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기 '구분하지 못하면 힘들어진다.'

in #kr6 years ago

면역력이 강할 때 약한 세균은 아무 피해도 주지 못한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해지면 쉽게 감기에 걸리거나 염증을 일으킨다. 마음의 면역력이라 할 수 있는 현실검증력도 마찬가지다. 현실검증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조금 기분 나쁠 한 마디가 거대한 폭풍처럼 흔들어 댄다. 사례 수업을 하면서 모 상담자는 내담자(상담에 오는 고객)가 "상담을 원래 이렇게 하시나요?"라는 말을 했을 때 모골이 송연했다고 했다. 나도 똑같은 말을 들었고 역시 모골이 송연했었다. 그 둘은 동일인물이 아니지만 상담자가 특별히 자극될만한 발언이나 반응을 하지 않았다는 상황은 같았다. 그러니까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모종의 불쾌감을 느꼈다고 볼 수 있다. 상담자들은 이런 특성을 가진 내담자들은 '자아'(자아 기능 또는 자아 구조)가 약하다고 말한다. 세포막이나 백혈구가 튼튼해야 면역 체계가 작동하듯이 자아가 튼튼해야 현실검증력도 제대로 작동한다. 오늘 이야기할 소재는 바로 '자아'다.

현대의 정신분석이론이라 부를 수 있는 대상관계이론은 인간의 마음 속에 '자기'와 '대상'이 있고 그 둘이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본다. 자아는 분별하고 통합하고 균형잡고 조직하는 정신기능이다. 일단 여기까지 하고 자기와 대상에 대한 설명으로 넘어가보자.

'자기'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이미지, 인상을 말한다. "난 좋은 사람이야." "난 스티미언이야." "난 정의로운 사람이야" 등으로 나를 정의하는 그 모든 것들이 바로 '자기'를 뜻한다. '자기'는 의식적이기도 하지만 무의식적이기도 하다. 만약 어떤 사람이 자기에 대해 글을 써 봤는데 생각보다 부정적인 내용임을 발견하고 매우 놀랐다면, 무의식적인 부정적 자기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뜻이 된다.

'대상'은 감정을 쏟아붓는 사람, 장소, 물건, 환경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겜덕후에겐 게임이 '대상'이다. (어쩌면 스티미언에게 스팀잇이 대상일지도 모른다.) '대상'은 반드시 존재하는 물건일 필요는 없다. 돌아가신 스승을 마음 속에 늘 그리고 있다면 스승은 그 사람에게 여전히 유효한 '대상'이다.

자기와 대상을 구별해서 설명했지만 둘은 감정적으로 연결된 한 세트다. 예를 들면 박해받은 나(자기)는 악하고 무자비한 억압자(대상)와 증오, 분노, 두려움 등의 감정으로 연결되어 있다. 사랑스러운 자녀인 나(자기)는 인자하게 돌봐주는 부모(대상)와 사랑, 온정이라는 감정으로 연결되어 있다.

자, 여기서 자아의 역할이 중요하다. 앞서 말했듯이 자아는 분별하고 균형잡고 조직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예를 하나 들어 분별의 중요성을 설명해 보겠다. 부모가 극도로 엄격하게 키우고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가혹하게 대했다 해도 세상에는 너그러운 사람이 존재한다. 부모를 1번 대상, 타인을 2번 대상이라고 불러보자. 가혹했던 부모와 너그러운 타인은 같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분별(구분)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자아는 1번 대상과 2번 대상을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구분하지 못하면 가혹했던 부모를 두려워했듯이 타인을 두려워할 수도 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셈이 된다.
부모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보고 자란 어떤 사람은 그 영향 때문에 사실 본인은 결혼하고 싶어하지만 독신을 결정할 수도 있다.(모두가 그렇다는 얘긴 아니고 이런 사람도 있을 수 있단 뜻이다.) 이런 경우라면 자기(결혼하고 싶어하는 나)와 대상(불행한 결혼생활을 한 부모)이 분별되지 않는 상황이다. 자기 속내와 다른 결정을 하기 때문에 갈등하는 마음에 힘들어할 수도 있고 만족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

자아가 분별해야 할 것들을 분별하지 못하고, 조직해야 할 것들을 조직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할 수도 있다. 앞선 예에서 자기와 대상, 또는 대상과 다른 대상을 분별이 삶에 필요하다고 했다. 때로는 말 한 마디가 대상을 대표할 수가 있다. 질책하는 한 마디가 순식간에 엄격했던 부모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자아가 약해서, 일상의 대화나 별 의미 없는 한 마디를 심각한 질책과 분별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쉽게 상처 받거나 두려움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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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을 강하게 하려면 뭘 먹어야 할까요?

맥주가 아닐까 합니다

맥주는 인류의 좋은 친구죠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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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랑이 멘탈을 강하게 하는지 다음에 써
볼께요.

왠지 제가 들었어도 모골이 송연했을것 같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단단한 멘탈로 무장한 제가 되고 싶군요.^^

이미 명상을 통해 전보다 평온한 마음을 갖고 사시고 계시잖아요. ^.^ 위빠사나가 마음챙김 명상이란 이름으로 심리치료 분야에서 유행하는 건 효과적이기 때문이겠죠.

잘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요?

이것도 습관이라 어렸을 땐 부모의 양육과 도움에 따라 성장하죠. 성인이 되어서는 자신의 패턴을 발견하고 바꿔가려는 연습이 필요하죠. 일기 쓰고 자아성찰하고 책도 보고 다른 사람 피드백도 듣는 것들이요. 그런데 많이 심각하게 힘든 분들은 심리상담, 심리치료 아니면 혼자 해내긴 좀 힘들더군요.

혹시 궁금하심 ‘엄마가 늘 여기 있을께’(권경인 저)라는 책을 추천드려요. 라하의 마음 성장에 참고가 될 겁니다. 안 읽어도 충분히 잘 하실겠지만요. ㅎㅎ

"상담을 원래 이렇게 하시나요?"
"상담을 원래 이 모양으로 하시나요?"
맨 처음에 상담자의 현실 검증력에 문제가 있어 저 발언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줄 알았습니닼ㅋㅋㅋㅋㅋ

공격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는데 공격적인 느낌은 나지요.
지금 내 실력 의심하는 거임?


@room9, sorry to see you have less Steem Power.
Your level lowered and you are now a Red 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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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스 계정이 없다면 마나마인에서 만든 계정생성툴을 사용해보는건 어떨까요?
https://steemit.com/kr/@virus707/2uepul

분별을 잘하다가도.... 또 어느 순간에는 분별하기가 어렵고... 왔다갔다 하는 건 비정상일까요?

잘 안 될때가 있어요. 대체로 잘 하기만 하면 됩니다.
늘 안 되거나, 안 될 때가 너무 많으면 염려되는 수준이지요.

정말 좋은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스모모님 힘든 상황들 잘 이겨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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