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steemCreated with Sketch.

in #steem2 months ago

유산/cjsdns

지난겨울부터인가 그랬다.
걸으면서 하기에는 글쓰기보다는 듣는 것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에 시작한 게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옛날에 읽었던지 아니면 읽고 싶었어도 못 읽었던 책들을 비록 귀로 듣는 것이기는 하지만 지금 만날 수 있어 무척 행복하다.

오늘도 그렇다.
오늘은 단편을 듣게 되었다.
단편이니 여러 편을 듣게 되는데 그중 옛일을 생각하게 하는 이해의 선물을 만나게 되었다.

소설을 듣는 동안 아니 듣고 나서도 가슴에는 따듯한 게 남아 나의 옛날을 생각하게 된다. 폴 빌라드의 이해의 선물은 어른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잘 이야기해 주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소설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 되어버린 거 같아 안타깝다.
최소한 내가 어릴 적에는 세상에 가게들은 모두 아이들에게 그런 경험을 가지게 했을 거 같다.

내게도 그와 비슷한 경험이 있어 더욱 공감이 가는지도 모른다.
폴 빌라드의 이해의 선물에서는 작은 돈이나 돈으로 알고 있는 버찌씨를 가지고 와서 사탕이나 열대어를 사갔고 그 과정에서 아이의 순진함과, 그 순진함을 보전할 수도 있고 파괴할 수도 있는 힘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어른이 어떤 것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되는지를 잘 이야기해 주고 있다.

60년도 넘은 나의 나의 어린 기억 속에는 동네 구멍가게는 소설 속에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때 그 가게에서 사탕을 혹은 과자나 빵을 사면서 몰래 하나씩 더 가지고 나와서 동생들과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가게주인아저씨가 그걸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 알게 되었다.
그걸 가게주인아저씨가 몰랐던 것이 아니라 동네 아이들이 사탕이나 과자를 슬쩍하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들이 잘못되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모른 척했던 것이다.

그걸 알게 된 것도 내가 청년이 되어 서울서 생활할 때이다.
어느 해 여름인가 고향에 내려가서 동네 어른들을 위한 잔치를 해드리며 어렸을 때 이러저러했는데 그때 사실은 가게주인어른이 나의 그런 행동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아니라 알고 계시면서 모른 척한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그러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몰래 훔쳐 먹었다는 죄책감보다는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이렇게 동네 어른들을 찾아뵙고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고 한 적이 있다.

그때 당시의 가게주인 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래 맞다.
어찌 그런 것을 모르겠니, 동네 아이들 누구라고 할 거 없이 대부분이 그때는 다 그랬다.

그런데 그걸 잡아서 다구 치는 것보다는 모른 척하는 게 더 낫겠다 싶어서 모른 척하시고 오히려 아이들이 먹고 싶을 때는 한두 개씩 가져가라고 가져가기 좋은 곳에 진열을 하기도 했다고 하신다.
그래서 오히려 당신도 그때 그런 걸 지켜보는 게 행복했다고 하신다.

그랬다.
그때는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아이를 이해 가고 보듬으려 했다.
당시의 대부분의 어른들은 그랬던 거 같다.
그러나 지금은 도둑으로 몰리고 가정교육의 문제로 부각하고 몇십 배 몇 백배의 배상과 아이에게 큰 상처를 만들어 주는 경우를 보게 된다.

과연 어른은 어떻게 행동해야 어른인지를 알게 해 주는 이야기 이기고 한 폴빌라드의 이해의 선물, 소설 속에서 유산이라는 말이 한번 나오는데 나는 그 유산은 우리가 잘 물려받고 물려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어떤 경우라도 아이는 우리의 희망이고 미래이기에 더욱 보살피고 상처를 받지 않게 보살펴야 하리라.

2024/03/19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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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들을 귀로 들으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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