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의 영어 이야기] #17. 영어회화 중급자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

in kr-english •  3 months ago

연필 영어.jpg



영어를 잘하려면 실생활 회화를 익혀야지!


앞선 글에서 중급자들은 서바이벌 잉글리시(survival English)에서 벗어나서 실생활 회화를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중급 정도라면 이제는 ‘친구와 영어로 수다를 떨 수 있는’ 실력은 갖추어야 할 테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말하는 게 실생활 회화일까?

우리말로 친구와 수다를 떨 때를 떠올려보자. 이 때는 당연히 격식을 갖추지 않고, 좀 더 편안하게 말을 한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실생활 회화에서는 군대 말투처럼 딱딱한 어투, 책에서나 볼 수 있는 문어체나 극존칭을 쓰는 대신 좀 더 쉽고 편한 말을 쓴다. 때로는 유행어나 비표준어를 쓰기도 한다.

요즘에는 우리말을 잘 하는 외국인들도 많아서 그게 그렇게 신기한 일은 아니지만, 아나운서 같은 말만 하던 외국인이 갑자기 “와, 짱이다!”라고 하거나 “외국 사람들도 혼밥 많이 해요.”라며 신조어를 써가며 얘기를 하면 우리는 “정말 우리말 잘한다. 한국에서 한 10년은 산 것 같다.”라며 놀라워한다. 간단한 유행어나 상황에 맞는 비표준어 한 두 마디로 그 사람의 언어 실력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영어도 마찬가진데, 얘기를 하다가 슬쩍슬쩍 슬랭을 한두 마디 써주면 외국인 친구들은 “와, 영어 진짜 잘한다!”며 엄지를 추켜세운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발생한다. 유행어, 비속어, 은어.


실생활 회화의 덫 - 유행어, 비속어, 은어


실생활 회화를 하다 보면, 더군다나 친구들과 격이 없이 수다를 떨게 되면 유행어나 비속어를 사용하게 된다. 때로는 표준어보다 상황이나 내 감정을 더 잘 표현해 주기도 하니까. 하지만 비속어는 실생활 회화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가끔 실생활 회화를 배우겠다면서 유행어나 비속어, 은어에만 집착해서 공부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이게 바로 중급자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이다.

유행어, 비속어, 은어는 실생활 회화의 전부가 아니다. 이런 말들은 친구와 수다를 떨 때 양념을 더해주고, 감칠맛을 더해줄 수는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영어회화의 맛을 확 상하게 할 수도 있다. 아래 글을 한번 읽어보자.


  1. 여기 음식 굉장히 맛있습니다. 또한 음식점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무척 귀엽습니다. 네? 고양이 알러지가 있다고요? 안타깝군요.

  2. 여기 진짜 짱 맛있어.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야. 게다가 여기서 키우는 고양이는 얼마나 귀여운지, 보면 살살 녹아. 뭐? 고양이 알러지가 있어? 안됐다.

  3. 여기 레알 존맛탱이야.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 글구 여기 고양이도 킹왕짱 졸귀! 뭐? 고양이 알러지가 있다구? 헐, 대박!


1번은 약간 딱딱하게 느껴진다. 마치 친구와 얘기하는 게 아니라 소설의 한 구절을 읽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2번은 어떨까? 친구와 얘기하듯 말하는 실생활 회화라면 2번이 딱 맞다. '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만 정도가 지나치지 않고,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몰라, 살살 녹아'와 같은 적절한 표현을 사용해서 구어체의 느낌이 확 살아난다. 반면 3번은 어떤가?


레알, 존맛탱,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 킹왕짱, 졸귀, 헐


굉장히 친한 중학교 2학년 친구들 사이라면 서로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성인이 이런 말투를 쓰면, 그것도 아주 친한 친구 사이가 아닌데 이런 말을 하면 그 사람이 좀 달리 보이는 게 사실이다. 말하는 상대에 따라, 상황에 맞게 말투를 고치고 다른 표현을 써야 한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딱딱한 문어체를 피하고 실생활 회화를 익히겠다면 2번 정도의 말투를 써야 한다. 비속어, 비표준어를 쓰더라도 어느 정도의 선을 지켜야 한다는 거다. 지나치게 비속어, 은어, 슬랭에 집착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3번처럼 말을 하게 될 수 있다.


