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에 대한 생각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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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은 논리를 견고히 다지는 작업입니다. 서로가 동원할 수 있는 지식, 정보, 사고력을 모두 끌어모아 견고한 논리를 쌓아가며 개인의 힘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지평에 닿는 과정입니다. 현대사회에서 토론도 하나의 겨루기처럼 여겨지곤 하지만 토론의 본질은 역시 개인의 사고의 폭에는 한계가 있기에 다수의 힘을 빌어 무너지지 않는 논리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토론의 본질을 망각하고 토론을 겨루기처럼 여기는 참가자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이 아는 정보를 숨기고, 상대를 함정에 빠트립니다. 천천히 상대를 유도하여 발언을 끌어낸 후, 숨겨 놓은 정보를 제시하며 상대를 억누릅니다. 요즘은 오히려 이런 행태가 권장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공개토론에서 상대가 모르는 정보를 이용해 상대를 무너뜨리면 "팩트로 중무장"이라는 찬사를 받고 무너진 상대 토론자는 "팩트체크가 미흡"이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상대가 제시한 정보를 토대로 자신의 주장을 수정하고 계속해서 논의를 이어가려는 토론자는 비굴하며 토론에서 패했다고 인식됩니다. 이것이 토론자들의 잘못인지, 관중들의 이처럼 무지한 태도로 토론을 지켜보기에 참가자들은 "패배자"라는 낙인이 두려워 이처럼 기만적인 토론자세를 지닐 수 밖에 없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토론에 앞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토론은 참가자 중 가장 정보를 많이 지닌 1명의 논리가 옳음을 증명하는 장이 아닙니다. 아무리 많은 정보와 높은 사고력을 갖춘 이라도 계속해서 남에게서 배울 수 있습니다. 개인의 사고의 폭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어린 아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지 않습니까?

이리 간단히 토론에는 승패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세상 일은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결과를 원합니다. 분명 완전히 모순되는 주장 2개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해도 양측 모두 충분한 근거와 논리를 지닌 주장이라면 "~처럼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라 주장하는 이도 있다."로 정리할 수 있음에도 답을 찾고 싶어합니다. 아니면 실제로 답이 필요한 순간도 있습니다. 가령 시행하거나, 시행하지 않는다에 관한 토론이라면 답이 필요합니다. 합의할 수 있기 전까지 시행하지 않는다고 하면 시행 하지 않는다는 측이 논의를 계속해서 질질 끌면 그만입니다.

이를 위해 존재하는게 다수결입니다. 대중들은 양측의 주장을 종합해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수결도 심각한 결함을 지닌 의사결정방법이죠. 역사적으로 인간의 인지를 뒤흔드는 위대한 주장은 소수에 속했습니다. 이들은 이러한 자신의 주장이 자신의 신변에 위협이 되는게 두려워 주장을 포기하거나, 가명을 빌리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민주사회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구성원이 모두 공정하고, 높은 사고수준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부족하면 휘둘리기 쉽습니다. 언론에 의해, 사회자에 의해, 특정 오피니언 리더의 판단에 의해, 개인은 스스로의 사고에 따라 결정하지 못 하고 이들에게 휩쓸립니다. 만약 공동체 구성원들이 모두 높은 사고수준을 갖추었다면 각 주장에 대해 알기 위해 정리해 줄 누군가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입니다. 스스로의 판단으로 지지하는 측을 정할 수 있습니다. 공정한 사고능력을 지닌다면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있으며, 나아가 자신이 지지하는 측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대중들의 생각이라고 옳은게 아닙니다. 민주적 가치를 높히 세우기 위해서, 민중의 판단은 충분한 사고와 논리 위에 세워져야 합니다. 다수가 옳다면 소크라테스는 죽어 마땅한 인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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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의 바람직한자세에 대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스로 반성해보게되네요.

