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in #steem19 hours ago

벌써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cjsdns

장마니 폭우니 해가며 비가 오는 걸 불편해하며 지내도 뜰에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심긴 모는 자라서 어느새 벼이삭을 고추 세워 내밀더니 며칠 만에 보니 고개를 숙여가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올벼 같기는 한데 그래도 자라는 폼이 물 위에 떠있는 보트를 밧줄로 댕겨오듯 세월을 끌어당기며 가는 것 같다.
한편 이렇게 세월이 빨리 가니 한 달 두 달이 아니라 계절이 변하는 것도 순간이요 일 년이 사라지는 것도 순삭이다.
육지 동물 중에 제일 빠르다는 치타도 세월보다는 빠르지 못하지 싶다.

그러니 천수를 누린 다해 도 긴 세월이 아니란 생각이다.
94까지 장수를 한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그의 묘비명은 길지 않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도 한다.

그렇다 해도 산다는 게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닌듯하다.
일단 부딪쳐 보는 것이 뭉그적거리며 미루기만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인생에는 정답이 없어 보인다.
역설 적으로 모든 게 정답이지 싶다.

결국은 죽는다는, 어떤 형태로든 종말은 온다는 것을 그것을 슬기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인생을 산다면 어떤 인생을 살던 잘 사는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그렇다 해도 늘 남는 아쉬움이 있겠지만 아쉬움이 없다면 그 또한 사람의 생을 산 것이 아니지 싶다.

이리 보면 사람의 생이란 게 그냥 흘러가는 강물 같은 세월에 던져진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러니 세월 속에 나는 강물이나 다름없을 터 그냥 흘러 흘러가는 것이고 나룻배를 뛰우던 버들잎을 뛰우던 인연 따라가는 것이니 그 인연 속에서 악연이 없다면 악연을 만들지 않는다면 그보다 좋은 것도 없을 거 같다.

벼는 고개를 숙여가고 있다.

감사합니다.
2024/07/29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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