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임프로바이즈 - 인공지능이 음악을 지배한다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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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계가 과연 예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오랫동안 미래학자와 기술자, 사회학자들을 토론장으로 불러왔던 이 주제에 대한 대답은 이미 '그렇다'로 결론이 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의외로 자신들의 생활에 큰 변화가 없자 긴장을 놓고 원래의 배고픈 생활을 이어갔다. 화가, 작가는 기계가 나타나건 말건 디지털 컴퓨터의 도래 이후 겪은 쇼크가 컸기 때문에, 진짜 창의력을 발휘하는 기계에 대해서도 시큰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음악계는 그야말로 전복되었다.
돌이켜 보면, 음악은 언제나 기술 발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CD의 시대, MP3의 시대, 스트리밍의 시대를 거치며 음악의 소비 양식과 생산 방식은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하지만 언제나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있었고, 연주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기계가 만들어낸 음악을 유투브에서 자연스럽게 듣고 하지만 사람들은 그 음악이 기계가 만들어낸 음악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변화는 빠르게, 눈치챌 수 없게 찾아왔다.
수많은 '음악 엔진'이 나타났다. 초기 음악 엔진의 용도는 소프트웨어 공학자들이 자신들이 설계한 학습 신경망을 자랑하기 위한 과시 용도에 가까웠다. 이전 세대의 인공지능은 음악의 일부를 듣고 곡의 이름과 뮤지션을 알아 맞추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 정도만 해도 사람들은 놀랍다고 생각했지만, 음악 엔진이 본격적으로 태동하자 이전의 음악 인공지능은 아이들 장난 수준으로 보이게 되었다.
새로 나타난 음악 엔진은, 원하는 장르와 템포, 분위기를 알려주면 짧은 프레이즈를 직접 구성해서 들려주는 정도까지 현실화되었다. 사업가들은 신기술이 가져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라디오와 방송, 유투브에서 기계가 쓴 곡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계가 쓴 곡을 연예인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계가 썼다는 사실을 감추고 발표된 곡도 있었지만, 기획사는 대중의 호의적인 반응을 살핀 후 기계가 썼다는 사실을 공개했고, 사람들은 더욱 놀라워했다. 악기 소리의 요소를 재구성해서 생음악을 모델링하는 성능은 놀라울 정도였고, 음악 작업 후반에 사람이 개입해서 보정해야 하는 비율은 점차 낮아져 갔다.
광고 음악, 게임 음악, TV 시리즈의 음악이 가장 먼저 음악 엔진의 손으로 넘어갔다. 음악 엔진은 생산성이 훌륭했고, 계약한 작업 일정을 어기는 일이 없었다. 음악 엔진 제작사는 음악 엔진으로 만든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후보곡을 뽑아서 고객에게 전달했고, 고객은 만족스럽게 그 중에서 원하는 곡을 선정했다. 작곡가를 쓰는 것보다 비용도 저렴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대중 가요에까지 이어졌다. 정상급의 가수나 래퍼들이 인공지능이 쓴 곡을 반주로 깔고 노래를 하고, 랩을 하고, 춤을 추었다.
유명해진 몇몇 음악 엔진은 마치 연예인처럼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고, 몇몇 가요는 아예 제목에 'feat.'으로 시작해서 음악 엔진의 이름을 표기했다. 얼마 후, 음악 엔진은 사람들의 음악 감상 문화까지 바꾸기 시작했다. 사람이 음악을 고르는 수고마저 덜어준 것이다.
인체 부착형 센서를 통해 소비자의 감정을 읽어낸 후 곡을 선곡하고, 그 곡을 변주하고, 나아가서는 아예 소비자의 기분에 맞춰서 음악을 즉흥적으로 작곡해서 들려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물론, 해당 서비스에는 'Powered by'로 시작해서 음악 엔진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었다.
최고 성능의 음악 엔진이 업계를 흔들기 시작했다면, 소규모의 아마추어 수준 음악 엔진은 아예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오픈 소스의 음악 엔진을 사용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초등학생도 쓸 수 있는 쉬운 인터페이스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도깨비 방망이가 따로 없었다. 음악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섬세한 화성 진행을 가진 자작곡을 유투브에 올리기 시작했고, 진짜 음악을 배운 사람들은 점점 설 자리가 좁아짐을 느꼈다.
이 모든 변화가 대물에게는 악몽과도 같았다. 그의 작업물을 무한히 신뢰하던 고객은 하나 둘 떠나갔다. 악착같이 곡을 써서 일감을 따내려 했지만, 잠을 자고 쉬어야 하는 사람으로써 기계의 생산성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음악 엔진을 개발하는 회사들은 낮은 저작권 수입료와 기계가 쉬지 않고 써내는 다양한 곡 사이에서의 선택권을 미끼로 기획사를 비롯한 음악 수요자들을 꾀어냈다. 대물의 수입은 점차 줄어들었고, 어느 순간부터 그는 더 이상 화려한 생활을 지탱할 수 없었다. 이사를 거듭하며 집은 점차 좁아졌고, 모아놓은 돈이 점차 바닥을 드러내기를 5년.
기술이 사람 하나의 인생을 뒤집어 놓는 데에 5년은 충분하고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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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가 좀 길었습니다. 5편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를 펼칠 계획입니다. ㅎㅎㅎ
현실에서도 인공지능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서
창작의 영역을 인공지능이 다루게 될 날도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막상 인공지능 라이브러리를 다루다 보면 어느 세월에 만들 수 있으려나~ 싶습니다 ^^;
Band in a box만 해도 웬만한 사람들보다는 연주를 잘 하...ㅜㅜ
프레이즈 쓸만한거 없을때는 BB에서 카피하기도...ㅠ
프레이즈/리프 단위에서는 맞는 말이네요 ... ㅎㅎㅎ
오! 재밌네요.
개연성도 충분히 있고요.
화이팅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 편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된답니다-
또 잘읽고갑니다~^^
감사합니다 ^^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도 미래와 관련 있는 소설을 쓰고 있다보니 더욱 흥미가 생기네요.
감사합니다 ^^ kmlee님 소설도 찾아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