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 스팀시티 영웅전] 97. 음모론의 숨은 주인공

in #stimcity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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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로 가는 길



멀린 : 아이작이 몰타 기사단 이야기를 하시길래 깜짝 놀랐어요. 실은 제가 지금 몰타로 가는 중이거든요.



아이작 : 어이쿠, 지금 몰타로 가는 중이시라구요? 아니 그러고 보니 어디로 가시는지 제가 묻지도 않았군요. 저는 당연히 한국으로 돌아가시는 줄로 알고. 아.. 지금 몰타로 가시는 중이시구나. 그런데 제가 뜬금없이 몰타기사단 얘기를 꺼낸 거네요. 그런데 몰타는 어떤 일로?



멀린 : 그건 아이작에게서 들어야 할 것 같네요. 저는 단지 직관을 따라..



아이작 : 아하 그런가요? 몰타라..



멀린 :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몰타가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스템을 가장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라, 근방까지 온 김에 견학 겸 방문하는 것이긴 합니다만. 블록체인이 무슨 건물도 아니고, 간다고 뭐 볼 게 있을까 싶긴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아이작을 만나서 얘기를 듣고 나니 분명 가야 할 이유가 있는 것 같네요.



아이작 : 네 물론이죠. 마법사들이 가는 곳에 그냥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 기록된 일을 현실로 드러내러 가는 것이죠.



멀린 : 그래서 말인데요. 좀 더 얘기를 해 주세요. 기사단은 로도스섬을 떠나서 어디로 갔나요? 이제 몰타로 가나요?



아이작 : 아, 네. 기사단은 로도스섬에서 나와서 여기저기 다른 섬을 방랑하다가, 신성로마제국 카를 5세로부터 몰타섬을 할양받아 몰타에 정착하게 돼요. 원래는 북아프리카의 트리폴리를 요구했는데 신성로마제국에서 번번이 거부했죠. 누가 이 막강하고 위협적인 세력을 내부에 두려고 하겠어요. 언제든 쿠데타라도 일으키면 골치 아플 텐데 말이죠. 하지만 워낙 해적질도 잘하고 오스만제국에도 잘 맞서 싸우니, 요충지에 가져다 놓으면 방어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하겠다 싶었겠죠. 몰타는 이탈리아와 북아프리카 중간에 위치한 섬이에요. 지중해 해상권 장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죠. 살기는 매우 척박하지만 말이에요. 암튼 기사단은 여기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서 오스만을 상대로 한 해적질? 해상무역을 멈추지 않았어요. 당연히 제국의 반발을 불러왔죠. 두번째 공성전이 시작된 거죠.

로도스 공방전에서 어렵게 승리한 술레이만 대제는 처음에는 기사단이 새로 정착한 몰타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기사단의 만만치 않음을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동으로는 바그다드, 북으로는 베오그라드, 남으로는 아덴까지 화려한 전성기를 맞이하며 정복왕에 등극하게 된 술레이만 대제는, 1560년 제르바섬 해전에서 기독교 연합군을 격파하고 제해권을 확보하자 내친김에 몰타섬까지 욕심을 내게 됩니다. 아, 그 과정에서, 대제의 공주가 베네치아에서 사치품을 가득 사들였는데 그 배를 기사단이 해적질하는 바람에 아빠가 대노하여 파병을 결심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하하 역시 딸 이기는 아빠가 없죠.



멀린 : 공주가 인류사에 불을 질렀네요. 명품 배달 사고라니 하하하



아이작 : 결국 황제는 1565년 3월 몰타섬을 공략하기 위해 4만의 군대를 파병하게 됩니다. 타이틀 매치 2차전이 벌어진 거죠. 기사단 역시 이에 대응하기 위해 9천명 가량의 병력으로 다가올 공방전에 대비하게 되는데, 수적인 열세를 전략으로 극복하기 위해 철저하게 요새를 구축하였을 뿐만 아니라 적의 황궁에도 첩자를 심어 정보전에도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덕분에 적이 출병을 하기도 전에 이미 정보를 수집하여 대비를 할 수 있었죠.

