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잡기 20-30] 타인의 고통(수전 손택)

in #zzan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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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대표 지성 중 한 분인 수전 손탁(1933-2004)은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는 묵직한 과제였다. 그러다 이번에 책을 집어 들었는데, 역시나 쉽게 넘어가는 글은 아니다. 아마 번역상의 문제이겠지만 문장이 길고 비유가 바로 와 닿지는 않는다.

자신이 태어난 미국을 신랄하게 비판하여 보수주의자들의 미움을 받으면서도 코소보 전쟁 같은 현장에 체류하며 인간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표지만 봐도 좌중을 압도하는 강렬한 눈빛과 연설이 연상된다.

<타인의 고통>은 우리가 자주 대하게 되는 '사진'과 그 사진이 담고자 했던 전쟁, 기아, 살인, 파괴 등을 멈추어야 할 이유를 이야기 한다. 저자는

'고통받는 육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은 나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만큼이나 격렬한 것이다. 수세기 동안 기독교 예술은 지옥의 묘사를 통해서 이 두 가지 기본적인 욕망을 모두 충족시켰다.'(65)

면서 인간이 잔인한 장면에 얼마나 호기심을 가지는지 지적하고, 그 사진들을 통해 동정과 연민을 지니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연민이 희미해진 자리에는 다시 무관심이 채워진다. 어떤 경우에도 사진은 '피사체를 변형시키는 경향'이 있고 '지나치게 메스꺼우면 안된다'는 암묵적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우리가 사진으로만 느끼는 현장의 생생함은 한계가 있다.

전쟁, 살인, 사건, 학살 등의 사진이 이제는 하루에도 수 천 장이 올라오는 온라인 동영상 시대가 됐으니, 우리는 이것이 현실인지 설정된 세계인지 구분도 모호할 지경이다. 감각이 더 둔해지고 관심도 줄어 준다.
그러기 때문에 '연민이나 감정이 쉬 변하여 시들해지기 전에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힘 써야 한다.

책 중간중간에 수록된 잔혹한 사진들 때문에 꿈자리가 사나웠다. 어떤 사진들은 잔혹함이 각인되어 계속 따라다닌다. 그래서 공포 영화나 전쟁 영화를 싫어하니, 역시 도피형인가 보다.

수전 손택/ 이재원 譯/2011/이후/ 16500원/사회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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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다독가 도잠님~!
저는 어려워서 도전하기 힘드네요 ㅎㅎ

모임의 주제 도서라 울며 겨자먹기로... 읽었어요. ㅎㅎ

원서들은 정말 번역가 잘 타야 책이 살아난다는걸 느낌
그나저나 저런책은 손도 못대겠던데 ;;

해외살이 오래한 오이형도 번역 한번 도전??
외국어 잘 하는 사람이 그렇게 부럽더라...

책읽기는 도잠인울 따를자가 없다는~~

별말씀을 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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