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로부터 순수함을 배운다.

in #zzan4 years ago

어른이 될수록 순수함을 잃어간다고 생각했다.
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을 속이고, 법을 어기고, 성과를 만들어냈다.
바쁘다는 핑계로 어려운 이웃을 외면했고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불의를 외면했다.
'그래도 저 사람보다는 낫잖아.' 라고 상대적 우월감에 빠지거나 도피처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조금씩 달라졌다.
최소한 아이 앞에서만이라도 순수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훗날 우리 아이도 나이가 들면서 순수함을 잃어갈지라도 적어도 지금 이순간만큼은 나 때문에 순수함을 잃게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익숙해졌고 어느 순간 아이들과 함께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만큼 순수함을 되찾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아이와 함께 화단에 쪼그려 앉아 공벌레가 기어가는 모습만 보아도 신기했고,
아이와 함께 느리게 걸으며 주변을 기웃거리는 것도 재미있었고,
아이와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이웃과 반갑게 인사하면서 더이상 침묵 속에서 층수를 바라보지 않아도 되었다.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서 흙놀이도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옷이 더러워진다며 말렸었는데, 내 편견과는 다르게 흙은 온기가 있었다.
그리고 아이처럼 순수했다.
마지막으로 손에 흙을 뭍혀 본 적이 언제였던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 긴 시간동안 어른이라는 틀 속에서 불필요한 물건과 사상을 채우며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아이를 통해 순수함을 되찾는 것뿐만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욕심과 자만과 거짓과 무관심 같이 부정적인 감정을 조금씩 비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통해 또다른 모습의 비움을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이에게 좋은 스승이고 싶었는데, 알고 보니 아이가 나에게 더없이 좋은 스승이었다.

좋은 스승을 대하듯 아이들을 존경하고 사랑으로 대해야지!
비움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고 받아들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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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씀이세요~!!^^
아이들에게 늘 배우며 살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더 배우는게 많죠^^

세상 행복한 분이십니다.
지금도 스승이 두분이신데
곧 있으면 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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