오스만 원정군은 5월에 몰타에 상륙하여 공세를 펼쳤지만, 기사단의 사령부가 위치한 수도 므디나(Mdina)를 공략하는 데는 실패하였고, 역시 이번에도 공방전이 약 4개월가량 계속되었어요. 기사단은 언제나처럼 결사항전의 의지로 맞섰기 때문에 오스만군은 요새 하나를 점령하기 위해 엄청난 피해를 입어야 했습니다.

기사단은 정말 필사적으로 싸웠는데, 포로로 잡힌 기사 한 명은 목숨을 걸고 거짓 정보를 말해서, 오스만군이 가장 방어가 견고한 부분을 공격하게 하여 떼죽음을 당하게 만든 다음, 결국 분노한 오스만군들에게 태형을 당해 죽은 일도 있었다는군요.

가장 격전이 심했던 '성 엘모 요새'는 오스만군의 집중 공격을 받아 결국 함락되었는데, 수많은 병사들이 죽을 걸 알면서도 자원하여 오스만군에게 엄청난 출혈을 강요했죠. 결국 성벽이 뚫려 오스만군이 쏟아져 들어오자, 기사들은 마지막 예배를 올린 뒤에 현판과 십자가를 땅에 묻고 성물들을 전부 불태운 뒤, 전원이 끝까지 싸우다 전사했어요. 실제로 기사단 본진에서는 최후의 한 명이 죽기 전 쏘아 올린 불꽃 신호를 통해 요새가 함락됐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합니다. 이 요새 하나에서만 사상자가 기사단 1,500명, 오스만군 8,000명이 나왔는데, 오스만 사령관 무스타파 파샤는 '신이시여, 이렇게 작은 요새에 이런 큰 희생을 치렀는데, 더 큰 요새에는 앞으로 얼마나 더 큰 희생을 치러야 합니까?'라며 절망했다고 합니다.



멀린 : 정말 대단하군요. 한 번 이기기도 어려운데, 연달아 같은 전쟁을 모두 막아내다니. 용맹함이 참으로 대단합니다.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군요. 그래서요? 그래서 이번에는 기사단이 이겼습니까?



아이작 : 네, 이번에는. 정확히 3개월 3주 3일 만에 기사단이 승리했습니다. 오스만군은 병력의 절반을 잃고 물러날 수 밖에 없었죠. 덕분에 기사단은 서방 기독교 세계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몰타 기사단의 상징인 몰타 십자가도 승리를 상징하는 4개의 V자로 구성되어 있죠. 많이 보셨을 텐데, 8개의 꼭지점으로 이루어진 검은 십자가 말이에요.



멀린 : 아, 그게 몰타 기사단의 십자가군요.



아이작 : 네. 흰색 바탕에 검은색을 쓰기도 하고 반대로 쓰기도 하는데, 원래 구호단이었던 만큼 붉은색을 쓰기도 해요. 아, 영국과 영연방 국가에서는 현재 구급차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죠. 세인트 존 앰뷸런스(Saint John Ambulance, St.JA)라고.



멀린 : 아, 그게 그건가요? 영화에서 많이 봤는데.



아이작 : 네, 그게 그거랍니다. 그 뒤로 몰타 기사단은 오스만 제국과의 공성전에서 승리하고 난 이후, 약 300년간 화려한 전성기를 누리다 19세기에 몰타섬을 나폴레옹에게 양보하고 떠나게 돼요. 같은 그리스도인과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에 말이죠.



멀린 : 오, 그래요? 정말 원칙을 중요시하는 기사단이군요.



아이작 : 글쎄요. 그게 표면적인 이유인지, 진짜 원칙을 중요시해서 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암튼 그 뒤로 교황 비오 7세가 기사단의 보호자를 자처하고 나서서, 기사단은 로마로 이동하여 교황청과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되죠. 군사부문은 모두 해체하고 구호 활동에 전념하게 됩니다. 영연방 국가에서는 원래 전공을 발휘하여 구급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죠.



멀린 : 그런데 좀 이해가 안 가는 게, 그 정도의 역량과 실체를 가지고 그렇게 순순히 뒤로 물러날 수가 있나요? 아무리 원칙이 중요하다지만.



