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없음

in #blog2 months ago



Photo by Mark Landman on Unsplash



실타래, 엉켜 있는 무언가를 풀어 글로 적는다. 요즘의 나는 그 실타래를 그대로 안고 살다 더 꼬여버려 실타래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게 된다 해도 개의치 않게 돼버린 것 같다. 무언가 변했다. 그렇게 쓰려다가 어차피 일시적인 상태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변덕스럽다. 그러나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일관성을 지키려 애써왔다.


얼마 전 환승연애를 보는데 X에게 이런 질문들이 오갔다.

'그/그녀가 싫어하는 이성의 행동은? 그/그녀가 화를 내게 만드는 상황이나 행동은?'

같은 질문을 남편에게 해보았다. 생각보다 남편은 쉽고 빠르게 (나보다도) 정확한 대답을 했다.

'너는 일관성이 결여된 행동을 싫어하지.'


요새 내가 왜 이러지 싶어서 방바닥에 엎드려 버둥거리다가 이렇게 된 게 불과 며칠 사이란 걸 깨달았다. 그리고 하루가 귀했던 삶에서 불과 3개월도 지나지 않은 걸 알고 놀랐다. 이유를 붙이고 설명을 하려다가 관두었다.

그저 여전히 내가 모든 걸 통제하고 싶어 한다는 점을 받아들였다. 가뜩이나 심사가 뒤틀려 있을 때 세상 일이 모두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명확히 요구할 때 견딜 수가 없다. 누구 하나 잘못한 거 없는데 모든 게 잘못된 것처럼 해석하고 싶어 진다. 그러니까 세상의 요구를 조금도 들어주고 싶지 않다. 놀라웠다.

이렇게 변덕스러운 내가 통제를 염원한다니, 변덕스럽기 때문에 통제를 염원하는 걸까, 통제를 염원했기 때문에 반동으로 변덕스러움이 표출된 걸까? '그만둬. 어차피 할 수 없어.' 피켓 시위를 벌이면서도 '그래도.. 그래도...'라는 부정어가 붙는다. 아.. 그럴 땐 뭔가 하나 고장 나는구나.

아니 어쩌면 다 핑계일지도 몰라. 나 자신이 전혀 일관적이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왜 일관적이지 못한 상대방의 행동과 말에는 실망스럽거나 화가 나는 걸까. 그거야, 자기혐오지 뭐. 그런데 소용도 없고 재미도 없어서 혐오는 그만두기로 해서 그저 모든 걸 놔버리고 방향을 잃은 채로 방황하는 걸지도. 근데 뭐 그조차 황망하지도 않아.




최근에는 네이버 웹툰 '꿈의 기업'을 다시 정주행 했다. (스포일러 주의) 거기 처음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기억이 변조된 채 자신의 능력이 상당 부분 너프된 클론이다. 그 클론들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기억들을 드라마나 영화 보듯이 하나하나 감상하며 어쩌면 실체이거나 자신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를 기억을 관찰한다. 이 역시 단편적이고 부분적이다. 그들은 그것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억울했을까? 아님 위로가 되었을까? 아님 그저 그들이 다른 존재라고 생각했을까? 기억이 변하면 모든 게 변하나. 존재가 하나면 기억이 몇 개라도 달라질 게 없을까.

나를 알아달라고 말한 지 얼마 안 되어서는 날 너무 믿지 말라고 하는 자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냐는 말이지.

그러면서도 동시에 생각한다. 욕심을 부리는 순간 파국을 면하지 못하는 거라고. 그런데도 왜 응용은 안 되는 걸까. 세상은 내 맘대로 되는 거 아니니 그 손 놓으라고. 아, 그게 내 욕심인가. 결국 나도 파국을 면하지 못할지도.


이 엉망인 글을 아무도 해석하지 않았으면... 그럼에도 쓰는 이유는 이걸 쓰고 싶어진 충동조차 지금의 내게는 퍽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참으로 오랜만에 받아 본 햇빛 덕분인 것 같아. 나는 여느 기계처럼 사실은 단순해.

알고리즘과 AI의 차이점을 확연히 알게 됐어. 알고리즘은 투입을 넣으면 산출이 되는 거고 AI는 투입과 산출을 넣으면 그것을 도출하는 알고리즘을 찾는 거라고. 어쩌면 그 알고리즘이 원하던 알고리즘은 아니어도 투입과 산출은 같을지도 몰라. 그러니 나는 앞으로 아니, 그게 아니야라는 말을 더 신중하게 해야겠다.



p.s. Amor fati.

2022.08.12 by St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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