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장이 서기 전…

in #busy8 years ago

평소 이 길은 차량 두대가 간신히 비켜갈 수 있다. 무슨 낭만이 있는 길이냐 하면 그런 것은 전혀 아니다. 초입부터 중형마트가 정체불명의 건축양식을 자랑한다. 그 옆에는 샌드위치 판넬로 지은 음식점들이 주욱 서 있다.
삼겹살, 족발, 갈매기살 등은 돼지로 먹고 사는 집이고 참치로 먹고 사는 집은 없어졌다. 밥집이 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인생의 뒤안길을 전문적으로 형상화하는 사진가가 있다면 그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가 있다. 50평은 됨직한 비닐하우스이다. 소주,맥주,막걸리와 셀 수 없이 많은 안주를 팔고 있다. 등받이 없는 플라스틱 간이 의자가 볼품없는 테이블 주위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고 안주라고 해 봐야 닭똥집, 닭발, 파전,,, 무지 많지만 뭐 이런 류다.

이런 시골스런 분위기에 허름하기까지 하다면 뭣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반전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 드넓은 공간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고 서빙하는 아줌마들이 부지런히 오가는 장면 같은거.
이 집은 장날이 아니면 파리 날리는 집이다. 집세나 인건비의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이 가게를 유지하는 비결이 아닐까.

이 동네에 이사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포스에 이끌려 한 번 온 적이 있다.
"한 번도 오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두 번 온 사람은 없다" 식의 어떤 아류적 표현이 아주 잘 어울리는 집이다.
그러나 옆 집 할아버지 볼 언저리에 깊게 패여 있는 주름살같은 느낌을 난 지울 수 없었다. 줌을 한껏 당겨 그들 삶의 공간을 의무감으로 기록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거리와 어울리지 않는 큼직한 약국 몇 개와 7과11 편의점이 없다면 이 거리는 30년 전과 별반 다를게 없을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오래된 5층짜리 아파트 단지와 꽃을 함께 파는 옹기항아리집이 더욱 그렇다.
이 거리 뒤편에 있는 재래시장은 얼마전 거대한 초현대식(?) 지붕을 덮어 씌웠지만 그 아래에서 장사하는 방앗간, 반찬집, 옷가게, 신발가게, 청과점, 분식집 내부는 초현대식 문명의 혜택을 입지 못했다.

작은 사거리 귀퉁이에 있는 구두 수선방은 반 평 남짓한 컨테이너같은 깡통이다.
그 안에는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는 사람이 앉아 있는데 막상 구두 고치는 손님을 본 적은 없었다. 컨테이너에는 "금 은 삽니다"라는 글귀가 있어서 이 아저씨의 재력을 가늠할 수 있다.

간판도 없고, 그래서 브랜드도 없는 오래된 시장통 빵집 분위기를 아시는지…. 매장에는 빵 굽는 기계 몇 대가 있고 빵들은 가게 앞에 진열되어 있다. 빵을 살라치면 일하다 나온 아줌마의 위생장갑을 벗는 수고로움에 미안한 마음도 살짝 든다. 맛 따위는 묻지 말자.

21세기 시골 읍내의 풍경을 그리고 싶다면 이 거리를 커다랗게 둘러싼 2차선 도로변으로 나가야 한다. 그 곳은 참기름 짜는 집과 최신 핸드폰 사양을 광고하는 무슨무슨 텔레콤이 기묘하게 같은 시간을 다투고 있다. 그래서 최소한 '최신'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반면 이 골목은 시간이 한산하게 흐르는 곳이다. 길잃은 강아지가 어슬렁 거리면, 나와바리 정찰 나온 동네 똥개 쯤으로 생각하고 지나치게 되는 곳이다. 아파트 담벼락은 절반 쯤 허물어져 있고 더블 정장을 입고 지나가면 왠지 쑥스러워, 길 가를 따라 걷게 된다.

이 길은 기온이 올라갈수록 삭막한 곳으로 변신한다. 좁다고는 할 수 없는 길에 풀 한포기없이 먼지만 날린다. 여름이면 모든 것이 사막의 신기루를 뒤덮고 있는 아지랑이 같다. 벚꽃도 올라오지 않은 봄이지만 돌이키면 이 거리의 여름은 그 만큼 메말랐다.
특색 없고 실용적이지도 않으며 어느 시골을 가도 몇 개 쯤은 있을 법한, 우리 아버지 약삭빠른 계산이 곧잘 먹힐 것 같은 길이다.

이 공간에서는 일제가 그어 놓은 길을 중심으로 6.25식 비닐하우스와(진짜 그 시대의 것은 당연히 아닐 것이다.) 새마을 운동식 시장 골목, 80년대의 질곡을 묵묵히 버텨 낸 아파트, 20세기와 21세기를 잇는 최첨단 건축기법이라 할 수 있는 샌드위치 판넬까지 무차별적으로 만나 볼 수 있다.
우리는 이 길을 조잡한 난개발의 서자쯤으로 이해하면 적당하다. 200미터 남짓 한 이 거리를 아무 생각없이 지나가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그런 거리이다.

장날이 오면 이 거리는 온갖 술렁임과 설레임이 넘친다.
거리 양쪽으로 파라솔들이 늘어선다. 파라솔 밑에 좌판들이 자리를 잡으면 오가는 행인들이 나머지를 채우게 된다.

