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의 영어 이야기] #20. 영어 독해, 무엇을 어떻게 읽을까? - 2편

in #kr-english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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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길더라도 재미있는 글이 뭐 없을까?


지난 시간에는 독해집과 영자 신문을 이용하는 독해에 대해서 간략히 다뤄봤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이다. 독해집이나 영자 신문을 꾸준히 읽으면서 독해 실력을 갈고 닦게 되면 이제 서서히 다른 곳에도 눈이 갈 것이다. 좀 더 긴 글, 좀 더 재미있는 글이 뭐 없을까, 하고 말이다.


무엇을 읽을까?


영어 잡지


독해 실력이 어느 정도 길러졌다면 영어 잡지를 보는 것도 추천한다. 일단 잡지는 기사 한 꼭지의 양이 신문기사보다 훨씬 길기 때문에(짧은 것도 있지만 대개 3~4 페이지를 넘는다), 독해 실력이 중급 이상 되시는 분들이 도전하시는 게 좋다. 얼핏 봐도 읽기 어려울 거 같은데 왜 잡지를 읽어야 하느냐고 궁금해하실지도 모르겠다. 다른 것도 그렇지만, 영어도 어느 정도 실력이 닦였다면 조금 더 어려운 것에 도전을 해봐야 한다. 그래야 실력이 더 느는 법이다. 맨날 설명이 다 나와 있는 (그리고 단어까지 다 찾아져 있는) 독해집이나 짤막한 신문기사만 읽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자꾸 도전을 해봐야 실력이 는다.

하지만 하기 싫은 걸 실력을 늘리기 위해 억지로 잡지를 본다고 생각하진 마시길. 잡지에는 생각 외로 많은 장점들이 있으니. 첫째, 잡지는 다양한 분야로 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잡지를 골라서 볼 수 있다. 정치, 경제, 영화, 패션은 물론이고 뜨개질, 인테리어, 정원 가꾸기, 자동차, 피트니스 등 매우 다양한 주제의 잡지들이 있다. 아무래도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의 글들만 모아놓다 보니 더 재미있게, 질리지 않고 읽을 확률이 크다. 둘째, 일반 신문기사보다 조금 더 길기 때문에 긴 호흡의 독해 연습에 좋다. 셋째, 잡지는 여러 형태의 글을 접하기에 딱 좋다. 신문기사는 주로 사실 나열 위주인 반면(논설이나 사설은 다르지만), 잡지 기사는 그 형태가 좀 더 다양하다. 집중 취재나 르포 형태도 있고, 인터뷰 기사, 저자의 의견이 다분히 들어간 글이나 수필 같은 것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잡지를 골라서 읽어보자.


잡지로 영어공부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잡지 한 권 샀다고 해서 절대 처음부터 끝까지, 중간중간 광고부터 편집자의 에디터 노트까지 다 볼 생각은 절대 하지 말자. 지친다. 이것도 신문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잡지에서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읽고 싶어 하는 기사만 2~5개 정도 골라 읽는 게 좋다.

그런데 위에 말한 내용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절대, 절대, 절대, 처음부터 정기구독을 신청하면 안 된다는 거다. “잡지를 한 부 사는 건 비싸고, 정기구독을 하면 말도 안 되게 싼 가격으로 볼 수 있다. 집에 놔두면 언젠가는 볼 것이다.”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 당장 정신 차리시길.

잡지를 정기 구독하게 되면 내가 혹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건너뛴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지난 호를 받은 지 하루밖에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시간이 빨리빨리 흘러서 다음 호가 내 우편함에 와 있다. 아직 비닐도 뜯지 않은 잡지가 책상 위에, 책상 밑에, 엄마가 청소하러 들어오셔도 못 보시게 옷장 안에, 침대 밑에 수북수북히 쌓여갈 것이다. 그러다 결국은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포장도 안 뜯은 Times지 팝니다.”하고.