미드에 나오는 표현이라고 함부로 쓰다가는 큰 코 다친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아주 친한 친구들과 얘기할 때는 3번처럼 말하고, 그냥 보통 사람들과 얘기할 때는 2번처럼 말하면 되지 않나? 우리말로는 이게 가능하다. 마치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평상시에는 표준어를 쓰다가 고향 친구를 만나면 사투리를 쓰듯이, 직장 동료들과는 2번처럼 수다를 떨다가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면 3번처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국어로 영어를 배워서 쓰는 우리 입장에서는 사람에 따라 1번, 2번과 3번을 휙휙 바꿔가며 말하는 게 무척 어렵다.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외국어를 배우는 우리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슬랭이 2번 말투이고, 어느 정도가 3번 말투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거다. 미드에서 봤는데 이 정도는 다 쓰더라, 하면서 따라 하던 슬랭이 실제로는 3번 말투여서 같이 대화를 나누던 외국인이 당황하는 일도 있다. 물론 미드는 영어회화를 배우는 아주 좋은 매개체이다. 허나, 미국 드라마는 우리나라 드라마와 달리 꽤 많은 비속어가 등장한다. 마치 영화가 공중파 드라마에 비해 더 많은 욕설과 비속어가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미드에 나오는 표현이라고 함부로 따라하다간 험한 욕설이 입에 붙을 수 있다.


실생활 회화와 구어체 영어를 익히다가 자칫 잘못하면 저렴한 3번 말투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실생활 회화의 표현들은 마치 살얼음판 같다. 조금만 방심하면 얼음장이 깨지고 저렴한 3번 말투의 강으로 빠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비속어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영어를 잘하는 친구(학원 선생님, 외국인 친구 등등)에게 그 표현이 어느 정도의 말투인지 확인을 받는 게 좋다. 혼자 공부를 하는 경우라면 가급적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서(다양한 교재, 다양한 미드 등) 영어를 배우면서, 해당 표현들이 어떤 상황에서 사용되는지 많은 예시 사항을 접해보는 것이 좋다. 정 불안하다면 그런 표현들을 공부해서 알아듣기는 하되, 사용할 때는 굉장히 조심해서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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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의 영어 이야기] #12. 한국 사람들이 자주 틀리는 영어 발음

[불이의 영어 이야기] #13. 영어 발음과 웹툰의 상관 관계

[불이의 영어 이야기] #14. 영어회화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불이의 영어 이야기] #15. 왕초보들이 영어회화를 시작할 때

[불이의 영어 이야기] #16. 중급자들을 위한 영어회화 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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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네요~ 불이님이 저렇게 많은 신조어를 알고 계시다니요ㅎㅎㅎ 그나저나 슬랭어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걸 생각하면 아직 더 노력해야겠습니다^^ㅋ

·

저 신조어들 모두 스팀잇 하면서 알게 됐어요. ㅎㅎㅎ
물론 글에서만 읽었고 직접 말하는 건 못 들었지만요.

자주자주 들여다봐야겠네요^^

·

네, 자주 들러주세요.
그러려면 저도 글 더 자주 써야겠네요. ^^

그러고보면 공부용 미드도 그래서 잘 고를 필요가 있을거같아요..

·

네. 가장 안전한(?) 건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시트콤일 거예요.
하지만 미드로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 공부는 뒷전이고 줄거리에 반해서 내용 따라가기 바쁘다는.. ㅎㅎㅎ

오홋! 영어공부 뽐뿌 오나요- ㅋㅋㅋ

·

뽐뿌질 열심히 해드릴게요. ^^

중급자가 아니라서...오류 범할 일이 없어서 좋네요!!!ㅋㅋㅋㅋㅋㅋ

·

그렇군요. ㅎㅎㅎ
모든 일에서 좋은 점을 찾아내시는 기린아님.

표준어를 쓰다가 고향 친구를 만나면 사투리를 쓰듯이....제발저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들려드리고 싶습니다...

