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가 들려주는 말

in zzan4 years ago (edited)

지난 주가 돌아가신 아버지 생신이었다.
사시는 동안 고생도 많이 하셨고 동네에서도 무슨 일이 생기면 아버지를 찾아왔다.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아버지 손을 거치지 않는 일이 없었다. 그렇다보니 밤이고 낮이고 편히 쉬실 시간이 없으셨다.

평소에 건강하시던 분이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시다 큰 병원으로 가셔서 온갖 검사를 받으시다 세상과 이별을 하셨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일에 아버지가 더 이상 우리와 함께 계시지 않는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어떻게 장례를 치르고 아버지가 안 계신 세상을 살았는지 아득하다.

언제나 부지런 하셨고 그릇된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으시는 아버지는 어린 내게는 스승이시며 큰 산이었다. 무슨 일에나 남들보다 앞장서셨고 바른 길을 걸으셨다. 봄마다 논밭을 갈면서도 노인들만 사시거나 집안에 딸들만 있고 일 할 만한 남자가 없는 집을 빠뜨리지 않고 갈아주셨다.

이맘 때면 아버지는 새벽에 나가 늦은 시간에 소를 몰고 돌아오셨다. 나는 늘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아버지께 배웠다. 시커먼 논밭이 아버지의 손길이 지나면서 초록빛으로 물들고 꽃이 피고 기다리면 땅밑에서 감자가 밑이 들고 밭에서는 파랗게 일렁이던 보리밭이 어느새 금빛이 되었다.

며칠 전 조금 떨어진 동네에서 집앞 화단에 심어진 보리와 밀을 가꾸는 집을 보았다. 옛날 아버지의 보리밭은 아니어도 좁다란 화단에 심어진 보리는 나를 아버지께로 데려간다. 하늘을 배경으로 바람에 몸을 맡기고 흔들리는 보리와 밀 이삭들이 아버지의 말씀을 일깨우게 한다.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라.
정해 진 시간에 책을 읽어라.
그러나 하늘을 거스르면 모든 일은 허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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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탄이라고 하지요~~~
보리밭을 보시면서 느끼시는 시선이
공감됩니다~~~

가을 보다는 봄이면
아버지 생각이 더 납니다.
논 밭에서 일하시던 모습이
누에 선해요.

아버지께서 남기신 말씀이 가슴이 와닿네요
저도 꼭 실천해야겠습니다.

아버지 생신무렵이면
마음 추스르기가 힘들어요.
세월이 가면 무디어 질 줄 알았는데 ...

효심이 지극하셔서 ㅠㅠ
못난 저는 한 번 찾아 뵙지도 못하고 매번 불효만 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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