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언제라도 인제에 가시거든

in #kr6 years ago

언제라도 인제에 가시거든 @jjy

아련한 보랏빛으로 추억을 되새기는 하늘이 오늘따라 가깝다.
들길은 짙은 초록으로 서 있지만 창밖에선 바람이 실어 나르는
가을이 차 안을 기웃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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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명동백작 박인환의 고향을 찾아가는 언덕길과 몇 개의
길고 짧은 터널은 그의 짧았던 생애처럼 빛과 그림자로 이어지는
길을 지나 박인환 문학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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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우리를 맞아주는 박인환시인의 동상에서는 그의 작품을
들려주고 있었고 그의 연보를 만나게 된다.

문학관 안에서 그가 외로움과 동경을 말하던 곳과 그가 술잔을
기울이고 커피를 마시던 봉선화 다방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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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서사의 유리창 앞에 서 본다.

세상을 떠나기 열흘 전에 찾아 갔던 첫사랑의 무덤
가슴에 묻은 첫사랑을 떠올리며 서른 한 살의 생을 접고
망우산에 묘비번호 102308을 가졌을지도 모르는
명동백작 박인환의 고향에서 시를 읽다 그 이름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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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길목을 강원도 인제에서
목마를 타고 떠난 박인환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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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면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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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네요.

벌써 가까이 와 있습니다.

박인환 문학관이 인제에 있었군요.

인제엔 볼거리가 꽤 있어요.
봄이면 곰배령 야생화 탐방도 좋아요.

31살에 죽었다니 참 아까운 생이었네요.

술을 좋아하고
불규칙적인 생활에서 오는 원인도 있겠지만
아마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도
그의 요절에 한 가지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까운 나이지요.

박인환 문학관을 들렸는데, 마침 휴관하여 아쉽게도 못들어갔던 ....

양구의 박수근 미술관도 꼭 들려볼만 합니다. ...

박수근 미술관
몇 해전에 다녀왔습니다.
담쟁이가 한참
바랑같은 담을 오르고 있던 날

그러셨군요^^; 억대에 팔린 그림들보다는 화가가 스러질때까지 손에 쥐고 있던 습작들을 전시하고 있어서 더 애착이 가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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