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 TV를 처분했다

나와 아내는 티비를 거의 보지 않는다. 일 년에 네다섯번 정도 티비를 볼려마? 사실 결혼할 때도 티비를 사지 않으려고 했으나 어쩌다 한 번씩 집에 방문할 손님용(?)으로 구비했었다. 처음부터 우리에게 불필요한 물건을 들여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이들도 우리 영향을 받아서인지 티비를 거의 보지 않았다. 첫째같은 경우 가끔 포켓몬이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정도고 둘째는 티비 시청을 좋아하지 않아 매번 형이 티비를 볼 때는 나에게 달라붙어 놀거나 나에게 함께 보자며 투정 부린다.

재작년쯤 티비는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약정을 해지하려고 문의를 해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무슨 환급비용이 그렇게나 많은지 차라리 유지하는 게 나았다. 시간은 흘러 오늘 약정이 만료되었다. 아내와는 이미 이야기가 되었고, 아이들과도 티비를 없애도 되는지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나마 가족 중 티비를 자주보는 첫째가 마음에 걸렸으나 너무나도 쿨하게 티비 처분에 동의해서 일말의 미련없이 떠나보낼 수 있었다. 인터넷만 연장하고 티비결합은 해지 신청을 했더니 요금이 30%이상 줄었다. 재계약 지원금을 감안하면 거져 쓰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티비는 중고거래에 올렸는데 약간 네고를 해줘서 어제 오후에 판매할 수 있었다(돈 개념이 생기기 시작한 첫째가 자신의 몫을 약간 바라는 눈치다 ㅋㅋㅋ).

티비 하나 내보냈을 뿐인데 거실이 엄청 넓어졌다. 티비 선반겸 셋째 물건을 넣어둔 캐비넷과 식탁이 전부다. 아내는 캐비넷 위나 옆 공간에 아이 물건을 더 놓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좋아했다(집에 붙박이장이나 따로 옷장이 없고 행거만 하나 있기 때문에 셋째 물건을 놓을 공간이 조금 더 필요하기는 하다). 어쨌건 지금 우리집 거실은 우리 가족이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거나 가끔 공부를 하는 공간으로 부족함이 없다. 꼭 필요한 물건으로만 채워진 거실이 더없이 여유롭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따뜻한 봄을 맞이해서 집안에 쓰지 않는 물건을 더 정리하려고 한다. 내 물건 중 시계가 세 개 있는데 조만간 중고사이트나 스팀잇에 올려 판매해볼 생각이다. 꼭 판매가 아니더라도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나누어도 의미있을 것 같다. ^^

오늘 하루도 분에 넘치게 충분한 모든 것에 감사한 하루를 보낸다. 모두들 매 순간 기쁨과 즐거움이 가득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