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생긴 일] 로마에서 똥가방에 1패한 모세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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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보지 못하고 와버린 모세상입니다.
Michelangelo, one defeat by a leather bag.
아홉달 전 포스팅한 모세상의 숨겨진 비밀 <=클릭!!


ROMA & Moses' statue

We had to lick "City of the Century" through Rome in two days.

세계제국 로마인들이 온 세상의 돈과, 노동, 예술과 건축술을 쓸어 모아 만든 도시, 그리고 1000천년동안 전 유럽의 돈과 신앙심을 싹쓸이해서 만들어낸 나라 바티칸이 있는 로마를 며칠 만에 다 볼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서양미술사를 평생 집적거리며 살아야 할 저로서는 ‘유럽여행’은 빠를수록 좋은 투자였습니다. 그래서 십 수년 전 우리 가족은 무리를 좀 해서 유럽여행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제 여행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묵직한 카메라와 캠코더까지 둘러매고
그 ‘세기의 도시 로마’를 이틀 만에 핥고 지나가야 했습니다. ㅠㅠ 아이들도 어리고 이태리 말을 할 리 없는 저희로서는 부득불 ‘뭉쳐서 뜨는’ 패키지 상품으로 갔기 때문입니다.

가죽가방 vs 미켈란젤로

중세 천 년의 아집을 깨고 피어난 르네상스의 도시들, 그 천재들의 작품들을, 그리고 하나님의 조각가 미켈란젤로가 일생을 쏟아 남긴 수 많은 작품들을 똥가방 매장과 젤라또점들과 겸하여 저울질하며 감상해야 했으니
미술이 업인 저로서는 좀 아쉬움이 많이 남을 일정이었죠.

결국 박식함과 친절함을 심하게 겸비한 우리 가이드님에게 욕 들어 처먹고 만 일은 예정된 결말이었습니다.

아는 것이 많아 할 말이 많으신 우리 가이드님은 어디를 가나 “이리 모이세요~!” 하고는, 10m 이어폰수신기를 나눠주고 30분 설명 후 “20분 감상 후, 이쪽으로 이동하겠습니다.” 하는 패턴을 가지고 계셨죠. 하지만 배려심이 부족한 저는 만들어야할 자료와 찍어야 할 사진이 너무 많았습니다. 사실 저는 여행할 때 인물 사진을 거의 안 찍는 편입니다.

판테온이나 베드로 대성당에서는 건물의 구석구석과 조각들을 담아오고 싶었고 여행 일정에는 없었지만, 산 피에트로 인 빈콜리 성당의 모세상을 보고 싶었습니다. 모세상은 제가 아는 한 세계최고의 조각입니다. 인류 최고의 조각가 미켈란젤로의 최고의 마지막 역작이거든요.

가이드님과 일행들의 양해를 구해서 우리가족만이라도 시간을 내 보려 애 썼습니다. 하지만, 안 그래도 개인행동을 자주하던 저 때문에 미운털이 박혔을까요? 저의 희망은 가죽가방 쇼핑에 밀려 가볍게 무시되었습죠. 가죽 가방에 1패 당한 미켈란젤로가 속 상했지만 하는 수 없었죠. 비웃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쇼핑들 가시더니 스페인 광장에서 프랑스제 루이비똥 샵을 찾는것도 이상했는데, 그 똥가방 너무 비싸서 소품들만 사시더군요.

성 베드로 대성당과 헬레니즘조각들 - 바티칸

세계최대의 건축물 성베드로 대성당은 장식성이 강한 바로크 양식입니다. 정면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이중 기둥들이 줄지어 벽면을 장식하고 있고 지붕엔 거대한 조각들이 즐비하다. 앞쪽의 광장은 착시를 일으킬 정도의 열주들이 도열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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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ra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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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로렌조 베르니니는 1656년부터 1667년까지 성 베드로 광장을 설계하고 건축했습니다.
가이드님이 튜튼입구에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ㅠㅠ

“광장 오른쪽으로 신앙교리를 위한 성성과 17세기에 만든 우피지오 궁, 그 뒤에 1971년 바오로 6세가 제막한 교황 알현실 지붕, 그 사이에 튜튼 대학, ... 19세기에 지어진 팔라조 델라 카노나카와 돔이 있는 바실리카의 성물소가 있다. 바실리카 오른쪽에는 니콜라스 5세 탑, 스위스 근위대 막사와 함께 시스틴 예배당과 사도 궁이 있다. 바실리카 정면은 최근에 미국 카톨릭 자선단체의 도움으로 복원되었고 블라블라블라....

