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한 조각

in #zzan5 years ago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다.
처음엔 아픈 게 아니라 뜨거운 느낌이었다.
순식간 손목가지 뻗어오는 통증은 생각의 스위치를 껐다.

속이 꽉 차 겹겹이 포개진 밀폐용기 중에 하필이면 가운데 있는 통을
꺼내야 했다. 그럴 땐 보통 한 손으로 위에 있는 통을 들어 올리고 다른
손으로 필요한 통을 꺼낸다.

그런데 무게 때문에 재빨리 꺼내지 못하고 멈칫 했다. 그리고 평소대로
위에서 받치고 있는 손으로 밑에 있는 통을 받치려고 손을 놓았다.

잠깐 그 자세로 쩔쩔매다 식구들을 불렀으나 때마침 아무도 없었다.
자세를 고치고 통을 빼냈다. 손가락 마디는 살이 패이고 허물이 벗겨졌다.
피가 비친다. 한참 찬물을 틀고 손가락을 진정시켰다.

세수를 하면서도 가위질을 할 때도 상처를 피해 갈 수 없었다.
김치를 썰다 김치 국물이 묻기라도 하면 칼로 베이는 것처럼 쓰리고 아파도
그 때는 미리 각오를 해서 아픔을 조금은 덜 수 있었다.

정말 깜짝 놀라게 아플 때는 무심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길 때나 옷을
입으며 옷자락이 상처를 스치면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감싸 쥐게 된다.
며칠은 타이핑도 독수리 타법으로 그것도 뚜벅뚜벅 키를 두드려야 했다.

손가락을 다치니 잠시도 쉴 수 없이 고생만 시킨 손이 안쓰럽기도 했고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며칠을 아픈 손가락으로 온 신경이 갔지만 이번에도
바쁘게 보낸 시간이 좋은 약이 돼 주었다.

모든 상처는 사소한 부주의에서 온다.
때로는 큰 위험으로 번질 수 있는 사소함을 경계하지 않는 이상
상처에 노출 되어있다. 특히 우리 몸에서 많이 사용되는 부위가 위험을
떠안게 된다.

다친 상처가 그렇듯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닌
가까운 사이나 서로 믿는 사이에서 자칫하면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안고
돌아서는 경우를 본다.

사소한 말 한 마디, 사소한 행동이 보이지 않는 곳에도 상처를 남기게
되고 깊은 상처는 시간이 가도 씻을 수 없는 흉터로 새겨지는 일은
또 얼마나 큰 후회로 이어진다.


이미지: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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