·

저 사투리 쓰시는 분들 너무 좋아해요!!
대학 다닐 때 지방에서 온 과 친구들이 사투리 고친다고 애쓰는 모습 보면서 얼마나 슬펐는지..

야야님의 사투리 꼭 들어보고 싶어요. :)

ㅋㅋ 3번은 반은 뭔 말인지 몰랐음... 진짭니다....ㅠㅠ

·

2번과의 차이를 주려다 보니 3번이 너무 나갔나봐요. 책에 쓸 때는 3번을 좀 고쳐써야겠어요.

레알, 존맛탱,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 킹왕짱, 졸귀, 헐

레알은 아실 테고. (real, 정말, 입니다.) 존맛탱은 '진짜 맛있다'는 말을 저렇게 쓰더라고요. ^^;;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는 '끝내준다' 정도?
졸귀는 '진짜 귀엽다'
... 어렵긴 하네요. ㅎㅎㅎ

ㅎㅎ요새 넷플릭스 오렌지 이즈 뉴 블랙 열심히 애청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슬랭과 욕 천지라...ㅋㅋ
벌써 영향받아 집에서 남편이랑 오뉴블 영어 따라하고 놀아요...ㅎㅎㅎㅎ
주의해야겠네요 ㅠ.ㅠ ㅋㅋㅋㅋㅋ

·

남편분과 하실 때는 상관없을 거예요.
다만 그 영어 표현들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쓰지만 않으시면 됩니다. ㅎㅎㅎ

영어는 정말 쉽지 않다는 것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들의 문화까지도 알아야 이해가 가능한 문장들도 참 많더라구요~
저도 왕초보인지라 사실 저렇게 능숙한 표현에는 다가가지 못하고 있어요. 그냥 듣고 대충이라고 알아듣는 것에 집중하고 있답니다. 에혀.

·

그래도 꾸준히 하면 중급까진 가실 수 있을 거예요.
왕초보에서 초급, 초급에서 중급은 상대적으로 더 빨리 갈 수 있어요. :)

이거 참.. 영어는 해도 해도 ... 어려워요 ㅠ

·

다른 언어를 배운다는 게 쉽지는 않죠. ㅠ.ㅠ
그러니 이왕이면 좀 더 재미있게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격하게 공감합니다. 드라마에서 나왔다고
그것이 꼭 일상에서 언제나 어울리는 표현은 아니니까요.

·

네. 맞아요.
특히 미드는 한국 드라마보다 표현의 수위가 조금 더 센 거 같더라고요.

3번 예시를 보고 빵터졌어요 ㅎㅎㅎ 어쩜 예시를 잘 표현해주시는지 ㅋ 저는 아직 비속어나 은어를 쓸정도는 아니라서 ㅜ

·

3번 예시를 작성하는 데 고심했습니다. ㅋㅋㅋ
저도 은어는 알아는 듣는데 쓰지는 않으려고 노력해요. ^^;

좋은 지적입니다. 가끔 여기 사람들 중에도 영어를 굉장히 그런 식으로 하는 사람이 있어요. 아무한테나ㅜ 내가 원어민이 아닌데도 눈살이 찌푸려지더군요

·

뭐든 너무 지나치면 안 좋은 거 같아요.
과유불급. :)

미드에서 이런 속어 구별하는 게 넘 어려워요.ㅋ 이해도 전혀 안되고 들리지도 않고.ㅎㅎ
그래서 자막이 있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구하기가 어렵고..ㅋㅋ
들리는 거 아는 거 하나씩 차곡차곡 해야할 거 같네요 전.ㅎ

·

미드로 영어 공부할 때는 자막이 있는 게 좋아요.
영어 자막이든, 한글 자막이든.
물론 처음부터 자막을 보는 게 아니라 공부한 다음에 확인차 보는 게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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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고급말은 어려워서, 또 은어들도 저에게는 어려워서 (잘 안 외워져서) 안 쓰게 되네요.
뭔가 그런 걸 써야 영어를 잘 하는 거 같긴한데...
저렴해보이는 것보단 나은 것 같아서 이대로 계속 하렵니다..ㅎㅎㅎ
(실은 잘 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