민주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교육이라는 것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요즘은 무엇을 교육하느냐가 참 중요한거 같습니다. 인성교육이 우선시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요. ^^;;

저는 인성조차도 미뤄놓고서라도 사고력을 제대로 길러주었으면 합니다. 비인격적인 이들의 실체를 꿰뚫어 볼 지혜를 얻는 것이 단순히 인격적인 것보다 인간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실제로 그것이 인격적인 사회에 다가가는 길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토론에 참여하는 분들의 준비성에 대한 의견입니다. 사실 말씀 하신대로 사전에 관련 주제에 대한 다양한 검토를 하다보면 이미 어느정도 상대의 의견도 충분히 검증하게 된다고 봅니다.

오래전 공부하면서 과제로 '사형제도 폐지'에 관한 토론을 한 적이 있었고 그 때 다양한 사례와 '찬성''반대'의 간극에서 너무나 많은 공부를 하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오늘도 어떤 논의가 어떤 자리에서 있게될지 더 넓은 생각으로 임하도록 각오를 다져 잠시 생각 얹고 갑니다. 늘 감사합니다 😊

사형제 폐지는 좋아하는 주제입니다. 한번 kr-agora에서 뵐까요? ㅎㅎ

좋습니다. '사형제 폐지'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장 관계가 깊은 주제 중 하나입니다. 4차 산업이 가져다 주는 산업과 인간의 convergence 에서 점점 더 소외 될 인간의 모습에서 더욱 절실한 그 존엄성에 근거하여 나누면 좋을 듯 합니다.

지금 포스트 했습니다! 해당 주제에 대해 깊이 공부하셨던 미경님의 글도 너무 궁금합니다 ㅎㅎ

마감 싯점이 언제일지요? 오늘 낼 200여명의 한.중 기업인들이 모이는 제법 큰행사가 개최됩니다~^^
짬이 어떨지 조금 걱정입니다 <ㅠㅠ>

자유롭게 짬날 때 제시해주시면 됩니다 ㅎㅎ

네네 ~~ 정말 오늘은 정신이 없네요. 선발대인 제가 잠시후 공항으로 후발대로 오시는 43명 영접하러 가야 하구요 ~^^

저도 토론은 토론하는 상대방를 누르는게 목적이 아니라 상대방과 의견 교환을 통한 생각의 확장이라고 생각하는데 막상하게되면 그걸 잊어버리기 일수죠.

모두가 그럴거에요. 계속해서 되새기는 수 밖에 없겠지요.

좋은 말씀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말씀 잘 보고갑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또다시 생각에 잠기게 하는 신공이 있으십니다...^^

한분이라도 생각에 잠긴다면 목표는 이루었군요.

토론이 겨루기가 아니라 다수의 의견을 듣고 최선의(적어도 차악의) 해결책을 구하기 위한 거라는 점에 동의합니다. 토론을 빙자해서 싸우고 조롱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토론하기도 겁나요. -_-;

여러 입장이 대립할 때 이를 중재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 존재하지 않기에 어쩔 수 없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TV가 보여주는 토론이 흥미위주라
거의 VS 인게 큰거 같네요. 특히 대선 토론 같은거..

후보들 입장에서는 입장을 굽힐 수도 없고 상대 후보를 기만할 수 밖에 없습니다. 상대 후보의 주장이 타당하다 여겨 자신의 정책을 수정한다면 정책을 표절했다는 비방만 들을 뿐이거든요. 대선토론이 '흥미위주'에 포함된다는게 정말 슬픕니다.

뭐 사실 권력싸움이라 대선토론은 이미 토론이 아니라 전쟁이긴 하겠죠. 우리나라만 그런건 아니니.. 그런데 tv에서 토론의 이름을 빌려서 좋은 결말이 난건 보지 못한거 같습니다 ㅋ..
반면 스팀은 훨씬 낫지 않을까합니다. 우린 모두 공동체니까요
주장 좀 굽히는건 현실의 이익에 비할바가 아니죠

https://steemit.com/kr/@kmlee/xbyiw
사실 이 글에서도 이야기 했었지만 그저 낯 붉히기 싫어 결론을 내지 못 하는게 더 두렵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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