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벌레 육아일기 #81] 떠나 보내기

in #zzan4 years ago

P20200610_210826754_9B52E8D6-8C14-4657-996F-5F300AD1D229.JPG

저번 주말 캠핑을 갔다. 첫째는 사슴벌레 2호와 3호도 함께 데려가자고 했다. 좁은 사육통에서 벗어나 자연속에서 함께 놀고 싶다고 했다. 아이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에 기쁜 마음으로 2호와 3호를 데리고 캠핑장으로 향했다.

2, 3호는 인기만점이었다. 동생네 아이들을 포함하여 캠핑장에 온 모든 사람들이 구경을 했다. 아이들은 낯선 곤충에 대한 호기심으로, 어른들은 어릴 적 추억으로 함께 관찰했다. 첫째는 늠름한 3호를 들어 모여든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설명을 해줬다. 3호의 가족 이력부터 무엇을 좋아하는지, 힘은 얼마나 센지 막힘없이 이야기했다. 그런 첫째를 보는 내 마음이 풍성해졌다. ^^

한참을 먹고 놀며 쉬고 있는데 동생네가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너리굴문화마을을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사슴벌레 체험을 시켜주고 싶은데 2, 3호를 주면 안되냐고 말을 꺼냈다. 나는 괜찮으나 역시 첫째가 걸렸다. 또한 2, 3호의 동반자는 엄연히 첫째였기에 첫째의 생각을 물어보았다.

"이모가 다른 친구들 오면 체험학습 해주고 싶어서 2,3호 두고 가면 안되냐고 하는데 윤이 생각은 어때?
"그럼 이제 못보는 거 아냐? 그건 싫은데...ㅠㅠ 그런데 여기 환경이 좋아서 2,3호도 좋아할 거 같긴 해. 아빠. 2,3호 두고 가는 대신에 여기 자주오자. 응?"

아쉬운 마음에 눈물까지 그렁거리던 첫째였지만 2,3호를 위한 선택을 했다. 아이 입장에서 쉽지않은 선택이었을텐데, 그런 결정을 해주는 첫째가 더 고마웠다. 분명 많은 아이들이 2,3호를 보면서 곤충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소중한 생명체로 받아들여 보호해 주겠지.

동생네는 첫째에게 고맙다며 책을 다섯권이나 선물해 주었다. 책을 받고 기분이 조금 풀어진 첫째는 2, 3호에게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는 돌아섰다. 집으로 가는 내내 3호처럼 힘 세고 멋진 사슴벌레는 없다며 말을 이었다. 내년 이맘때 3호의 후손들(집에 있는 알과 애벌레)이 3호만큼 멋지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아이의 소망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오늘도 세상 모든 아이들이 밝고 건겅하게 자라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

Sort:  

첫째가 아주 대견한 결심을 해 주었군요. 저희 아이들은 벌써부터 장이(장수풍뎅이 이름)앓이가 시작되었네요. 막내는 어린이집 갈때 계속 데리고 가겠다고..ㅜ 어제도 원장님께 부탁해서 데리고 등원했답니다.

부전자전 입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17
TRX 0.13
JST 0.027
BTC 59139.97
ETH 2676.50
USDT 1.00
SBD 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