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수필] 일에도 미니멀이 필요할까?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들처럼, 정말 열심히 일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 불을 소등하는 일이 잦을 때도, 청소하시는 분마저 찾지 않은 주말에 사무실을 지킬 때도, 열심히 한만큼 돌아올 거라 믿었다. 첫 아이를 출산한 아내를 조리원에 홀로 두고 말뚝을 서면서도, 10개월이 채 되지 않은 아이를 두고 해외에 가면서도, 가장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믿었다. 그러다 문득 내 일상을 돌아보니 정작 중요한 나와 가족은 빠져있었다.
이상했다. 나는 분명 가족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정작 중요한 가족은 왜 멀게만 느껴질까? 나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하고 있는 걸까? 내가 일하는 이유. 그것을 찾고 싶었다.
그즈음에 아내와 함께 미니멀라이프를 접했다. 비우고, 비우고, 비우다, 어느 날 일에 대한 욕심을 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이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을 결정했다. 그동안 외롭게 내버려둔 가족들에게, 그리고 조금은 지친 나에게 회복할 시간을 주고 싶었다. 물론 경제적인 불안과 사무실에 있는 내 책상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남아있었지만.
어쨌든 살아졌다. 꼬박 꼬박 들어오던 급여가 사라졌어도. 휴직수당으로 지급되는 90만원과 모아둔 돈, 가끔씩 프리랜서로 일하는 아내의 수입 덕분에 넉넉하진 않았지만 우리 네식구가 먹고 살기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많이 변했다. 얼굴 한 번 제대로 보기도 힘든 가족과 하루종일 함께 있으니 불안은 평안으로, 두려움은 즐거움으로, 무표정은 미소로 점점 바뀌었다. 마음이 평안하고 즐거움에 가득 차 웃을 일이 많은 일상. 그때서야 우리들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 행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육아휴직 1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365일이 퇼.퇼.퇼.퇼. 이렇게 지나간 기분이었다).
회사에 복귀한 후, 간절하게 취업 준비를 했을 때 마음으로, 열정으로 가득 찬 신입사원의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인사고과나 승진에 대한 욕심을 비워서 그런지 정말 일할 맛이 난다. 일에 점점 속도가 붙는다는 사실이, 모르는 걸 새로이 알게 된다는 사실이, 이렇게 재미있는 건지 미쳐 몰랐다.
달라진 건 또 있다. 물건 비우기를 처음 시작할 때처럼 필요한 것, 애매한 것, 불필요한 것으로 나누고 정리하다보니 책상이 깨끗해졌고, 업무효율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내가 이렇게 일을 잘했었나? 라고 착각할 정도로 일이 수월해졌다. 비우기 기본 법칙이 물건 버릴 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폭 넓게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도망가려고 짐 다 치워놓은 거야?"
내 책상을 보고 선배가 농담을 던졌다. 책상 정리를 잘하니까 일도 잘 정리되고 불필요한 것이 없으니 불필요하게 힘 쓸 일이 없어서 오히려 집중이 잘 된다고 답했다. 팀장님이 "이과장 보고 좀 배워!" 라고 말해서 뿌듯했다(이 맛에 미라한다 ㅎㅎ).
일에도 비움이 필요하다. 100세 시대에 몇 살까지 일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중에 1년, 조금 천천히 간다고해서 손해볼 거 별로 없다. 오히려 긍정적인 변화와 간소한 삶으로 인해 더 행복하고 질 높은 일상을 보낼 수 있다. 적어도 나의 경우 그랬다.
모든 직장인들이 반드시 미니멀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너무 일에 매달리지 말고 각자의 모습으로 일과 일상을 즐겼으면 한다.
진솔함이 묻어나는 좋은 글입니다. 미니멀 좀 실천해야지 하는데 잘 안되네요. ㅜ
도잠님 이미 미니멀하신 거 아니었나요~?^^
멋진 팥쥐형. 팥쥐형 글을 읽으니 비움이란건 일단 마음비움부터 시작이 되어야 하는 것 같네.
맞아요 호돌형
마음을 비우면 편안해집니다~^^
사무실 제 책상과는 완전 다른 모습이네요~ ㅎ
비슷하지 않을까요?ㅎㅎ
글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드네요~
미니멀한 삶이 물건에만 적용하지 말고 마음에 적용해봐야겠어요 욕심을 버리고 살면 스트레스도 덜 받을것같아요^^
요리하시는 거 보니 미니멀고 절하실 거 같아요!!
깔끔하게 정리정돈이 되면
일도 더 잘 될 것 같습니다.
맞아요 정리가 잘되니 일도 잘 되는 거 같아요~^^
말로만 하는 건 쉬워요. 그런데 파치님은 가족을 사랑한다. 가족이 소중하다라는 걸 삶으로 행동으로 보여주셨어요. 그래서 너무 멋지다고 생각해요. :D
감사합니다 꼬물님~!!
사무실 책상을 저정도로 관리하시다니
모든 면에서 탁월하신 에핏님
칭찬 받아 마땅합니다.
감사합니다
스완님 칭찬에 춤 추고 있어요~^^
나야 솔로라 부담없이 다 내려놓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거 하면서 행복을 누렸지만 팥쥐형은 쉽게 내릴수 없었던 결정이었을텐데 멋진 결과로 돌아와서 다행임
나니까 이정도 하는 거 아니겠어?ㅋㅋㅋㅋㅋ
흐앵ㅋㅋ나도 미라하고 싶은데. 팥쥐형 따라가기 으쌰으쌰
찡여사도 미라 가즈아!!
스팀잇 미니멀리저(?)의 원조(누구맘대로?)인 제가 다 부끄러워지는 책상 샷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