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닠] 시계수리 14종 공구 세트

in #busy6 years ago (edited)

시계줄이 종종 말썽이다. 시계를 오래 쓰다보니 시계줄 사이에 끼인 바넷봉이라는 놈이 늘어지고 구부러져서 시계줄이 자꾸 빠진다. 시계방에 가 보진 않았지만 왠지 공임으로 5천원은 줘야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래서 알리익스프레스로 가서 시계수리 세트를 샀다. 옆에서 보니 별 것 아닌 것 같던데 까짓거 내가 한 번 해 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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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생긴 놈인데 가격이 약 15달러, 14종의 공구가 있고 교체용 바넷봉도 몇 종류 들어있다는데 다른 기능은 전부 필요없다. 다만 시계 뒷판을 열어서 배터리를 교체하고 시계줄과 본체를 연결하는 바넷봉을 교체할 수 있으면 족하다. 보통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오는 배달은 항상 내가 주문했다는 사실마저 까먹을 때쯤 도착하게 되던데 이번에는 왠일로 나흘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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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는 김에 추가로 바넷봉을 더 샀다. 사이즈별로 10여개씩, 9종류가 들어있는데 단돈 2달러. 앞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혹시 시계줄 교체할 때 되지 않았나요?' 물어보고 다니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많다. 이 물건은 주문한지 열흘이 넘었지만 아직 행방이 묘연하다. 추적도 되지 않아 그저 기다려야 한다. 주문했다는 걸 잊을 때쯤 되면 도착하겠지.


어제 올린 포스팅에 나온 시계도 이 키트를 이용해서 바넷봉을 교체했다. 손을 얌전히 가만두지 못하는 산만한 성격이라 그런지 시계 본체 연결부의 바넷봉이 잘 부러지거나 굽어버리는 일이 잦다. 오늘은 석달째 방에서 잠만 자고 있던 시계를 꺼냈다. 역시나 세이코다. 세이코의 저가 라인 브랜드인 ALBA 상표가 찍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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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종 수리키트 중에 사용된 물건은 바넷봉과 긴 작대기 뿐이다. 그래도 시계수리 도구와 도구함을 갖고 있으니 시계수리 장인이 된 듯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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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에 대해 잘봤습니다.오늘 하루 행복하세요ㅎㅎ

감사합니다. 이제 주말이 가까워졌네요. 즐거운 주말되세요!

15달러 짜리치고는 너무 유용한걸요
저도 몇년째 방에 잠만 자는 시계가 있는데 함 고쳐봐야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팔로합니다

알리 익스프레스에는 이런 물건들이 참 많습니다. 10~20불짜리 물건 중 막상 사놓으면 쓸데없는데 구경하다 보면 갖고 싶은 그런 물건들ㅎㅎ제가 알리에서 산 물건 중에는 가장 유용한 놈이 아닐까 합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장난삼아 500원만 받고 시계의 바넷봉(?)을 교체해줘도 본전은 뽑겠는데요?ㅋㅋ
손떼 묻은 시계가 너무 멋집니다.^^

바넷봉 뒤에 있는 물음표가 저를 자극하여.. 혹시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닌가 검색해봤습니다ㅎㅎㅎㅎ정식명칭은 '스프링 바'가 맞는듯 하고 콩글리쉬로 러그봉(lug棒), 일본어 ばね棒 (바네보-)에서 파생된 말로 바네봉, 바넷봉이라고 많이 쓰이네요. 시계를 구매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7~8년이나 되었습니다. 시계를 보며 세월을 느끼는 날이 올 줄이야ㅠㅠ

아는 것이 많다고 아무리 나대도 시계나 바넷봉은 금시초문입니다. 바네가 스프링이니까 스프링 봉이겠군요.

그런것 같습니다. 저는 시계수리점에서 처음 들었던 단어거든요. 한국어로 정식명칭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가꾸목, 데루등' 처럼 일본을 거쳐 들어온 기술영역에 쓰이는 은어가 아닐까요. 댓글에 대댓글 쓰면서 스스로 배웁니다ㅎㅎ재밌는 블로그 글이 있어 링크로 붙여봅니다.

일본식 표현이 그 자체로 우리의 인식을 침범하고 이해력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 세대에게는 순화된 표현이 더 익숙할 것 같습니다. 거의 10년새에 어떤 말이 일본식 표현이라는 소문이 들리면 사실이 아니라도 전부 숙청당해서 자연스럽게 대체할 만한 말로 사회에 퍼지게 되었거든요. 닭도리탕은 닭을 도리질해 만든 탕이라는 뜻이었겠으나 일본어라고 욕먹고 거의 사멸하고 말았죠. 또는 일본이 더 이상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주지 못해서 새로 생긴 말들이 일본어가 아닌 경우도 많구요. 그런데 반대로 말하면 아직도 많은 영향을 주는 커뮤니티들은 여전히 일본어를 많이 사용하지요. 학술계나 기술계나 예술계에서 그냥 일본어를 할 줄 알고 그냥 써 버린다든지.

저도 @sanscrist님의 말씀에 많은 부분 동의합니다. 그러나 어릴 때 '준비물 살 돈 뽀고또에 잘 넣어 가라, 밴또 까먹지말고 챙겨가라'처럼 일본산 단어범벅의 문장을 많이 듣고 자란 사람으로서... 가치판단은 배제하고서라도 단어의 어원을 따져보는 건 재미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와의 소통채널이 없을 떄(근대화 시기) 일본을 거쳐 들어온 기술관련 단어들이 점차로 미국식, 유럽식의 단어로 대체되는 걸 보면, 일상에 이미 녹아들어 우리말처럼 쓰이는 것을 쫓아낼 필요도 없을 것 같고요. 즐거운 한 주 되세요.

우와 대단하세요 ~ 시계도 고칠줄 아시고 멋지십니다 ~

ㅎㅎ아직까지는 '떨어진 시계줄'을 다시 시계에 붙이는 정도입니다. 조만간 시계 전지가 다 떨어지거나 고장이 나면 등딱지 한 번 뜯어보려고요. 쓰지못할 공구라도 그런 게 내 방에 있다는 것 자체가 뿌듯할 때가 있습니다.

요 공구들로 우선 맛을 보신다음에, 이제 공구 하나하나씩 업그레이드를 (라고 쓰고 '하나씩 추가로 산다'로 읽는다...) 들어가시면 되겠습니다. (...)

제 성격탓에 집에 한 번 쓰고 영영 구석에 봉인되어있는 1회용 공구들이 몇 개 있습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의 전구가 나갔을 때도 혼자 고쳐보겠다고 전구+공구를 4만원 정도 주고 사서 한 번 쓰고는 그대로 집에 쳐박혀있네요. 정비소에서 교체했으면 5천원이었는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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