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100]400번의 구타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5 years ago

한번 엉킨 것은 쉽게 풀어내기 어렵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시작된 거짓말은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꼬인 관계를 회복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모든 걸 바로잡기 위해서는 시간여행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느껴진다. 주인공 앙투안이 놓인 상황도 그렇다.
앙투안은 학교를 가고 싶지 않았다. 학교는 즐겁지 않다. 분명 영화의 내용을 따라가면 앙투안은 '비행청소년'에 해당된다.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학교에 나가지 않고, 큰 거짓말을 하고, 가출을 하고, 물건을 훔치고, 장물을 거래하려 했다.
그 모든 건 학교 대신 영화관에 가는 걸로 시작된다. 분명 당시에 부모와의 관계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친아버지는 아니지만 자신의 성을 준 아버지는, 어머니의 귀가가 늦는다고 남자끼리 시간을 보내자며 친근하게 굴기도 한다.

그 모든 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며 시작된다. 교사는 앙투안을 믿지 않고, 그런 교사의 추궁을 원치 않는 앙투안은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학교에 오지 못 했다고 한다. 그 거짓말을 알아차린 아버지는 그의 뺨을 떄리고, 앙투안은 이제 집에 들어갈 수 없다며 공장, 친구 집 등에 숨어 살며 도둑질을 시작한다. 우유를 훔쳐 마시고, 돈을 훔치다, 목돈을 만들어 바닷가로 도망가자며 조금 스케일이 더 큰 도둑질도 감행한다. 그와 친구는 아버지 회사에서 타자기를 훔쳐서 내다팔려고 했는데, 제 값을 받고 처분할 수 없게 되니 마땅히 처리할 방법도 없어 회사에 다시 갖다 놓으려다가 발각되고 소년원으로 끌려가게 된다.
앙투안은 나름대로 상황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 부모님에게 편지를 써서 심경을 전하고, 어머니와 제대로 대화도 해본다. 과학, 수학은 사는데 필요 없어도 프랑스어는 필요하다며 성적을 잘 받으면 돈을 준다는 말에 문학에 열정을 잠시 갖기도 하지만, 제출한 글이 표절이라며 낙제를 받게 된다. 그건 교사가 앙투안의 수준에 쓸 수 있는 글이 아니라며 무시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앙투안의 계속되는 거짓말로 그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이기도 하다.

제목 때문에 소년원에 가서 폭력이 시작될까 긴장하고 있었지만 뺨을 두어 대 맞았을 뿐이다. 아버지에게 맞은 것까지 하면 3번이다. 정신적 폭력이 그만큼 가혹했냐고 하기에도, '400번의 구타'라고 할 정도는 아니라서 영화가 몇 분 남지 않은 시점에, 그것이 오역일 것이라 느꼈다. 실제로 원제목은 '엉망인 행위', '별별짓을 다하다', '일을 엉망으로 만들다' 등으로 사용되는 관용구라 한다. 하지만 '400번의 구타'라 할 정도의 폭력은 없었어도 소년원은 극도로 억압적인 공간이었다.
그 공간을 견디기 힘들었던 앙투안이 할 수 있는 건 이번에도 도망이었다. 쫓는 사람의 기척도 점점 줄어들고, 어느새 앙투안은 추적을 따돌린 듯 보인다. 그 순간, 해변이 나타난다. 앙투안은 바다에 발을 적셨다가 이내 뒤돌아서고, 그런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영화는 끝이 난다.
그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 내가 느끼기에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앙투안의 주된 감정은 억울함이 아니다. 자신의 죄가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어른들이 무조건적으로 나쁜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는 어느새 모든 게 그렇게 망가졌다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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