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뛰게 하는 편지, <윤희에게> (2019)

in #aaa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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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지 못한 편지가 전해지다



 다른 나라의, 전혀 연고가 없는 두 여자에게서 묘한 연결고리가 느껴졌다. 언뜻 보니 닮은 듯한 두 사람 윤희(김희애)와 쥰(나카무라 유코), 왠지 모를 슬픔이 머리칼, 눈빛, 손끝에서 배어나온다. 한 통의 편지로 시작되는 임대형 감독의 <윤희에게>는 매듭지어 지지 않은 인연을 그려낸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무엇보다 진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 둘 사이에 존재하는 형체없는 진한 그리움이.


 이혼한 후 딸 새봄과 함께 사는 윤희. 그런 윤희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윤희보다 딸 새봄이 편지를 먼저 읽게 되고, 그녀는 엄마에게 그동안 어떠한 일이 있었음을 직감한다. 그런 둘은 편지가 온 일본으로 급 여행으로 떠나게 되고, 그 곳에서 윤희를 떠올리고 있는 한 사람을 만난다.


 영화에 담긴 복합적인 모든 것들을 한번의 시청만으로는 전부 담지 못할것 같아 보면서 중간 중간 기록하는데, 그 중 인상적이였던 장면은 바로 쥰이 이모에게 포옹을 받는 장면이다. 아버지를 잃고 애도의 시간을 보내던 쥰은 예상치 못하게 전해진 따스한 위로에 눈물을 흘린다. 사실, 쥰이 그동안 윤희를 향해 써왔던 편지는 이모가 몰래 부친것이다. 그 누구보다 쥰의 마음을 가까이에서 지켜봐 오던 이모였다. 두 여성이 말없이 안고 있는 장면에 펑펑 울었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여성에게 받는 진정한 위로를, 영화로 나마 느낄 수 있어서 였을까. 사랑의 상실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윤희와 쥰에게는 기대하게 하는 무언가가 서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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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작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에서도 임대형 감독 특유의 소박하지만 진중한 분위기가 담겨있는데, 제작기 영상 속 인터뷰에서 김희애 배우는 감독과 이질감 없이 편안하게 녹아들었다고 말한다. 그런 기류가 스크린에 편히 퍼졌던 것이 아닐까. 시청하는 내내 김희애 배우에게 몰입되어 마음 한 켠에 간직하고 있는 쥰에 대한 기대가 커져만 가고, 소박하고 애틋한 영화의 분위기에 휩쓸린 나머지 나의 오래전 첫사랑이 떠올랐다. 잘 살고 있을까, 아련한 기억만이 남아있어 영화 속 두 주인공들이 품은 마음에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일본에 도착한 모녀는 서로의 비밀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둘만의 방식으로 여행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결국 그녀를 다시 만나게 해준 기적은 바로 윤희의 딸이였다. 두 사람의 재회는 어떤 방식으로 끝이 날까. 윤희가 오랫동안 못한 말, 나도 네 꿈을 꿔. 이 말이 길고 긴 시간을 돌아, 다시 마주하며 혹시나 다시 이어지는 결말로 끝나지는 않을까 기대했다. 행복한 결말을 이 둘 사이에서 이뤄낼 수 있을까, 아니 행복한 것이란 꼭 둘이 이어져야만 하는 것일까, 아니면 각자 사는 것일까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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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 두 주인공의 편지 내용을 나레이션으로 담담히 들으며 서사를 따라가는 점이 특히나 좋았다. 여성의 이야기를 이리 담담하지만 고단하게, 솔직하지만 비밀스럽게 표현한 영화를 시청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누군가를 진하게 떠올리는 시간에 젖고 싶을때 찾을 영화, <윤희에게>


URL:https://www.themoviedb.org/movie/578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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