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손] 약손 손쓰기의 원칙2-2/약손과의 인연6

in #kr6 years ago (edited)

이제 조금만 참으면 지치게 만들었던 더위도 사라질 것 같습니다. 어제는 인천도시농업 네트워크의 텃밭모임에서 가을농사를 위한 준비를 하였습니다. 봄농사를 저만 망친 게 아니었더군요. 올해 날씨가 너무 더웠고 가물었기 때문에 모두들 소출이 엉망진창이 되었나봅니다. 제가 텃밭농사를 2011년에 시작했으니까 벌써 일곱 번의 봄과 가을 농사를 경험한 셈입니다. 저에게 봄농사는 언제나

초장끝발 개끝발



매년 첫 농사의 시작은 창대하고 야심차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텃밭의 오래된 터줏대감 야생초 새끼들의 극성때문에 결국은 자연스런 방치형 텃밭농사가 되버립니다.(솔까 제가 게으릅니다. 흐힛!) 그 새끼들은 정말 생명력이 뛰어납니다. 또한 저는 생명존중의 원칙에 입각하여 풀벌레들을 죽이지 않기 때문에 그냥 나둡니다. 제가 기르는 작물아기들은 강하게 키워야한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 지역 깡패 아새끼들야생초와 풀벌레들과 제대로 한판 겨루어 이기라고 나두지요. 양심은 있어서 어쩌다가 비가 오고 풀냄새가 그리우면 해질녘에 어슬렁어슬렁 기어가서 야생초에게 폭력을 행사하지요. 야생초의 시체들이 뿌리채 뽑혀 나아갈 때 걔네들에게 미안하긴 합니다만 풀냄새가 저의 후각을 시원하게 자극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조금이라도 우리 아기들텃밭 작물들이 잘 자랄 수 있지요. 아마 우리아기들은 제가 이렇게 글 쓰면

지랄 염병하네!



라고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방치형 농업의 신념은 그대로 유지합니다. 그래서 저는 특히 봄농사보다는 가을농사가 적합한 거 같습니다. 이때에는 야생초의 텃새가 그렇게 심한 편이 아니거든요. 보통 무와 배추를 심는데 풀벌레들도 그냥 내비둡니다. 물도 많이 줄 필요도 없고 방치형 텃밭 농사꾼에게는 아주 적합한 농사시즌입니다. 날씨가 추워감에따라 이들의 피부(배추)와 다리(무)도 나날이 두꺼워집니다. 특히 가을무는 산삼하고도 안바꾼다는 말이 있지요. 그리고 배추전을 해먹는 즐거움은 끝내줍니다. 이번에는 토종 배추와 무를 심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해를 넘겨 반드시 채종을 성공할 것입니다.(장담은 못하지만, 헤헤)

올 봄농사에는 인천도시농업 네트워크에서 토종씨앗을 채종하자는 의미에서 저에게 꽤 넓은 땅을 임대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토종고추 금패황양각초와 평농, 그리고 선비콩과 속청 밤콩, 토종가지, 조선오이, 토종옥수수를 심었는데 젠장! 수확이 요게 다입니다. 그나마 평농고추와 선비콩을 조금 채종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올해 고추농사에서는 노린재 깡패 아새끼들이 고추들에 다닥다닥 붙어서 아주 고추를 즐겨 쳐자시고 계시더군요. 옛다! 하고 노린재들에게 고추 보시했습니다요.


KakaoTalk_20180819_164337199.jpg
토종고추 금패황양각초


KakaoTalk_20180819_164350939.jpg
조선오이


약손 손쓰기의 원칙 2-2


지난번 포스팅에서 기공원리의 손쓰기 의미를 개략적으로 설명 드렸습니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정의하는 기공氣功과 명상冥想에 대한 의미와 두 개념의 미묘한 차이 그리고 기공 운용원리調身, 調心, 調息가 결국은 힘을 빼고 받는 이의 아픔을 공감하는 마음으로 사랑과 정성으로 손쓰기를 하는 것이라고 다시 정리하였지요. 이번에는 명상冥想에 대하여 좀더 초점을 맞추어 설명 드리겠습니다.