잡지를 처음 읽을 때는 정기구독부터 하지 말고 일단 한 부를 골라서 보는 게 좋다. 시간 여유를 두고 그 잡지를 해석해보는 것이다. 여러 잡지를 시도해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결정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저자의 기고문이 있을 때만 사서 봐도 좋다. 독해 실력이 충분히 향상돼서 다음 호가 나오기 전까지 다 읽을 자신이 생기거나, 잡지 내용이 너무너무 좋아서 모두 소장하고 싶다면 그때 가서 정기구독을 해도 좋다. 아니면 자신이 정말 정말 좋아하는 기사가 실렸을 때만 구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영어 원서


신문기사보다 좀 더 긴 잡지 기사까지 섭렵했다면, 이제 그것보다 좀 더 길고, 좀 더 다양하고, 좀 더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찾는다면. 독해의 마지막은 바로 책이다.

책은 확실히 길다. 아무리 짧은 책도 100페이지를 쉽게 넘는다. 그러니 웬만큼 영어 독해에 길들여지지 않은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도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평소에 책을 얼마나 읽는가 하는 것도 상관이 있다. 평소 우리말로도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영어로 읽을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또한 책은 진입장벽이 꽤 높은 편이다. 책의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책의 전반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책의 재미를 어느 정도 느끼려면 적어도 30~40 페이지는 넘어가야 한다. 처음 이 30~40 페이지를 채 읽지 못하고, 첫 고비에서 중도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신문기사나 잡지 기사야 아무리 길어봤자 3, 4 페이지면 끝이니까 그래도 하나는 끝냈다, 하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책은 처음 한 권도 제대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읽다가 단어 찾기가 힘들어서, 내용이 재미없어서, 지루해서, 진도가 안 나가서, 이해가 안 가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잠시 멈추게 되면, 그 길로 끝이다. 그 책은 다시는 펼쳐보지 못하게 될 테니까. 그리고 읽다 만 책이 있는데 또 다른 책을 사서 시도할 리도 없다. 이렇게 영어책 읽기는 그냥 물 건너가게 되는 것이다.



영어책은 이렇게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더더욱 자신이 아주 좋아하는 책, 끝까지 읽을 자신이 있는 책을 골라야 한다.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책을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비교적 짧고 쉬운 내용을 고르는 것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자신이 다음 장이 너무너무 궁금해서 단어를 일일이 찾아보는 수고를 하더라도 꼭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고 좋아하는 책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 권을 끝내 놓고 나면 그 성취감과 뿌듯함은 말로도 다 할 수 없다.

책 읽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왜 꼭 책을 읽어야 하는지 궁금하실 수도 있다. 일단 책에는 온갖 분야가 다 있다. 아까 위에서 잡지에 다양한 분야가 있다고 했는데, 책은 거기에 비교도 안 될 만큼 각양각색의 분야가 있다. 시사, 교양, 과학 등을 더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책도 있고, 추리소설, SF 소설, 로맨스 소설, 시, 그래픽 노블(만화)처럼 신문이 다루지 못하는 분야도 읽을 수 있다.

독해력이 상승하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며,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가 커지는 것은 덤이다. 책은 읽기의 끝판왕이다. 진입장벽은 높을지 몰라도, 한번 맛 들이면 헤어 나올 수 없는(아니, 나오고 싶지 않은) 행복한 개미지옥이다. 세상에 읽을 책이 이렇게 많다는 게 너무나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영어 독해를 위에 언급한 순서대로 해왔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독해집, 대학생 때는 신문기사, 그리고 나중엔 영어 잡지를 거쳐 지금은 영어로 책을 읽고 있다. 내가 경험한 방법이 독해 실력을 향상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다만, 독해 지문 하나를 해석할 때도 쩔쩔맸던 내가 지금 수백 페이지가 넘는 영어책을 즐기면서 읽을 수 있는 건 꾸준히, 내가 좋아하고 재미있는 것들을 골라서 읽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원론적인 얘기를 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이게 사실이다. 독해 실력이 하루아침에 늘지는 않겠지만, 자기에게 맞는 매체를 골라서, 자기가 좋아하는 내용을 꾸준히, 많이 읽는다면 여러분도 그 결실을 맺을 때가 분명 올 것이다.


