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여유@jjy

오늘은 창작교실 문학기행이 있는 날이다.
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다 잠시 눈을 붙이고 일찍 깬다.
늦는 것 보다 났다는 마음에 서둘러 집을 나선다.

거리는 아직 잠에 빠져 있고 먼 산은 골안개가 산허리를
휘감고 봉우리까지 손을 뻗친다. 새들만 높은 하늘을 무리지어
날아가며 하루를 시작한다.

말복이지만 구름도 많고 새벽 공기는 시원하다.
벌써 며칠 전부터 수돗물 온도가 달라진 것을 느끼면서
아무리 더워도 이제 며칠만 견디면 더위도 슬슬 꽁무니를 빼고
있음을 실감한다.

말복 지나고 열흘이면 높은 바람이 난다고 하시던 어른들 말씀을
떠올린다. 어린 마음에 왜 높은 바람이냐고 하니 더위가 물러가고
선선해 질 때 찬바람 분다고 하면 겨울을 춥게 난다고 하시는
말씀은 무슨 일에나 지나치게 반응하지 말고 유순하게 지나라는
뜻이라는 걸 알게 된다.

스포츠쎈터에 도착하니 불은 켜 있어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
오랜만에 주변을 돌아본다. 여유 있게 다시 하늘을 보며 구름의
방향도 보고 어제 내린 소나기에 똘똘하게 여무는 대추도 가까이
가서 아는 체를 해본다.

예전 같으면 문을 늦게 연다고 불평을 했을 터인데 뜻밖에 주어진
여유를 갖고 주변을 둘러보니 조그만 동네의 달라진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 말 중에 틈이라는 말이 있다.
나도 대체로 틈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스스로 틈을 만들지
못하는 나에게 주어진 틈을 요긴하게 쓰는 아침이다.

그래봤자 열흘 남은 더위에지지 말고 오늘도 모든 사람이 여유있게
좋은 하루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