슬라이드5_2.gif

라는 것이 무협지에서 자주 나오듯이, 손으로 기를 발사하여 사람을 해치거나 고치게 하는 등 그런 신비스런 작용을 실재로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을 많이 하십니다. 그러한 체험이 실재로 신뢰할 수 없다고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약손에서는 막연히 기치료라고 아픈 사람의 몸에 닿지 않고 손으로 기감氣感을 직접 느껴 탁기濁氣/나쁜 기운를 빼주고 좋은 기운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하면서 바디스캐닝body scanning하는 행동을 지향하지 않습니다. 기계론적 실증주의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같은 보통사람들에게 이러한 행동은 자칫하면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보다는 손으로 아픈 몸에 직접 접촉을 통하여 기혈氣血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생명현상을 이루는 기본원소로 정, 기, 신, 혈, 이렇게 4가지 분류를 하였는데, 정과 혈은 물질적인 요소이고, 기와 신은 비물질적 요소로서 기는 생명에너지 및 그것의 활동작용, 신은 정신작용으로 이해하시면 될 듯합니다. 그러나 생명현상을 칼로 자르듯이 독립적으로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재로는 전체를 이루는 하나의 단면/모습일 뿐이지요. 그냥 특정한 부분을 묘사한 것이라고 이해해야겠지요. 데카르트이후 이분법적인 사고가 세계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효과적이긴 하였으나 이로 인하여 지나치게 세분화/전문화되다보니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에 길들여진 것 같습니다. 물질과 정신은 서로 독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한몸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정기신혈을 정신/기혈/정혈/신기/정혈 등으로 합쳐서 표현하기도 하지만 실재로는 전일적holistic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몸속의 물질대사로 피(혈)가 흘러간다는 것은 결국 에너지 대사작용이므로 기와 혈을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기혈의 흐름을 함께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손을 통하여 직접 아픈 몸의 상태와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고 손을 통하여 감각의 눈으로 살펴보는 것입니다.

촉식觸識, perception by contact은 불교에서 정의되는 용어인데 우리가 대상을 인지하려면 세 가지 요소가 함께 만나야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만나서 발생하는 새로운 인식활동을 촉식이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5가지 감각기관(눈/귀/코/혀/몸), 5가지의 대상(색/소리/냄새/맛/접촉), 5가지 감각(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이 함께 만나서 새로운 인식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어느 한가지가 독립적으로 있어서는 인식이 이루어질수 없습니다. 이러한 작용은 결국 ‘나’와 ‘타자’가 만나는 접촉을 통한 소통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접촉에서 일어나는 인식활동을 수행 재료로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 바로 알아차림 혹은 마음챙김sati/awareness/mindfulness/觀이라고 표현되는 명상冥想/meditation입니다. 따라서 약손 손쓰기에서는 손이 명상의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내 손에 있는 우주(정기신혈)가 아픈 사람의 우주(정기신혈)를 살피고 소통함으로써 명상을 연습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명상수행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아픈 사람의 고통을 함께 나누면서 사랑과 정성의 마음으로 잘 감싸고 짚어주고 주물러주면서 고통을 경감시켜주고 또한 그 고통(기혈 흐름의 정체/불균형)이 변화됨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약손 기공 혹은 약손 명상이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좀더 깊어지면 나와 타자가 함께하는 약손 명상기공이 되는 것입니다. 약손을 받는 이는 자신의 고통이 완화됨을 변화의 느낌으로써 관찰하고 상대방의 따뜻한 사랑과 정성의 온기를 느끼고 알아차림에 동참하는 것이지요. 나와 타자가 손을 통해서 관계/소통을 통해서 서로의 변화를 관찰하는 수련의 장이 되는 것입니다.


사본 -새 파일 2018-08-16_11.jpg

찡자여사(@zzing)께서 너무나도 기똥차게 그려주셨습니다. 손바닥에 눈이 달려있지요. 손이 두뇌/머리입니다. 손을 통해서 아픈 사람의 몸을 돌아다니면서 관찰하는 것이지요. 손에 팔과 다리가 달려있어요. 무엇을 관찰하지요? 아픈 사람의 몸을 손으로 살피면서 기혈흐름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쓰 마담찡자(@zzing)


약손과의 인연6


나의 뇌출혈 원인이 뇌정맥동 혈전증cerebral venous sinus thrombosis으로 뇌로부터 심장으로 돌아가는 정맥에 조그마한 피딱지가 있어서 흐름에 정체를 유발한 것이라고 했다. 조형촬영을 통한 시술을 거부하고 혈전용해제인 와파린wafarin을 꾸준히 복용하면서 피딱지를 녹여내는 것으로 치료방향을 결정했다고 설명하였다.

뇌출혈로 판단되어 입원한지 딱 1개월 만에 퇴원하였다. 코마 상태가 있은 후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겨진 후 오히려 머리가 훨씬 맑아진 기분이었다. 그러나 입원 기간 동안에 현대의학에 대하여 불신은 늘어만 갔다. 합병증인지 모르겠으나 오른쪽 눈꺼풀이 약간 파르르 떨리는 현상이 발생되었다. 이러한 것은 아마도 안면신경 어딘가에 약간의 오작동일 것이라고 생각되었고 실재로 며칠 지나니 잦아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딸꾹질이었다. 이상하게 간헐적인 딸꾹질이 생겨서 나를 귀찮게 했다. 불편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 성가셨다. 그래서 담당 주치의에게 말씀드렸더니 그건 자기도 모르겠다고 내과 전문의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 그는 내시경을 찍자고 한다. 즉, 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으니 내시경을 찍어보면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나는 또 거부했다. 딸꾹질이란 것이 횡격막에 문제가 발생해서 생길 수 있다는 것인데 내시경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인가? 물론 상관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의학지식은 없었지만 내 병의 원인은 뇌로부터 발생했을 것인데 뇌정맥동, 다시 말하면 심장으로 되돌아가는 정맥관의 어딘가에 피고름이 있는 것이고 거기에 연결되어 있는 신경다발에 문제가 생겨서 이와 관계되는 전신의 어딘가 특히 횡격막과 관련된 부분에 이따금씩 오작동을 유발하는 것이 아닐까? 중추신경의 시작점이 뇌가 아닌가? 담당주치의는 이렇게 대답했어야했다. 그러나 그는 딸꾹질은 단지 소화기관의 문제이니까 소화와 관련된 내과에서 살펴보면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니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거부하고 싶었다. 내시경을 찍어봐야 이상소견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쩌다 한번 씩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곤 한다. 한의학적으로 나는 이것을 경미한 기역氣逆이라고 판단한다. 이 역시 중풍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한의학에서 풍이란 열에 의해서 발생한다는 이론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설명할 계획이다.