"불이의 영어 이야기"가 모두 끝났습니다. 개략적으로나마 문법, 발음, 듣기, 말하기, 독해를 모두 다루었네요. 이제 여기에 내용을 더 보충해서 곧 전자책으로 출간하려 합니다.

조만간 또다른 영어공부 시리즈로 돌아오겠습니다. 새로운 시리즈도 기대해주세요. :)



[불이의 영어 이야기] 지난 글들 최근 5개 링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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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의 영어 이야기] #15. 왕초보들이 영어회화를 시작할 때

[불이의 영어 이야기] #16. 중급자들을 위한 영어회화 공부법

[불이의 영어 이야기] #17. 영어회화 중급자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

[불이의 영어 이야기] #18. 어떻게 하면 독해를 잘 할 수 있을까?

[불이의 영어 이야기] #19. 영어 독해, 무엇을 어떻게 읽을까? -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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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잡지에 대한 얘기를 보면서, 이건 한글 잡지보기에도 적용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전 우둔하게도 잡지를 사면 다 봐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었던 거 같아요. 필요한 부분만, 흥미로운 부분만 쏙쏙 뽑아보는 게 잡진데 말이죠.ㅎ 집에 있는 묵은 잡지, 언제 한 번 시간 내서 다 봐야지 하는 생각은 버리고, 자투리 시간에 발췌독 해야겠어요.
영어공부에 적용해야 하는데, 엉뚱하게 적용하네요.ㅋ

뭐든지 뽑아서 적용하세요. 제 글이 그렇게라도 효용이 생긴다면 전 좋습니다. ^^
저도 한때는 잡지를 모두 다 보려고 했는데, 욕심을 버리니까 어느 순간 편해지더라고요. ㅎㅎㅎ

와우 오늘도 배우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

심리학 원서를 한 달 동안 가열차게 읽었는데 지금 약간 정체기입니다. 이 글이 다시금 책을 펼쳐야겠단 생각을 갖게 하네요.

어려운 역사책 읽다가 지금은 다시 쉬운 소설책 읽고 있어요. 역시 쉬운 걸 집으니 진도가 잘 나가네요.

영어의 리더이자 빛의 조언. 늘 감사드립니다^^ 영어 신문부터 하나씩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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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스러운 칭찬입니다. ^^

영어를 읽을 수 있는 날이... ^^

쉬운 것부터 차근히 하면 돼요. ^^

코엘료의 like flowing river를 정말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단편집이라 골라 읽는 재미도 있고 문장도 어렵지 않아서 좋았던 거 같아요. 다음번 시리즈도 기대하겠습니다.~

저는 연금술사와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두 권 읽었어요. 단편도 재미있을 거 같네요.
다음 시리즈 기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오~ 전자책 대단하세요~ (╹◡╹)전 뉴욕타임즈 신문기사를 거의 안읽는거 같아요. 그림 사진만 휙 보고 그냥 처박아둡니다. ㅎ 쌓여가는 신문들 버리는게 일상이 되버렸네요.

바쁘고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는 기사 제목과 중간 제목만 봐도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사진과 더불어 함께 본다면 더 좋지요. :)

저만 그런게 아니었군요. 저는 한국어로 된 잡지도 예전엔 꼼꼼하게 다 읽었는데 요새는 거의 사진만 봅니다 ㅠ

고생하셨습니다. 불이님. :)

고맙습니다! :)

전자책 발간을 축하드려요! 브리님 글들을 읽으면서 도움이 됐던게 한두번이 아닙니다 ㅎㅎ 다음 시리즈에서도 영어에 허덕이는 저같은 사람을 구원해주시길.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

열심히 재미있게 써보겠습니다!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헉, 모두 끝났군요. 솔직히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찬찬히 다 읽어볼게요. 요즘 하루 10분씩 영어 받아쓰기를 하고 있어요. cake라는 어플을 통해서! (광고 아닙니다. ㅋㅋㅋㅋㅋ) 이렇게 받아쓰기하는 것도 다 bree님 덕분이에요. :)

하루 10분 받아쓰기라니 대단하세요. 공부를 하다보면 10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라는 걸 아시게 될 거예요.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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