되면 쓸께요. ㅋ 그 전에 뭐가 어려운지 글 하나 써 주심 나중에 모른 척 참고하고 쓸께요.

이거 글 지금 초안 막 썼음. 조금만 기달려보셈. 그 사이 훌륭하게 독립한 건 아니겠죠? 그랬음 다행이구.

갈수록 악화되는 중입니다 ㅎㅎㅎㅎㅎㅎ!

이야~ 이거 뭐라 반응해야 할지 애매하네요. ㅋㅋ 근데 그게 오히려 잘 가는 길일수도 있어요. 실수는 젊을 때 해야 하는 법. 내 나이 먹고 하면 추태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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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치료자가 첫 면담에서 완벽하게 사례이해를 할 수 있다고 해도 환자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환자는 치료자의 유능함에 감탄하러 온 것이 아니라,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으면서 자신을 이해해주고자 하는 사람을 찾아온 것이다." 정신분석적 사례이해에서 완벽주의의 쓸모없음에 관한 부분이 떠올랐어요. 다음 글과 연관 있을 것 같아 퍼와요. 기대가 됩니다. 아이 키우는 거나 내담자 만나는 거나 내 잘남과 내 통제욕구를 내려놓아야 의존하려 할 때 받아주고 독립하려 할 때 지지해주는 게 가능할 텐데 쉽지 않아요.

아고, 진짜 상담 발목 잡는 건 자기 자신이라니까요. 저 구절은 저도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날 진행한 회기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생각해 보는 내용이에요. 그러고보면 상담이나 평가에서 완벽주의는 정말이지 뿌리 깊은 전능감의 문제이기도 하죠.

나로 인해 성장한다는 기쁨과 부담감이 있지만
사랑으로 같이 커가야겠어요
^^

사랑으로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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