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에서 뛰쳐나오는 법 : 나이에 연연하지 않기

4개월만 지나면 또 나이가 바뀌겠지. 어떤 이는 뒷자리만, 또 어떤 이는 앞자리까지 바뀔 수도 있을 2020년. 한국 사회에서 나이는 계급과 힘을 모두 가진 배지라 연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신기하다. 대체로 모두가 어려지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상대방보다 내가 더 오래 살았다 싶으면 반말이라거나 궁금하지도 않은 조언을 꺼내며 특권을 바라네.

한 달 전, 취업콘서트에서 “취업시장에서 여자는 25살이면 깜빡, 26살이면 깜빡깜빡, 27살이면 픽 죽어요. 남자는 여기 두 살 더 더하고.”라는 말을 실제로 들었다. 오, 이 말을 드디어 직접 경험으로 듣는 구나. 신기하고 놀랍기도 해서 인터넷을 켜고 웹툰을 봤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자신보다 나이가 높은 신입을 쉽게 대할 상사는 거의 없을 테니까. 그래도 중고 신입이라거나 계약직이 아니면 바로 정규직으로 뛰어 넘기 정말 어려운 세상에서, 정규직에서 3번 낙방한 27에게 나이라는 잣대 하나로 떨어뜨릴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내게는 배고픔처럼 쉽게 찾아오는 번아웃의 원인을 살펴봤고, 그 중 하나는 나이였다. 내게 늘어가는 건 살과 나이뿐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이건 내게만 적용된 게 아니더라. 다들 나이에 비해 한 게 없다고 우울해했고, 자신이 생각한 지금의 나이는 찬란하게 빛날 줄 알았는데 지금 나는 그렇지 않다며 슬퍼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우울감과 무력감을 나이와 연결 짓는다는 걸 깨달았다.

나이에 연연하지 말아라, 라는 말은 귀가 닳고 닳도록 들었으나 이번에서야 체득했다. 역시 뭐든 직접 깨달아야 성장한다는 사실은 옵션으로 톡 달려왔고. 8월 말이라거나 20대 중반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딱 둘. 신체나이와 마음나이에만 신경 쓰기로 했다. 일종의 꼰대 늦추기 프로젝트. 영영 꼰대가 되지 않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내 취향이 아닌 분야의 책도 읽었고, 아무리 피곤해도 하루 30분을 투자해 근력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했다.

오늘이 월요일인지 화요일인지 신경쓰기보다는 어제 이해하지 못한 문구를 오늘 알아차렸는지, 어제는 몰랐던 단어의 뜻을 오늘 처음 배웠는지. 여태껏 나이에 관해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나이에 비해 어려보이세요”였다. 얼굴에 초점을 가득 맞춘 나이에 관한 칭찬. 이제는 이런 말을 듣고 싶다. “나이에 비해 성숙해보이세요.”또한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으면. 노안이 아니라, 정신과 마음연령의 성숙도를 뜻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