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무게 4 - 편년체

in #bus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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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꽂이의 책을 가지런히 정리해서 상처가 아물었니
서른을 맞던 스물아홉 번째 책에는
무엇을 담고 싶었는지
활자 사이 갈겨 쓴 필기체와
알지 못할 기호들이 가득하구나
책 한 권 꽂을 때마다
형광펜 아래 확연하게 남을 줄 알았던 가르침
다시 펴 본다고 각인된 내성이 허물어질 리 있나
왼쪽 맨 끝자리 낡은 동화
엄마 아빠 원망도 못 하는 슬픈 이야기는
이제 들추지 말렴
굴레를 벗지 않으면
한 생애 가시덤불 밭을 구를 테고
인연의 책장은 뾰족한 낙서투성이
어떤 끌림이 있었는지 우연히 열어 본 페이지에서
날 선 낯으로 마주하던 네 서슬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유일한 방법이었겠지
상처나 아픔이라는 말이 고상한 변명인 것은
창끝은 항상 전장을 향하기 마련이고
공증받지 못한 책갈피가 많기 때문인데
가지런히 정리한다고 상처가 아물겠니
편년체로 옭아매서 먼지 속에 처박아 놓은 책들이
책꽂이의 빈자리를 채워가는데
재개발로 뭉개진
첫 아이 키우던 낡고 가난한 아파트
즐거운 모래 놀이터와 넉넉하고 시원한 산책로까지
서른네 번째 책 속에 잊지 않고 담아두었니

2
스포츠를 스포츠로 즐기면 된 거지 2패 했다고 주눅들 거 없다. 괜찮고 애썼다. 이번 대회는 여기까지가 끝인가보다. 앞으로도 공 찰 기회는 많아. 가즈아!!! 다음엔 잘할 수 있을 거야.
멕시코전이 있던 날 새벽, 답답하게 끌려다니는 경기를 관전하다가 꼭 나를 보는 것 같아 채널을 돌렸다. 그새 손흥민이 한 골 만회했다. 그럼 그렇지. 미안하다 얘들아. 채널을 일찍 돌렸어야 했는데.

3
@kmlee 님의
황혼이 여명보다 아름다운 까닭은 의 마지막 부분.

그저, 내가 바라보는 서쪽 풍경이 동쪽 풍경보다 아름다웠을 뿐이다.

"사실"을 나는 얼마나 직시하고 있고 인연을 얼마나 편견 없이 마주하고 있는지.
어쩔 수 없이 숨기게 되는 관계 일부분을 솔직함의 이름으로 드러낼 용기가 있는지.
드러내면 마음의 평안이라도 얻을 수 있는 것인지.
내 몸뚱이의 얼만큼이 타인과 나의 교집합에 필요한 것인지.
인연과 관계의 지평은 변하지 않는데 여명이건 황혼이건, 그 빛과 그림자의 풍경은 왜 시시때때로 달라지는지.
다소 충격적인 결말이어서, 나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 보고자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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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 가져갑니다!! 독일전때는 시작 5분후에 채널 돌려주기 ㅋㅋㅋ

독일전,,, 궁금하면 못참는데....ㅋㅋ
실시간 문자중계라도 찾아봐야지~~

축구는 그냥 축구로서 즐기면 됩니다
꼭 이기고 지는 것에 연연해서
낙심하고 화를 내면 건강에 안 좋습니다 ㅎㅎㅎㅎ
낼 모래 또 한번 더...
멋진 경기를 관전 하면서...
홧팅!!요

됙일도 죽기살기로 덤빌 테니 그냥 맘 편하게 볼려구요..ㅎㅎ

피드에 유니콘님 글이 있어 넘 반가운 마음에
앗싸 앗싸~~하고 들어왔는데..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글을 써놓으시면...
회개하고풀봇하고 갑니다!!^-^;

아 꿈에 그린 풀봇...ㅎㅎ
회개는 안 하셔도 됩니다. 이이들 자유스럽게 방목(?)하시는 거 보면 도라님은 꾸밈이 없는 분일겁니다. 글에도 따뜻함이 넘치구요..ㅎㅎ

제가 끝까지 봐서 졌나봐요.ㅜㅜ

다행입니다..
제 탓이 아니어서요..ㅎㅎ

저도 딴청피우는 동안 골이 들어가버렸답니다 ㅜ

독일전에서 오렌지님과 저는 계속 딴청만 피우는 걸로...^^

마치 오래전 일기를 훔쳐본 듯한 느낌이에요.

고맙습니다. 통했네요. 오래전 일기를 꺼내보는 느낌으로 썼거든요.

그러나 사실 일기를 안 쓴다는 건 비밀입니다..ㅎㅎ

유피님 요새 인간관계로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나봐요.
흑흑..어떡해요 ㅠ.ㅜ
전 2년 전에 직장을 그만두고 대부분 혼자 일을 하다보니.. 어쩌다 한 번씩 있는 진상손님을 제외하고 가끔 직원분에 의한 스트레스를 제외하고는 사람한테 받는 스트레스는 적은 것 같아요.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다 사람으로부터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 힘든데.. 스팀잇에 푸념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위로받고.. 힘내셔요~! 화이팅입니다!

월요일이라 손님이 뜸합니다. 어제 그 진상 손님은 잘 해결하셨겠죠. 진상 떠는 사람들은 피해의식이 남다르게 강한 사람들 같아요.
저희 가게는 요즘 사람 구하는 것 땜에 산란스러운데 사람이 모인 곳이라 작은 불협화음이 계속 생기네요. 그래도 큰 문제 없이 넘어가고 있어요. 실망할 땐 그러려니 하고 감동할 땐 오버액션 하고. 사는 게 다 그렇죠..ㅎㅎ
그래도 좋은 사람들이라 서로서로 맞출려고 노력합니다.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ㅎㅎ

퐈이팅 하셔요!
어제의 경우에 오후시간에 손님이 몰려서 얼음이 잠시 떨어졌었던 것 같은데..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을 주문하신 손님에게 알바직원분이 얼음이 떨어져서 현재 1잔 밖에 안될 것 같다고 말하니 얼음을 사와서라도 2잔 만들어내라고 계속 떼(?)를 써서 못견딘 알바분이 저한테 전화가 왔더라구요. 세상에 별...ㅠ.ㅜ

좋은 하루 되셔요 ^^

알바하는 분이 진땀깨나 흘렸겠네요.. 특히 바쁠때 그러면 욱하게 되는데 잘 참았나 보네요.
축구 기다리면서 오늘도 화이팅 하십시오..

꼭꼭 싸매서 책 속에 넣어두세요.
그게 다 나이가 들면 추억이 되겠죠.

저도 참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 탓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그게 아니고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지라 더 힘드네요.

다 추억이 되려고 이렇게 아프게 하나 봅니다.

그래도 독일 이랑 축구 하면 또 소리 지르고 해야겠습니다.

제 힘으로 어쩔수 없는 일은 맘 편히 가지는 게 장땡인데 그게 잘 안되죠.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 스트레스만 쌓이구요. 그래도 무탈하게 지나가길 바랍니다. 월드컵 3패처럼 부드럽고 무난하게요....ㅠㅠ

원래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지만
축구에 날을 새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씩 그 열정이 전해집니다.
그래도 응원을 하며 즐기는 것까지는 좋지만
실망하거나 화술까지는 아닌것 같아요.
다은 날 아침에 보면 다들 얼굴이 부숙부숙해서

제가 아직도 부숙부숙 합니다. 멕시코전 후유증이 아직 가시지 않았어요. 이겼으면 클날 뻔...ㅎㅎ
독일전에서는 좀 자제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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