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그 해 겨울 - 순간의 만남에서 건져올린 이야기 다섯번째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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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해,  겨울

순간의 만남에서 건져올린 이야기 다섯번 째



    탄광촌의 겨울...  

탄광촌의 겨울은 유난히 길다. 조그만 유리 창문에는 성에가 가득 껴, 명은의 장난거리가 된다. 벽에서 뿜어져 나오는 우풍은 탄광촌의 겨울을 더욱 길게 느끼게 만든다. 그럴지라도 탄광촌은 밤새도록 활기가 돈다. 겨울을 지나는 동안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24시간 계속해서 돌아가는 광업소.. 탄광촌은 배움이 많든지 적든지 별 상관이 없다. 건장하기만 하면 된다.인생의 막바지 골목에 몰린 사람, 급히 돈이 필요한 젊은이 등, 전국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탄광에 와서 땀을 뿌리고 갔다. 당시 어느 직장보다도 두둑하게 책정된 일당은 막바지에 몰린 사람들에게는 붙잡을 수 있는 마지막 끈이었고, 어떤 사람에게는 하루 번돈을 하루에 탕진해 버리기도 했다. 갱도속에 탄이 묻혀져 있는 것처럼 탄광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묻었다.


손 등에 떨어진 눈이 스르르 녹듯이..


3교대로 진행되는 탄광 작업. 철도가 연결되고 난 후 광업소에는 새로 탄광일을 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어지간하면 대부분 막장에 투입이 된다. 용현은 처음 탄광촌에 일하러 온 사람들의 눈빛을 보며 자신이 처음 탄광촌에 왔을 때를 생각한다. 지푸라기라도 건지려는 심정으로 왔던 곳. 그 때의 마음을 그들의 눈빛에서 느낄 수 있었다. 언제까지 머무를지 모르는 사람들, 한 순간 인생의 마지막을 대할지도 모르는 탄광작업.
지하 700미터에 300km가 넘는 길이. 갱도 유지보수를 맡아 커다란 갱목을 등에 이고서 이동해야 하는 곳. 막장으로 들어가는 각종인차에 몸을 실은 용현은 생각에 잠긴다.

오늘도... 무사히 마무리 되어야할텐데..

정순은 곧 국민학교를 갈 생각에 들떠있는 명은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이제 2달만 있으면 학교에 가게 된다. 요즘들어 명은은 부쩍 학교를 찾는다. 기대감의 표현일 것이다. 먹고 살기 힘든 시기.. 한끼 밥 먹는 것도 걱정해야 하는 시기이지만, 아이가 컸을 때는 끼니 걱정은 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성공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갱도에서는 채탄을 하는 것보다 갱도가 무너지지 않도록 동발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갱도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유지보수를 해 가야 한다. 깊은 사갱을 지나 용현은 작업할 곳에 도착했다. 60kg 가량 되는 동발을 메고서 기어서 겨우 도착한 곳. 이곳에서 동발을 조립하고 세운다. 광부들의 생명선을 연장하는 것이다. 동발작업이 마무리되면 앞쪽으로 계속해서 채탄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동발을 세운 뒤 용현과 광부등은 갱도를 나갈 준비를 했다. 작업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갱도 입구까지만 나가면 다시 홀가분한 마음으로 장화를 씻을 수 있을 것이다.


연장을 정리하는 순간, 갑자기 갱도 안이 굉음과 함께 흔들린다. 용현 앞에 있던 지지목이 맥없이 꺽이는 순간 눈 앞이 새카매진다. 막장에서 작업했던 모습도.. 정순을 만났을 때도.. 명은을 낳고 나서 기뻐했던 기억도, 어린 시절 학교에서 공부했었던 기억들도 하나씩 하나씩 희미하게 멀어져 갔다.



그 날 정순의 얼굴은 명은이 지금껏 보지 못했던 슬픈 모습이었다.


 용현이 가족 곁을 떠났다. 갱도가 무너지는 사고였다. 사고를 수습하는 데 이틀이 걸렸다. 장례식에는 이전에 명은이 시장에서 보았던 노신사가 오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명은의 시신은 화장되어 한 줌의 재로 뿌려졌다. 정순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용현에게서 글씨를 배웠던 마을 사람들이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명은은 그 모든 것을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그날 본 정순의 얼굴은 지금껏 명은이 볼 수 없었던 슬픈 모습이었다. 하늘에서 한 송이 내려온 눈이 명은의 손등에 내려 스르르 녹아내렸다. 마치 눈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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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간의 만남에서 건져올린 이야기.. 다섯번째 이야기입니다. 지인의 삶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소설형식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름은 가명이며, 세부적인 사건은 상상이 가미되었습니다. 연재를 해 가면서 탄광촌에는 제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수많은 눈물과, 땀과, 슬픔을 감내하며 수고하신 분들에게 위로와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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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탄광촌 꿈이 시작되다. https://steemit.com/kr-pen/@jsquare/66vya7-1
#2 현실 그 이상의 가치를 바라보며 https://steemit.com/kr-pen/@jsquare/6ww8b6-2
#3 장마가 지나가면 https://steemit.com/kr-pen/@jsquare/3qbcah-3
#4 새로운 연결 https://steemit.com/kr-pen/@jsquare/6djrwn-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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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 post is very interesting and good post boss

Thank you~^^

탄광촌.. 갑자기 배용준이 나왔던 옛날 드라마가 떠오르네요. 탄광촌 배경이었는데.. 경험해보지 못한 환경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상상치못할 사건들이 두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갱도가 무너지다니 얼마나 무서울까요..

지인의 어렸을 때 이야기를 들으며, 탄광촌의 모습을 상상해 보게 됩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종종 소개되었던 이야기는 수많은 일들 가운데 일부분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탄광작업이야기를 보며 왠지 가슴이 먹먹했는데 결국 ㅠㅠ

지인분은 그 시절에 아버지를 잃으셨더군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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