지금 나는 현대의학을 불신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너무나 전문화가 되다보니 전체적인 시각에서 보는 조망이 부족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틈틈이 몸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몸을 기계로 판단하고 고장난 부분의 이상만 해결하면 정상화된다는 생각보다는 몸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관계를 무시하지 않는 몸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중에 전통의학을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현대의학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현대의학은 옳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옳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전통의학도 옳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옳을 뿐이다.



- 약손과의 인연은 여기서 마칩니다.

기와 사랑의 약손 요법 @peterchung의 에세이


들어가며/약손과의 인연
약손요법이란? / 약손과의 인연2
약손 손쓰기의 원칙(서언)/약손과의 인연3
약손 손쓰기의 원칙1/약손과의 인연4
약손 손쓰기의 원칙2-1/약손과의 인연5


KakaoTalk_20180311_224441541.jpg


Sort:  

천상 게으른 농사꾼이시네요.^^
가을 농사가 풀도 안나고, 벌레도 안 달려들고 너무 좋지요.

약손 이야기는 좀 어려웠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인 거 같아요.

그리고 카리스마가 있으신가봐요.
전 병원에 가서 의사가 하자는 검사, 먹자는 약 하나 거절하질 못합니다.
괜히 거부하면 의사랑 실갱이하다 끝내는 지게 되더라구요.
저도 하기 싫은 검사나 먹기 싫은 약은 환자의 의사를 존중해줬으면 좋겠던데...
아무래도 의학이란 것에 문외한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의사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하는 것이 좀 불만이더라구요.

저도 @gghite님이랑 비슷해요. 병원 가서 거절하는 건 못하거든요...ㅠㅠ
의심은 많지만 막상 대꾸는 못하는 소심한 1인....
하지만 나이 먹을 수록 약이 답은 아니라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얼마 전에도 감기로 약을 먹었는데 오히려 다른 곳이 탈이 났습니다..

약손에 대해 잘보고가요~~~~ 재미있습니다. ㅎㅎ
즐거운 월요일 되세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같은 인천주민이신거 같네요. 저는 부평삽니다. 히히.

배추 찌짐을 먹으시다니, 그 쪽 동네에서는 잘 먹지 않는 음식 아닌가요?

마누라 손을 자주 잡아 줘야겠습니다. 약손 요법이라고 하면서...^^

히히, 울 아버지께서 예천이 고향이십니다. 그래서 명절때마다 큰집에 모이면 배추전을 먹지요. 기똥차게 맛있습니다.

경상도 분이면 잘 드시죠.
저도 여기 바닷가로 오면서 안 먹더라고요. 그래서 집사람한테 가끔 해 달라고 해서 먹습니다. 소맥이랑 같이...^^

배추전은 경상도 사람이 아니어도 처음에는 신기해하다가 한번 맛보고는 그맛에 빠져버려요. 저같이 생태농법으로 노지에서 비료하나도 안주고 방치농업해서 얻은 배추는 질기면서 무쟈게 달아요. 그렇게 크지도 않아서 배추전해먹기 안성맞춤이지요. 그래서 다들 개조아라해요. ㅋㅋ

캐릭이 맘에 든다니ㅠ.ㅠ천만다행이예여

그냥보면 괴기스럽기도 하지만 손발달린게 개구염.
기생수처럼 손가락에 눈깔달리고 손바닥은 하트뿅 버전을 그려주신다면 👉👈

쥐피터는 졸라행보케

이제 곧 가을농사 시작인건가요?
농부?피터님 글 뚫어지게 보고 갑니다!
바이바이~~

농사 지으신농작물이 궁금했는데 잘보았어요.
토종 오이는 현재있는오이보다 작은가봐요.
올해는 너무 더워서 농작물도 살아가기 힘들었을것 같아요.
가을 농사를 기다려 봐야 겠어요 ^^

텃밭 아기들에게도 약손이 필요할 듯 싶습니다 ㅎㅎㅎ

눈꺼풀이 약간 파르르 떨리는 현상이 발생되었다.

이건 칼슘,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생기는 현상이 아닌가요??
전 종종 이런 현상이 있는데 아몬드와 치즈를 몸속에 넣어주면 사라지곤 해요.

Coin Marketplace

STEEM 0.19
TRX 0.14
JST 0.030
BTC 60787.79
ETH 3242.30
USDT 1.00
SBD 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