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고 채우고

in #stimcity2 years ago

몇주 전 부터 민트 얘기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스팀잇 피드에서도 20세기소년에서 일하는 팀 춘자에게서도. 마법사님과 택슨님은 민트를 이야기하며 행복회로를 쉴새없이 돌렸고 어느정도 이야기가 축적되었을 때, 나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팀으로 코인을 알게된 나는 씨드머니가 거의 없기에 10만원 씩, 20만원씩 분산 투자를 하며 느리고 얕게 밭을 일구고 있었다. 잘 모르기도 하고 소수점님 픽이나, 유튜브 등을 보면서 익힌 내용으로 소심하게 투자를 하는데 잃고 얻고를 반복하며 사실 수익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하지만 언젠가는 오르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소소하게 가지고 있다. 민트 역시 늘 하던대로의 방식에 맞춰 10~20만원 선을 구매하려고 했다. 하지만 확신에 찬 추천과 뽐뿌에 생각지도 않게 업비트에 있는 대부분의 코인을 정리하고 민트에 들어갔다. 그날은 20세기소년에서 근무하는 날이 아니었지만 나가 의도치 않게 민트를 빻아 만든 민트 쥴렙을 만들어 마시며 길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 민트를 사고 넛박스에 넣었다. 백배, 천배를 갈 거라 생각에 행복해 하며 와인도 한 병 나누어 먹고, 심지어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갔다.

다음 날, 아침의 청천벽력의 소식. 넛박스가 해킹을 당해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내가 민트를 사고 1시간 후에 벌어진 일이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머리가 백지가 되었다. 전혀 상상도 해보지 않았던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나보다 더 큰 손실을 입은 사람들 앞에서 차마 비통한 마음을 비출 수도 없었다. 얼마나 넋이 나가 있었냐면 20세기 소년으로 들어오는 나루님에게 고개를 깊게 숙이며 인사할 정도였다. 왜 하필, 그 때 가게에 나가 민트를 샀으며, 모든 일은 어쩜 그렇게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을까? 세상 모든 고통과 고난도 통과의례이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받아들이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그러기 쉽지 않았다. 내 행동을 책임지는 것은 나인데 나 스스로 숙고한 끝에 내린 판단이 아니라 일확천금에 귀가 팔랑거려 투자한 것, 원래 하던 원칙을 따르지 않고 내게 무리한 양을 넣은 것에 대한 자괴감이 들었다. 글도 안써져서 마법사님과 나루님과 옹기종기 앉아 이야기를 하다가 이야기는 사주로 흘러갔다. 서로의 사주에 부족한 것과 그것을 채우기 위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것들. 나는 오행 중 토(土)가 부족한 사주라 토가 많은 나루님 옆에 있어야 겠다하는 그런 것들.

"상심한 언니를 보고 뭘 주고 싶었는데, 마법사님의 토 계정을 드릴게요."

나루님은 마법사님의 책 <개새끼 소년> NFT 프로젝트에서 낙찰되었던 @ridiboys.yellow 계정을 선물로 내게 주었다. 이미 사주에 토가 많은 나루님이 토가 없는 내게 @ridiboys.yellow 를 주는 건 선순환이었다. 사실 그 때 나는 토 계정 입찰에 참여했으나 나루님과 경쟁하고 싶지 않아 가격을 더 높이 부르지 않았었다. 민트 투자로 돈을 잃고 나는 생각지도 않게 내 사주의 빈 곳을 채워주는 노란 땅을 선물로 받았다. 투자는 네 길이 아니라, 열심히 글을 쓰라는 계시도 받았다. 나루님의 사랑도 받았다. 덜고, 채우고, 덜고, 채우고, 고여있지 않고 움직이며 뜻밖의 낭패와 뜻밖의 행운이 하이파이브하며 자리를 교체한다.

"투자를 잘하고 싶다구요? 마법사 멀린이 그러더군요. 사람들이 투자에 환장해 있다고. 하하하 그건 내 주 종목인데, 알잖아요? 사람들이 가장 가지고 싶어 하는 것. 그리고 인류의 역사에서 늘 부의 상징이었던 것은 돈이 아니라 땅, 나예요. 그러니 부정하든 열망하든 그대들은 나에게서 배울 필요가 있어요. 그건 단순하죠. 제자리를 지키는 거예요. 제자리를 지키다 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모두 겪게 된답니다. 어느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고 모든 순간이 찬란하지만, 그대가 맞고 싶은 그 계절은 어차피 때를 따라 돌아오게 되어 있어요. 기다림이 긴 것 같아도 계절은 순서를 바꾸지도 순환을 중단하지도 않는답니다. 그건 우주 그 자체이니까요."

[NFT] 나는 땅입니다 中
https://steemit.com/stimcity/@ridiboys.yellow/nft

내게 제자리를 지키는 것은 글을 쓰는 것이다. 그래, 결국, 글이다. 글..뼈아픈 사건의 교훈은 결국 글을 열심히 쓰라는 것. 손실된 민트는 일부 BNB로 보상을 받아 다시 민트를 샀고 오래도록 묻어둘 셈이다. 결국, 잃은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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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젠젠님 포스팅이 안보여서 서운했는데 깊은 성찰의 글이 반갑습니다.

다시는 투자얘기를 않을거십니다.

선생님 모든 경험은 의미가 있습니다

사주의 土 이야기에 많이 동감해요. 저도 사주에 흙이 많은데 아주 돌맹이 천지라고 누가 그러더군요. 나루님도 그러시다는 거 알았어요. 저도 조금 기를 드려서 보팅을 해드렸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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