장 날 풍경은 다음 번에 포스팅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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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골냄새가 나는 풍경을 좋아함으로
당연 5일장을 매우 환영하지요
제 놀이터가 있는 고한에도 1일과 6일에 5일장 서는 날이면 저는 그곳으로 마실을 나가지요 10일장인 통리장엔 없는 것이 없어요 볼거리 먹거리가 참으로 많지요

수필집을 내면 좋을 것 같아요

울동네는 4.9장이에요. 장날엔 근처에 주차하기도 만만치 않아요. 가끔 놀러 나가면 어디서 사람이 이렇게 많이 나오나싶기도하고 그래요.. 머지않아 없어지겠지만 그땐 좀 아쉬울 거 같아요..

하나의 공간에 각각의 시계가 따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프리즘을 통한 빛의 색을 보는 것 같네요. 빨려들어가듯이 내려 읽었어요. 이 어색하고 오묘한 곳에 장 날 풍경은 또 어떠할지 기대가 되요.

고맙습니다.ㅎㅎ 장날을 전혀 다르게 시끌벅적한 풍경이에요.. 가끔 가면 사람냄새 좀 맡을 수 있죠... 생선비린내는 보너스...ㅎㅎ

어떨까 머리로 그려보게 되네요..

장면 묘사가 그림이네요.
아예 소설가로 나서야할 듯 ㅎㅎ

언제 그곳에서 밋업 한번 하셔야겠어요^^

여기서 밋업하면요,,,,, 집에들 못가세요....ㅎㅎ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풍경을 보여주세요 현기증나네요 ㅎ

ㅎㅎㅎ 전 홈즈 시리즈가 더 현기증나는데요.. 도무지 모르겠더군요.. ^^
여기 풍경은 장날이 아니면 좀 을씨년스러워요..

답이 올리자마자 막 올라와서 그렇습니다.. 아직 보팅도 1,2개밖에 안되있는데 막 답 올라오면 참여를 안하시더라구요 ㅎ 그래서 난이도 조절을 하다보니.. 죄송합니다 ㅎ

ㅎㅎ 역시 보팅.... 쫌 더 어렵게 해주세요...ㅎ 제가 한번 도전해서 한방에 싹쓸이...

비닐 하우스 같은 집에서 뭔가 맛있는 안주와 술이 잘 어울릴 것 같네요

글을 제대로 읽었는 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는 거죠?

난독증이 있나봐요 ㅜ

그대로 있지만 없어진다고 해도 또 금방 만들 수 있을거에요..
뭐,,, 제 분위기이긴 하지만 맛은 참,,,,, 거시기하죠...ㅎㅎ

시대의 변화와는 거리를 제법 둔 한적한 시골 마을이 떠오릅니다.
200미터 남짓의 그 거리는 어릴적 보았던 시골 친척집의 동네와 비슷한 것 같구요.
외지인의 입장에서 자꾸 보게 되긴 하지만, 그 길을 떠올려 보면 그 때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네요.
철없이 해맑던 어린 시절이었죠.. ㅎㅎ

나이 먹을수록 아련한 것들이 생기더군요.. 제가 살던 동네는 거의 재개발로 없어졌지만 기억만은 남아있죠.. 친척이 사시던 곳이 xx읍 정도 되겠군요..ㅎㅎ 어렸을 때였으면,, 지금은 또 많이 변했겠어요...

사진을 업로드안한 트릭!!! ㅎㅎㅎ

제대로 보셨습니당..
예리하셔요...ㅋㅋㅋ

장날풍경이 눈에 선 하네요...
가끔은 일부러 시골 장날 구경 가요

이것 저것 구경도 하고 사람들의 표정도 구경 하고
잼있어요...
장날 이제 찾으려면 좀 멀리 가야 해서...
큰맘 먹고 나가야 해요 ㅎㅎㅎ

장날하면 친근하기도 하고 푸근하기도 하고,,,, 다 그런가봐요...
사실 재래시장과 별반 다를 것도 없는데,,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니까
구경이 더 재밌기도 해요. 전 가까이 살아서 그런지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일부러 사람구경하러 나가기도 합니다... 직접 튀기는 찹쌀도너츠나
사먹어야죠...ㅎㅎ

이글을 보니까 옜날 간이포장마차들이 생각나네요
지금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더라고요 ^^;;
오뎅탕이나 국수한그릇에 소주한잔 하던 그 구수한 느낌이 sadmt님에 글을 읽다가 문득 생각났습니다

캬,, 시간은 새벽 1시 20분경이 적당하죠..
너무 과하지 않은 2차정도 끝난 다음에..
기계국수 직접 뽑은 집에서 소주 한잔하면 차암 좋은데요..ㅎㅎ

크.....(말하지 않아도 ..느낌알겠습니다)

어렸을적엔 쉽게 팔지 않는 닭꼬치먹을수 있다는 설레임에 즐거웠어요 ㅎㅎ 장날이면 그냥 기분이 좋아질정도였으니까요! ㅎㅎㅎ

전 지금도 장터에 가면 기분이 좋아집니다.ㅎㅎ
닭꼬치가 넘 흔해진게 탈이지만요.
암것도 아닌데 북적거리니까 좋더라구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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