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장마가 지나가면 - 순간의 만남에서 건져올린 이야기

in #kr-pen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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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지나가면..

순간의 만남에서 건져올린 이야기 세번째



    길었던 장마  

그해 여름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왔다. 장마비가 한참 쏟아질 즈음 광업소 직원이 소식을 전했다. 앞으로 석탄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것과 가을에 석탄수송을 위한 철도가 개통되어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소식이었다. 탄광마을은 설레이기 시작했다. 정말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좋은 날이 올까? 시장통 식당에는 사발에 끊임없이 쏟아지는 탁주만큼이나 앞으로 있을 일들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삶은 바라는대로 펼쳐지지 않는다.


정순. 용현의 아내이자 명은의 어머니.
새벽 일찍 작업장으로 향하는 용현의 뒷 모습을 보며, 오늘도 아무일 없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도한다. 남편이 일을 하러 나가고 나면 자던 아이를 깨워 아침밥을 먹인다. 여느 아낙이 하는 것 처럼 설겆이와 집안 청소를 마치고 나면 마을 빨래터로 향한다. 탄광에 가면 일자리가 있다는 소문에 전국에서 새로운 사람들이 몰려온다. 조금이라도 게으름을 피우다간 마을 공동우물에서 물을 길어오는 것도 한참을 기다리게 된다.
집안 일을 어느정도 정리하고 나면 집 뒤편의 조그만 텃밭에서 호박 몇 개를 보자기에 싸서 시장으로 향한다. 마침 놀다가 들어오는 명은이 엄마 손을 잡고 시장으로 따라간다.

탄광마을의 삶은 정순이 생각했던 삶이 아니었다.
학식을 갖춘 남편이라 그래도 뭔가 고상한 모습으로 가정을 꾸려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전쟁은 상상할 수 있었던 모든 것을 송두리 채 바꾸어버렸다.
​하루 끼니를 거르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로 삶은 무너져내렸다. 돌파구는 커녕 하루 생존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중 남편이 탄광에 가면 일자리가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바로 짐을 꾸려서 탄광마을로 향했다.
탄광에서 일을 시작한 남편은 밤마다 녹초가 되어 돌아왔다.
하루 작업량과 일당이 수시로 바뀌다보니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가족들 끼니가 해결되는 것 만으로도 숨통이 트였다.
시간이 지나 어느정도 작업에 익숙해진 남편.
어느 날 밤, 집에 마을 사람들이 서너명이 남편을 찾아왔다.
용현이 평상에서 마을 사람들에게 글씨를 가르치고 편지를 읽어주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지나자 글씨를 익힌 이웃이 직접 편지를 써서 읽어보고서는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인가 명은도 아빠 옆에 있으면서 글을 배우고 있었나 보다.
용현이 일터로 가고 나면 가끔씩 마당에 나무 막대기로 글씨를 써보곤 하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곤 했다.

정순은 시장통 한 구석에 보따리를 풀어놓고 사람을 기다린다. 시장이 생겨난지는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상인들의 눈초리에는 못마땅한 눈빛이 감돈다. 정순이 시장에 나온 이유는 물자가 귀하다보니 뭐라도 팔아서 살림에 보태야 하기 때문이다. 때마침 탄광마을에 외지인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보니 장사로 얻는 것이 생각보다 괜찮다. 때로는 손님에게 물건이 안 좋다는 핀잔을 듣기도 하고, 말도 안되는 가격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시장에서 장사를 한다는 것, 퉁퉁 부어오른 다리만큼이나 서러운 일이다. 명은은 이걸 아는지 모르는지 시장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면 신나한다.


 살아남으려면 독해지고 강해져야 한다.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삶을 살아가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주어진 현실을 살아가려면 서러운 눈물을 애써 삼키면서 강해져야 한다.
  짙은 먹구름이 하늘을 하루종일 덮었더니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 정순의 머리, 어깨위로 굵은 빗방울이 툭툭 떨어지기 시작한다.
장마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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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스팀잇에 소설 형태로 연재해봅니다. 이름, 세세한 배경등은 저의 상상이 가미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는 픽사베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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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탄광촌 꿈이 시작되다. https://steemit.com/kr-pen/@jsquare/66vya7-1
#2 현실 그 이상의 가치를 바라보며 https://steemit.com/kr-pen/@jsquare/6ww8b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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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고 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독해지고 싶지 않은데, 세상이 어쩔 수 없이 만드네요.ㅠㅠ

마냥 순하게만 살 수는 없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적응해가야죠. ㅜㅜ

보통 맘으론 살기 힘든 현시대입니다ㅠㅠ

지금도 살아가기가 참 각박한 시대이네요.

3회도 잘 보았습니다.
아내의 이야기도 조금 시작되는군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려운 시기에 어머니들의 역할이 참 컸음을 생각하게 되네요.

계속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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