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밥상

in #zzan20 hou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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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 골짜기, 깊은 계곡을 따라 한참을 들어와서야 비로소 작은 식당 하나를 만났다.
간판에 적힌 이름은 ‘치유 밥상’. 여기서 차려주는 따뜻한 밥 한 끼를 마주하면, 정말로 마음의 상처나 삶의 피로가 씻은 듯이 치유되는 걸까.

그 투박하고도 다정한 이름 앞 조용히 발걸음을 멈춘다.
식당 이름을 가만히 읊조리다 보니 마음속에 묵직한 질문들이 고개를 든다.
도대체 사는 게 무엇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정말 잘 사는 삶일까.
우리는 매일 무엇인가에 쫓기듯 허둥대며 살아가지만, 그것이 인생의 전부일까 싶어 허무해지기도 한다.

반대로 아무런 걱정 없이 유유자적하며 흐르는 물처럼 사는 게 정답일까.
정해진 답이 없는 질문들이 계곡물소리와 함께 맴돈다.
시간은 쉬지 않고 흐르고, 날은 가고, 나이가 들수록 세월의 속도는 야속할 정도로 빨라진다.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 내가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 인간은 결코 세월을 붙잡거나 거스를 수 없는 나약한 존재다.

생각해 보면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다.
남들보다 앞서가겠다고 피 터지게 치열하게 살아가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게 살아가나, 결국 우리 모두는 인생의 종착역을 향해 간다.

그렇게 흘러가는 인생길에서 세상이 기억할 만한 거대한 흔적 하나를 남기고 가든, 혹은 내가 다녀갔는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살다 가든 결국은 다 똑같은 인간의 삶일 뿐이다.

대단한 역사를 남긴 이도, 이름 없는 들꽃처럼 살다 간 이도 세월 앞에서는 공평하게 사라진다.
인생이란 본래 그렇게 오고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깊은 산속, 치유 밥상 앞에 앉아 비로소 깨닫는다.
잘 살고 못 살고를 나누는 기준 따위는 애초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흘러가는 세월의 품에 나를 맡긴 채, 오늘 내 앞에 차려진 따뜻한 밥상을 온전히 음미하며 감사하는 것이 행복한 삶이 아닐까 싶다.

허둥대던 마음을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의 평온을 느끼는 것 자체가 이미 나에게는 가장 큰 치유이자 완벽한 인생이다.
말 그대로 치유밥상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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