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y의 샘이 깊은 물 -계산의 달인

in zzan6 years ago (edited)

img085 대문.jpg

이른 봄으로 기억한다.
누군가 얌채 주차를 해서 차가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차주에게
전화를 했더니 빨리 와서 빼준다고 한다. 그게 삼십분이 다 되어
간다. 길쪽으로 목을 빼고 기다려도 달려오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아버지와 아들이 주차장 옆에서 큰 소리로 다투고 있었다.
서로 자기가 옳다고 맞서는 모양이다.

아들은 왜 아버지가 그런 일에 신경을 쓰느냐, 내가 한두 살도
아니고 어련히 알아서 할까봐 그러느냐며 제발 가만히 계시라고
한다. 그래도 아버지는 꿍얼꿍얼 이게 아니라고 하며 주머니에서
무슨 종이를 꺼내 아들에게 내밀었다. 아들은 무조건 아무 걱정
마시라고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실 것 없이 드리는
밥이나 드시고 회관에나 다니시라고 한다.

얼핏 보기에는 아들이 정말 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계속 무슨 종이쪽지를 꺼내더니 이번에는 통장을 꺼내다
지팡이를 잡은 손을 놓치며 중심을 잃었다. 비척비척 넘어질 듯
하다 옆으로 벽을 짚으며 다시 중심을 잡고 바로 일어선다. 벽에
기댄 채 통장을 펼쳐 아들에게 보이며 지팡이로 땅을 쿵쿵 지르며
화를 분출한다.

아버지가 아들을 다그친다. 기름 넣으라고 준 돈으로 뭐 했느냐고
하니 오토바이 기름 넣고 다른 데 썼다는 대답이다. 아버지는 보일러
기름을 넣어야지 오토바이 기름을 넣으면 추워서 어떻게 하느냐고
하자 봄인데 춥긴 뭐가 춥냐고 하며 정 추우면 전기장판 깔면 된다고
되레 큰 소리다.

아버지가 통장을 흔들어 보이며 누나가 노인연금 찾으면 너 다 갖지
말고 십오만 원씩 갈라 가지라고 했는데 왜 네가 이십만 원을 갖고
나한테는 십 만원 밖에 안주느냐는 말을 가로막으며 명쾌하게 대답을
한다.

아버지 내 말 잘 들으세요. 그건 말이지요.
아버지 연금 삼십 만원 나오잖아요?
거기서 이번 달에 내가 이십 만원 아버지 십 만원
그러면 삼십 만원 맞지요?
그럼 다음 달에 아버지 이십 만원 내가 십만 원
봐요. 삼십 만원 계산 딱딱 맞잖아요.

아버지가 마른 입맛을 다시며 드문드문 말을 뗀다. 나는 이십 만원
한 번도 안 주느냐고 하자 또 재빠르게 답을 한다.

그건 다음부터 그렇게 하면 돼지 뭘 그래요.
계산만큼은 나 따라올 사람 없다니까

아버지는 더 이상 말 해봤자 소용이 없음을 알고 택시나 부르라고
하자 뭐 하러 돈 들여 택시를 부르느냐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몸도 잘 못 가누고 지팡이에 의지해서 겨우 움직이는 아버지를
오토바이 뒤에 매달고 진눈깨비 쏟아지는 길로 들어선다.

오십은 돼 보이는 아들이 아버지 몇 푼도 안 되는 연금을 알겨먹는
돈과 떳떳이 일해서 버는 돈과 어느 게 더 크고 보람 있는지 그
계산은 제대로 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계산은 정확하게 하고 산다는 아들의 목소리가 오토바이 소리보다
더 크게 울리는 기억을 지우려는 듯 진눈깨비가 앞을 가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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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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