아이작 : 글쎄요. 드러나 있는 건 아니지만, 숨은 역할을 하고 있는 거 아닐까요? 바티칸 내에서도 일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같더군요. 최근까지 프란치스코 교황과도 갈등을 빚고 있었던 것 같고..



멀린 : 음.. 그렇군요. 뭔가가 있군요. 혹 아이작은 요원으로서 뭘 들으신 게 있나요?



아이작 : 하하 집요하시네요. 어차피 알아도 대답 못할 걸 아시면서. 물론 뭐 21세기는 제 담당이 아니라 아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만.



음모론의 조연



멀린 : 흠.. 이 정도면 음모론의 주인공까지는 아니어도 조연 정도로는 등장할 만한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걸 보니, 진짜 실체를 가진 이들은 오히려 이들일 수도 있겠네요.



아이작 : 이건 기사도 나고 다 알려진 사실이니까 말씀을 드리면, 최근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모드에 반기를 들고 있는 보수파의 대표 진영으로 몰타 기사단이 등장하고 있는 모양새이긴 해요. 일단은 교황이 승기를 잡은 것 같기는 합니다만.. 얼마 전에 교황이 몰타 기사단장을 해임해 버리는 일이 있었죠.



멀린 : 기사단장을 해임했다구요? 그럼 기사단은 교황청에 종속되어 있는 건가요?



아이작 : 형식적으로야 몰타 기사단이 주권국가니까 그건 일종의 내정간섭이 되겠죠? 바티칸도 시국이니까요. 그래서 교황청의 요구에 기사단장이 자진 사임하는 모양새를 취하긴 했습니다만, 정치적 관점으로 보자면 일종의 바티칸 내부의 보혁갈등이라고 봐야겠죠. 결국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이번에는 보수진영이 손을 든 셈인 거죠. 몰타기사단이 그 전면에 있었던 거구요. 적어도 이번 사건에서는.



멀린 : 이번 사건이 어떤 사건인데, 교황이 기사단장을 해임한 건가요?



아이작 : 아 그게, 몰타 기사단의 부단장이 미얀마에서 에이즈 방지 목적으로 콘돔을 나눠주었는데 그게 카톨릭 교리 위반이잖아요? 카톨릭에서는 피임을 교리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니까요. 그걸 기사단에서 문제를 삼아 부단장을 해임했는데 교황청에서 이에 대해서 진상조사단을 꾸린 거예요. 당연히 기사단에서는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했는데 결국은 단장이 사퇴하게 된 거죠. 영향력 싸움에서 밀렸죠. 그리고 앞으로는 기사단장을 교황이 임명하겠다고 선언해 버렸어요. 교황이 기사단을 접수해 버린 셈이죠.



멀린 : 오호.. 이거 흥미로운데요? 조연치고는 교황이 일대일로 맞서야 할 만큼 몰타 기사단의 영향력이 대단했나 보네요. 그러고 보면 템플 기사단으로부터 이어져 온 자산과 영향력이 몰타전 승리 이후로는 더 극대화되었을 텐데, 그 영향력은 다 어디로 갔죠? 나폴레옹은 갑자기 왜 등장하고 말이죠?



아이작 : 그게, 음.. 프랑스의 위치가 좀 애매했어요. 오스만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기사단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뒤로 오스만과 동맹을 맺고 있었으니까요. 좀 얌체짓을 한 거죠. 물론 뭐 표면적으로야 신성로마제국을 견제하려고 그랬다지만 암튼. 아, 이건 뭐 영국인으로서의 지역감정만은 아닙니다.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또 아이러니한 게 기사단에 프랑스 출신들이 많았어요. 역대 기사단장들도 그렇고. 그러니 프랑스 왕실과의 관계도 긴밀했겠죠? 그러다 시민혁명 이후 등장한 나폴레옹이 뭔가를 알게 되지 않았겠어요? 몰타섬에 뭐가 있었겠죠? 자산과 재산, 보물, 성배?



멀린 : 아.. 그래서?



아이작 : 정확한 것은 모르지만, 암튼 나폴레옹이 일부러 몰타섬을 쳐들어간데는 다 이유가 있겠죠. 기사단의 재산이 프랑스에도 꽤나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건 일종에 떠도는 음모론입니다만..



멀린 : 그렇죠? 뭔가 기사단도 음모론과 연관된 게 있는 거죠?