하지만 제 관심은 그런 네이버 형님이 알랴줄 '지식'이 아니었죠. 이 세계최대의 건축물 외관과 내부에 있는 어마어마한 세계적 컬렉션이었습니다. 그리스 헬레니즘기 조각을 압도적으로 많이 소장하고 있거든요. 슬쩍 먼저 들어갔습니다. 15세기 미켈란젤로의 혼을 빼버린 고대의 유물 앞에서 저 역시 넋이 나갔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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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니즘 조각의 정수 라오콘상

photo by @ra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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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론

photo by @ra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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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세이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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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피에타.

photo by @raah


트레비분수 VS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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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raah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수 트레비 분수를 앞에 두고 꼭 젤라또 가게를 가야 했을까요. 넵튠상과 로마시대의 조각들을 감상하다가 잠시 후 저를 데리러 온 아들과 뛰어야 했어요. ㅎㅎ

나보나광장에서 생긴 일

결국 나보나 광장에서 가이드님이 터져 버렸어요. 로마는 툭하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합니다. 이 화가들이 가득하고, 베르니니의 분수들로 장식된 광장의 설명을 시작할 때 저는 꼭 봐야할 것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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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장 중앙 한 켠에 17세기 베르니니와 경쟁했던 보로미니가 설계한 성 아네제 성당이 있습니다. 당시 바로크 건축의 역동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성당입니다. 정면 파사드의 종탑들이 곡선으로 물결치며 앞으로 돌출되어 있죠. 성당 바로 앞에는 베르니니의 4대강분수가 마주 서서 위용을 경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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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raah

바로크 시대 '세계의 수도'인 로마를 무대로 진검승부를 겨뤘던 베르니니와 보로미니는 명실상부한 라이벌이었다. 당시 최고의 건축가 보로미니는 건축 지식이 빈약한 베르니니가 성 베드로 성당 공식건축가가 된 사실을 참을 수 없었죠. 베르니니가 베드로 성당 종탑건축에서 보인 실수를 지적하여 보로미니는 2인자의 설움을 씻는 한편 새로 즉위한 이노켄티우스10세 교황의 총애를 받아 최고의 건축가로 군림하게 됩니다.

이때 이노켄티우스10세가 이 광장에 자신의 저택을 소유하고 있었기에 대대적인 정비에 나고 광장의 중심에 이집트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를 활용해 기념비적인 분수를 건설하고자 했습니다.
보로미니는 여기에 인류문명의 발상지를 흐르는 4대강의 분수를 세우자고 건의했고, 몇몇 예술가들에게 분수 디자인을 제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물론 그 안에 베르니니는 포함되지 않았죠.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놀랍게도 베르니니의 디자인이 채택된 것이죠.

이 결정에 대해 보로미니는 교황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4대강 분수의 아이디어를 짜낸 것은 그였고,교황의 명에 따라 그 자리에 어렵사리 관개공사까지 마무리한 것도 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벨리스크의 네 귀퉁이를 떠받치고 있는 네 명의 '강의 신'의 역동적인 자세는 매우 훌륭합니다. 조각에서는 베르니니가 한 수 위였죠.

이후 교황이 라이날디 부자에게 산타그네제 인 아고네 성당의 대대적인 개축공사를 명했는데 정면 파사드를 너무 높이 설계해서 돔 지붕이 가려지게 디어 결국 해고됩니다.

그래서 보로미니가 이 아름다운 파사드를 고안하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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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넋이 나간 저를 뒤늦게 찾아낸 가이드가 결국 제게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한소리 했습니다. ‘교양없고 문화재에 관심 1도 없이 사진만 찍으려는 싸구려 관광객’이 된 저는 그저 패키지여행의 최악의 훼방꾼으로 등극하였습니다.
다음엔 꼭 자유여행으로 오겠다는 약속을 강요당하고 약속한

‘로마에 방 잡고 한 달 자전거로 돌기’ - 그 날의 다짐은 Not yet!!

