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 도마뱀처럼
어깨에 담이 걸려서 며칠 고생했다. 허리나 목은 원래 주기적으로 아픈데 이번에는 통증이 유독 심해서 운동은커녕 가만히 누워 자는 것조차 힘들었다. 통증이 주는 괴로움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무력감이다. 모든 동작에 제약이 생기니 너무 무력했다. 무력감은 나에게 독처럼 작용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운전할 줄 모르는 채로 운전하다가 사고 내기, 시험 공부 하나도 하지 않은 채로 시험 보다가 시험 망치기, 이 두 개의 꿈이 내가 자주 꾸는 악몽인데 둘 다 무력감을 경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뜩이나 할 일이 많고, 그 모든 할 일을 개쩔게 완전 잘 해내야 하는데, 몸뚱이가 말을 듣지 않는 상태는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목이 돌아가지 않을 때는 억울해서 엉엉 울었다. 와 인간 몸뚱이 어디에 쓰냐 진짜 답 없네 하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의 몸뚱이 정말 하찮다. 세상의 모든 것이 위협이 될 수 있는데, 도구에 의존하지 않고는 자신을 지킬 방법이 거의 없다. 어미 배 속에서 열 달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것부터가 취약함의 시작인데 두 발로 걷기까지는 일 년이나 걸리며, 혼자 사람 노릇 하고 살려면 몇 년은 더 어미 곁에 붙어 있어야 한다. 단단하고 날카로운 이빨도 없어. 손톱 발톱도 마찬가지. 독도 없어. 그렇다고 힘이 세기를 한가. 시력도 청력도 나쁘니 예측하여 미리 움직일 수도 없다. 하긴 이미 움직임이 느려 터졌는데 더 멀리 보고 더 잘 듣는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위협이 코앞에 닥쳤을 때, 하늘로 날아가 버릴 수도 굴을 파서 땅속으로 들어가 버릴 수도 없다. 헤엄은 칠 수 있다고? 물속에서 숨 쉬는 법도 모르는 주제에 무슨. 그러고 보니 위협을 막아내기는커녕 스스로를 숨길 방법도 없는 것이다. 더위에도 추위에도 취약하다. 털도 없으면서 무슨 배짱으로 가죽은 그렇게 말랑말랑한지.
미드 <히어로즈>에는 세상을 구하는 초능력자들이 나온다. 그들이 가진 능력은 DNA에 내재되어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발현한 것이다. 초능력자 중에는 자신의 능력을 외면하거나 숨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개발하는 사람도 있다. 힘이 엄청나게 센 사람, 하늘을 나는 사람,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 시공간 이동하는 사람, 속마음을 읽는 사람, 신체의 모든 상처를 회복하고 통증도 느끼지 않는 사람, 손에서 방사능 나오는 사람, 기계와 이야기하는 사람 등 초능력의 종류도 엄청 다양하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능력을 흡수할 수 있는 초능력도 있다. 다른 능력들은 그야말로 '신비로운 초능력'인데, 통증 없이 훼손된 신체를 재생하는 클레어의 능력은 신비의 영역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클레어가 살을 뚫고 나온 갈비뼈를 무표정하게 다시 집어넣는 장면에서는 천적을 만나면 신체의 일부를 절단해 버리고 도망가는 어떤 생물의 모습이 겹쳐졌다.
무력한 몸뚱이와 몇 날 며칠 싸우면서 생각했다. 히어로즈에 나온 초능력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클레어가 가진 신체 회복 능력을 갖고 싶다고. 소염진통제 싫다. 통증 정말 싫다. 와식 생활은 이제 끝났다. 앞으로 몸에게 정말 잘하고만 싶다.
라라님의 허리와 목이 클레어처럼 빠르게 치유되어 유연하고 상쾌하기를 바랄게요. 몸에게 잘하기로 진짜 약속!
스텔라 필라테스 라이프는 무사히 진행되고 있어요? 저도 이제 한 달 했는데 내 몸 너무 심각해요. 아파서 시작했는데 더 아프다…? 이거 뭐죠?
필라테스 제게 잘 맞는 진심 좋은 운동이라 오래오래 해보려고 해요.
ㅋㅋㅋㅋ처음에 저도 너무 아파서 이거 잘못되는 거 아닌가 죽는거 아닌가했었는데 -
이젠 고통 후 개운함을 느끼고 있어요!
자세도 좋아지고 건강해진 느낌 느끼는데 조금의 개운함이 없으신가요?
엄청 개운하고 동시에 엄청 아파요. 아프니까 필라테스인가봐… 열심히 따라가고 있었는데 담 걸려서 일주일 쉬었지 뭐예요. 우리 바른자세왕이 되어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