아이작 : 아, 뭐 현상이 없는 건 아니니까요. 해석이 분분할 뿐이죠. 그러니까 바티칸 은행을 일종의 최초의 중앙은행으로 보는 시각들이 있는데, 그 바티칸 은행의 자산을 멀리는 저 솔로몬 신전의 보물로부터 템플 기사단의 자산들까지 연결해 보는 해석이 있어요. 십자군 전쟁도 괜히 벌어진 거는 아니잖습니까? 다 돈, 재산 때문이죠.



멀린 : 오호, 그럼 템플 기사단의 자산을 이어받은 몰타 기사단 역시 교황청과 그렇고 그런..



아이작 : 바티칸 은행의 운영에 깊이 개입되어 있다는 얘기가 있어요. 교황이 취임 초부터 바티칸 은행과 전면전을 선포했다는 얘기야 이미 유명한 얘기잖아요.



멀린 : 아 그럼? 바티칸 마피아가 몰타 기사단인 셈인가요?



아이작 : 하하 단정 지을 수야 없지만, 기사단장 해임에까지 이른 걸 보면 연관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죠. 나폴레옹에게 쫓겨난 기사단을 끌어안은 게 바티칸이었으니까요. 몰타 기사단의 영향력과 자산이 흘러간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음모론적 해석에는 나폴레옹이 카톨릭 내 진보 세력을 지원했다는 얘기도 있어요. 그러니까, 예수회?



멀린 : 예수회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예수회 출신 최초의 교황이잖아요?



아이작 : 네 그러니까요. 나폴레옹이야 시민혁명을 등에 업고 있었으니 당연히 구세력인 교황청과 갈등 관계에 있었을 테고, 그런 나폴레옹이 카톨릭 내 진보세력인 예수회를 지원했을 거라는 해석은 개연성이 전혀 없는 얘기는 아니죠. 일설에는 예수회가 바티칸 은행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밀려 남미와 해외 선교에 집중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로스차일드 가문 같은 신흥 세력과 손을 잡았다는.. 뭐 음모론이긴 합니다만, 암튼 그렇다면 일종의 카톨릭 보혁갈등에서 진보진영이 대대적으로 반격에 나선 셈이죠.



멀린 : 오호라, 흥미롭군요. 그럼 나폴레옹 이후로 몰타는 어떻게 되었죠?



아이작 : 나폴레옹을 제압한 유럽국가들이 나폴레옹 전쟁 전후 처리를 위해 빈에 모여서 회의를 열었는데 그때 몰타는 영국령이 되었죠. 1979년 독립할 때까지 몰타는 영연방국가였어요.



멀린 : 아.. 그렇군요. 결국 영국의 손에 들어갔네요.



아이작 : 뭐 그런 셈이죠. 몰타 기사단 영국지부는 1888년에 빅토리아 여왕의 공인을 받아 영국과 연방국가들에서 구호단체로 공식적으로 재건되었죠. 물론 몰타에 숨겨진 기사단의 보물들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지만요.



멀린 : 교황청에 자리 잡은 주요세력과 영국으로 흘러 들어간 잔존세력 그리고 교황청과 예수회의 보혁 갈등이라, 게다가 로스차일드까지.. 이건 뭐 음모론의 조연이 아니라 숨은 주인공인데요? 뭔가 실타래처럼 마구 얽혀 들어간 느낌이네요. 16세기의 지중해 세력 구도와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아이작 : 역사는 언제나 반복되기 마련이죠. 다만 멀린께서 몰타에 가신다고 하니, 게다가 몰타가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스템을 선구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나라라고 하니, 새로운 부의 시작에서도 몰타가 등장하고 있다는 게 의미심장하긴 합니다.



아이작으로부터 몰타 기사단과 몰타섬에 얽힌 이야기를 들은 멀린은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몰타에 가야한다는 희미한 직관은 아이작을 만나 더욱 분명해지고 강력해졌지만, 그 섬을 둘러싸고 벌어진 지나 온 역사는 마치 [스팀시티]의 미래처럼 느껴져 가슴이 두근거리면서도 무거워지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실체와 영향력이 아니면 순간에 사라져 버리고 말 불꽃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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