여행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아무튼
짧고 아쉬운 로마여행은 너무나 볼 것이 많았습니다. 제가 담아온 수많은 자료중 일부만 공개합니다.

유럽 성당의 기원 뻥 뚫린 ‘판테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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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raah

거칠게 비유해서 판테온에 비하면 그리스 파르테논은 구조상 고인돌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인류가 최초로 나무가 아닌 재료로 43m나 되는 지붕을 만들었죠.현재까지 인류가 만든 최대의 조적식 돔입니다. 2000년 전 콘크리트가 아직도 멀쩡합니다.

로마인들의 문화적 개방성 [로마인 이야기]의 대 주제는 로마인의 문화적 개방성은 그 문화의 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에투루리아에서 배운 아치와 돔, 틀을 만들고 페르시아에서 배운 로마식 콘크리트를 과감하게 쏟아 부어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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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raah

미켈란젤로 왈! " 천사가 만든 건물" 로 돔의 반지름과 원주의 높이가 정확하게 1:1로 일치합니다. 채광은 창문 없이 돔 천장에 지름 9m의 원형 구멍 오쿨루스에서 들어오는 햇빛을 이용했죠. 사람들이 많거나 내부온도가 적당한 온도차이만 있다면 Osulus로는 눈이나 빗방울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대류현상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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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서 과감하게 콜롯세움

아치를 건축에 적용한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이 2천년전 공공건축은 당시에도 5만명을 수용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짓는 어떤 축구장, 농구장보다 뒤지지 않습니다. 네로의 궁전이 있던 자리에 서기 72년에 베스파시아누스 시대 때 건립하기 시작하여 80년간의 건축했습니다. 처음 만들어 질 때는 지하구조가 없이 물을 채워 해전을 재현했었죠.
여름에는 베라리움이라는 차양막으로 천정을 덮어 햇볕을 막을 수 있도록 했으며 바닥은 지하에 맹수 우리와 검투사의 대기실로 사용되었고 그 위에 나무로 바닥을 깔고 모래를 덮어 별도로 이어진 통로를 이용해 위로 올라와 싸움을 벌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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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 외벽을 보면 포탄을 맞은 듯한 구멍이 많이 있는데 이는 궁전과 베드로 대성당을 짓기 위해 대리석을 떼어낸 흔적들이죠.

여기를 가신다면 바로 옆 50m에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을 꼭 보세요
여기에 붙은 조각들은 BC1C~AD4C 의 역주행한 변화를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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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전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한 로마인들의 수도관입니다. 이런것까지 찍어대며 돌아다니니 욕을 먹었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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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주 오래전 혼자 로마를 갔었지만 출장에 이어붙인 일정이라 길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꼭 다시 한번 더 가보고 싶은 도시이죠~

저역시 다시갈 도시1입니다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뱅기안에서 정독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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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길어지고 말았네요 ㅎㅎㅎ 간결한 포스팅이 자 안돼요 ㅋㅋ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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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품들이 자주봐도 물리지가 않아요..

명작들이니까요 ㅎㅎ

수도관의 재질은 무었입니까?

납관입니다 ㅎ

납도 물관으로 사용할땐 별 상관없다네요

조토, 보티젤리, 미켈란제로, 조반니 벨리니, 조르조네, 티치아노...가슴에간직한 대가들을 언제나 만날 수 있는 건지...
부럽습니다.

피렌체에 에어엔비 방잡으세요 ㅎ

덕분에 편하게 로마에 다녀왔습니다.
저도 피에타상 앞에 서고 싶다는 꿈이
더 파릇하게 솟아납니다.

피에타는 이제 유리관 안에 있어요ㅠ

익숙한 장소들이 많이 보이네요^^
돈이 조금 더 들고 공부도 해야하지만 ㅎㅎ
자유여행이 최곱니다.
구글지도에 장소들만 즐겨찾기를 해두면 딱히 할 것도 없는
여행하기엔 편리한 세상이 되었네요^^

네 곧 다시가야지요

재미나게 봤어요. 동유럽 꾸러미 여행서 저도 찍혀서~~ 다시는 다시는 다시는. 패키지 안긴다. 그러나 엄마랑 갈 때는 꼭 패키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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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가족이나 우르르갈 땐 패키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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