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저 오늘 흔들렸습니다.steemCreated with Sketch.

in #cyberrn5 years ago (edited)

그러니까 제가 2012년 석박사 과정을 들어가면서, 마음으로는 제가 했던 사이버알엔 활동을 접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말로는 들어가서 좀 더 공부하고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선배가 되어 돌아오겠다고 했습니다. 그때, 개인적인 일도 있었지만 주로 사용했던 전화번호도 없앴고, 카톡도 끊었습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다시는 간호사와 관련된 활동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거나 다름 없습니다.

그러다, 20년 전 미친듯이 활동했던 딱 그 시기에 저를 알았던 이를 만났습니다. 그가 바로 @secuguru입니다. 그리고 스팀잇을 제게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이미 기억에도 없는 사람이었고 스팀잇이 뭔지, 블록체인이 뭔지 하나도 모릅니다. 그가 저의 예전 모습을 기억하며 잘 버텼다라고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 저는 간호사와 관련된 많은 일들을 거의 기억하지 않습니다. 다시 가고싶지 않아서인지 누가 이야기를 해도 “그랬니? 기억이 안난다.”입니다. 그런데 유독 저와 함께 했던 학생들의 모습은 눈에 선합니다. 그게 더 싫고 고통이었습니다. 그냥 마음이 그랬습니다.

이 스팀잇을 할까말까 많이 망설였습니다. 제가 하면 예전처럼 할 것이고, 그러면 또 제 마음이 아프게 됩니다. 반면 학생들에게는 그러니까 제 간호사 후배들에게는 도움이 됩니다. 그것은 확실합니다. 그래도 망설였습니다. 저를 설득한 사람 역시 @secuguru입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까지 했는데, 하물며 박사까지 했는데 하면서 말입니다.

지금 동아리 학생들은 제가 우연히 시간강사로 가면서 만났습니다. 반 학기를 마치는 즈음에, 제가 이 학생들과 다시 새로운 학기를 같이 할 것이라는 것이 정해지면서 마음을 굳혔습니다. 도움이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다. 지금 내가 맡고 있는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는 내가 도와주자. 그 마음으로 스팀잇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그 어려움이 어찌 학생들 미래에 견줄 수 있겠습니까. 제가 극복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니 대처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오늘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virusu707님의 글을 읽고, 일상간호 동아리 이야기를 쓰다, 제게는 금기와 같은 예전 활동 사진이며 기록을 보게되었습니다. 함께 했던 학생들 모습이 하나씩 떠오르고, 그 학생들과 했던 시간들, 나누었던 이야기들,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 너무 좋았던 시간이었지만 제게는 그냥 기억하고싶지 않은 시간인 것 마냥 자물쇠로 채워 열지 말아야 할 그런 상자와 같은 것입니다.

그러면서, 글을 쓰다 중지하고, 멍하니 책상 앞에 앉았다 다른 날과 달리 논문 몇 개 챙겨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글을 쓰기 전까지 우리 동아리 학생들 명단 만들고 붙이며 무엇을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였습니다. 그런데 예전 활동하던 사진을 보는 순간 더 하고싶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을까?’ ‘내가 문제인가?’ ‘정말 그만해야 되나부다.’ 집으로 돌아와 노트북도 열지 않고 앉았다가, 언니 블로그를 확인하고, 서울에서 실습하며, 면접준비를 열심히 하는 한 학생에게는 여름방학 전까지 마무리 하자, 여름 방학에는 내가 없을거니까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아마 그러는 중에, 댓글로 @abdullar님이 “사용하는 태그가 뭐냐”는 질문을 주셨고, 저는 cyberrn이라고 그냥 대답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cyberrn이 뭐냐고 자주 물어봐서 그러는가 했습니다.

그리고나서, 태그 검색을 하며 학생들 글을 보는데, 예전과 다르게 보팅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사실 얼마전부터 저는 우리 학생들에게 보팅도 하지않고 있었습니다. 과연 이 아이들이 스팀잇을 할까? 계속할까? 진심일까? 또 하다가 예전처럼 취업하고나면 다 나가버리는 것은 아닐까? 이런 마음이 생겨버렸습니다.

그런데 @abdullar님께서 보팅을 그것도 풀봇팅을 하고 계셨습니다. ‘지금 이 고비만 잘 넘기면 될거야’ 다짐을 하며 태그 검색을 했는데 말입니다. 아!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저는 오늘 심하게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주 많이 몸이 떨립니다. 많이 떨립니다. 애들 버리고 떠나려다 들킨 기분입니다.

@abdullar님 감사합니다. 우리 학생들이 @abdullar님의 마음을 알 수 없고 저도 모릅니다. 다만, 쌓여왔던 제 마음을 풀어놓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게 스팀잇은 즐거운 곳이 아니라 참고 인내하는 곳입니다. 모두 오픈되어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곳입니다. 제가 간호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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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져부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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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입니다. 게다가 요즘 강의하는 부분이 하필 또 갱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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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 연기하세요 갱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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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에도 정상분만 할 수 있다로 밀고 가는 걸로^^ 우리 학생들 미숙아 아닌 달 꽉찬 애기로 출산하는 걸로~~^^’그러나 자는 갱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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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고 당차신 모습 뒤엔 말 못할 고충 역시 크시리라 짐작되어요. 하지만 cyberrn님과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이들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 걱정과 두려움 한편으론 자부심을 가지셔도 되지 않을까 조심히 말씀드려 봅니다. 그 자부심 역시 cyberrn님의 행복에 양분이 되지 않을까요? 뭐, 뭐든 그냥 저는 응원할게요. 분명한 건 cyberrn님 멋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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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좋아서 하는 거라서요. 고충도 제 맘대로에요. 그런데 이것이 제 행복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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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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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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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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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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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열정 응원합니다 걱정 하지말아요 두학생과 교감을 이어가고 있는데 교수님의 진심을 알고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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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어머님.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좀 적극적이에요. 응원 감사합니다.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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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멋지세요.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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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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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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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런데, 둘이 같이 응원해서 즐겁게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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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욱하는데 시간이 안맞아서 헤메고 있는데... @cyberrn님 만나긴 만나야겠군요... 저도 요새 좀 흔들리는게 좀 있는데요. 에잇! 확 힘내버려요!

욱하세요. 헤매는 사람이 만나야 하는 건가.... 언제까지 계시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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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새로운 기술하나 익혔습니다. 팥쥐님께 배웠어욥. 오픈단톡 만들기! 들어오시죠~

https://open.kakao.com/o/s5FWxl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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