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재밌는 게임
마지막 글이 2주 전이다. 세상에. 마지막 글 이후로 체감상 3개월은 흐른 것 같은데 고작 2주라니.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고, 감정과 생각은 쌓여만 간다. 늦기 전에 글로 남기자 글로 남기자 싶으면서도 도저히 정신적으로 여유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글을 쓰겠다고 폼을 잡고 있으니 정신적 여유라는 것이 이제는 생긴 것이냐? 아니, 그렇지도 않다. 쥐어짜서 짧은 혼잣말이라도 남긴다.
런던에서는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한국을 떠나기 전만 해도 런던 일정에서의 내 역할은 마법사님이 진행하는 다른 프로젝트의 어시스턴트일 뿐이었는데, 어느덧 그것은 춘자와 스팀시티의 프로젝트가 되어 가고 있었다. 마법사님이 제안한 프로젝트명은 Rendez-vous 2+3. 서울에서 할 수 있으면, 세계 어디에서든 할 수 있다. 미팅이다 뭐다 바삐 다녔다. 지하철 탈 때마다 100데시벨이 넘는 소음을 견디는 것은 내게 끔찍한 고통이었다. 지하철 안에서 내내 귀를 막고 있어야 했다. 런던 사람들 목소리가 무척 크다고 느꼈는데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청력 저하가 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영국 영어에 익숙해지겠다고 틈날 때마다 들었던 팟캐스트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재밌었다. 찰리.
그리고 다시 잠깐 빠리. 샤를로가 8번지에 입점 준비 중이던 쇼룸을 결국 못 보고 런던으로 떠났는데, 다시 빠리로 돌아와 마침내 만날 수 있었다. 그 이름은 Rendez-vous. 세상에, 이럴 수가. "예기치 않은 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르면 모르니 어쩔 수 없다 치고, 알면서도 못 찾아 먹으면 바보다. 그러니 미래의 내가 보내는 신호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빠리에서 두 번째로 예정된 일은 지난여름 카페 라다크 팝업 스토어를 찾아주었던 손님을 다시 만나는 것이었다. 인도에서 이미 지쳐 보였던지라 계속 앞으로 앞으로 걸어나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그는 이집트와 터키를 거쳐 마침내 유럽에 다다랐다. 브라보! 그는 약속을 지켜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말을 내게 듣기 위해 이 여행을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나 역시 그를 만나기 위해 빠리에 왔구나 생각했다. 샤를로가 8번지로부터 확답을 듣고,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야 할 곳에서 만났다. 됐다. 빠리 미션 컴플맅.
그리고 나는 지금 라다크에 있다. 빠리에서 라다크까지 논스톱으로 왔다. 누적된 피로와 장시간 이동, 차갑고 건조한 초겨울의 날씨, 이틀 정도는 죽었다 생각하고 쉬었어야 했는데, 이미 실크로드 거상의 마인드를 탑재한 나는 겁 없이 휴식 없이 바로 쏘다니다가 고강도 몸살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정말이지 난생처음 겪는 고열, 오한, 몸살, 두통, 콧물, 기침이 동시에 찾아왔다. 열과 근육통이 특히 심각했다. 밤마다 열이 났기 때문에 밤이 찾아오는 것이 무서울 정도였다. 공포에 떨며 온몸을 훑는 열과 싸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약을 먹고, 물수건을 이마에 얹는 정도였지만, 나는 그 치열했던 밤의 사투를 평생 기억할 것이다. 나흘 죽도록 아프고 이제는 기침만 한다. 이 기침이 반갑고 사랑스럽다. 승리의 표식처럼 느껴진다.
당연하게도 초모는 거상이 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런 초모를 현지 파트너로 두었으니 해내지 못할 것이 없다. 그녀의 엄청난 언변과 수완을 옆에서 지켜보며 매일 혀를 내두른다. 레나. 아는 것이 너무 부족하니 공부를 한다. 매일의 시장 조사를 마칠 때마다 짜릿함을 느끼며 초모랑 제자리에서 방방 뛴다. 정말 재밌는 시장이다. 수입과 수출에 대해서도 공부한다. 수입 통관을 위해 뭘 해야 하는지, 세금을 덜 내려면 뭘 준비해야 하는지, 수입자인 내 상황을 파악하기도 바쁜데 수출자인 라다크 사람들의 상황도 같이 살펴야 한다. 이들도 잘 몰라서 오히려 내가 가르쳐 주어야 할 때가 많다. 인터넷에 모든 정보가 있다. 친절한 사람들이 알기 쉽게 잘 설명해놓은 귀한 자료들이 넘쳐난다. 미친 듯한 검색. 읽는다. 편집해서 입력한다. 일단 한번 해보면 알게 되겠지. 그러고 보니 출판사 처음 시작할 때랑 똑같다. 재밌는 게임이다. 너무 너무.
홧팅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