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photo] 세운상가 옥상
Aug. 2018. Seoul, Nexus 5x
세운상가 옥상에 다녀왔다. 역시 공기가 맑은 날이었다. 더위는 한풀 꺾인 듯 했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서 좋았다.
옥상을 바로 올라갈수도 있었지만, 내부에서 올라가는 것을 택했다. 한산한 분위기였다. 저녁은 누구에게나 저녁이다. 비어있는 편이 둘러보는 사람에게도 평소에 자리를 지키는 사람에게도 좋다. 복도를 침범한 기기들이 가득하다. 세운상가의 상점들의 전자기기를 컴퓨터로 바꾸어 놓는다면 용산 전자상가의 분위기와도 비슷할 것이었다. 발 디딜틈 없는 기기들 사이에서 오래된 전축이나 스피커를 살펴볼 수 있었다.
옥상은 9층에 불과하지만 주위 건물이 그리 높지 않아서 상당히 트인 조망을 확인할 수 있다. 남산부터, 저멀리 성북동까지 시선이 이어진다.
Aug. 2018. Seoul, Nexus 5x
을지로 오래된 골목의 건물들 위에 에어콘 실외기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비록 오래되었지만 오래지 않은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몸소 말하는 듯 보였다. 적응의 형태는 각자 다른 것이겠지만 실외기 아래에 숨어있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무더운 여름을 나는 사람들과 그들을 위한 현대적인 설비인 에어콘과 에어콘을 떠받치고 있는 오래된 지붕과 갈라진 벽이 떠올랐다. 단순히 같이 있다고 이야기하기에는 묘한 느낌이다.
Aug. 2018. Seoul, Nexus 5x
조금은 무서운 어둠이 골목 구석구석을 훑어내려갈 때 쯤에 내려왔다. 사실 나에게 이 어둠은 사실 생경한 어둠에 가깝다. 낮과 다르게 새카만 밤의 어둠은 골목을 거치면서 증폭되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한다. 화려한 네온사인이나 환하게 켜진 사무실의 불빛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무언가 어둠 속에서 나오리라 기대하는 - 무언가 나온다고 했을 때 놀라겠지만 또한 놀랍지 않은 어둠도 두렵게 느껴질 때가 있는 것이다. 다행히 달이 그림자를 만들어 주었다.
김수근의 최대 실패작....ㅋㅋ 그치만 사진을 보니 그 실패한대로 운치가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한 번 올라가보아야겠습니다
최근에 새롭게 공간을 활용하다보니, 옥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상당히 괜찮은 편입니다. 어떤 형상이든 사람들이 적응하고 자취를 남기다보면 그만의 멋이 생기곤 하더군요. 의외로 한적하고 괜찮습니다. :)
한국 냄새가 물씬 나는것 같은 사진이네요. 덕분에 느끼고 갑니다. ^^
그렇지요. 분명히 전통과는 또 다른 한국 냄새가 있는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이 그림자 섞인 자취들을 참 좋아하는 편입니다.
세운상가
이름만으로도 심쿵합니다.
매일 지나던 곳이라
아- 그러셨군요. 저도 매번 지나던 길을 추억하게 되면, 어디서 다시 보게 되면, 아련한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이 건물이 못난이처럼 불리기도 하지만, 저는 이상하게 정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