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 스팀시티 영웅전] 57. 게스트하우스 '春子' 8장 <모두가 결국은 만난다>

in #stimcity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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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에이전트 세븐이라고 했나요? 멀린은 지금 주인장의 아내를 보고 에이전트 세븐이 아니냐고 묻고 있습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지금은 21세기, 여기는 교토의 게스트하우스입니다.



"(아.. 그럴 리가 없지. 에이전트 세븐이 여기에 있을 리가 없잖아.) 저.. 안녕하세요. 마법사 멀린입니다."



"예 맞아요. 마법사 멀린, 멀린님! 어떻게 이렇게 드라마에서랑 똑같이 생기셨을까? 세상에나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죠?!"



"그렇게 말이오. 이거 참 신기한 일일세그려. 아니 일단 인사부터 드려야지. 마법사님 여기는 제 아내 나나상 입니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인사부터 드렸어야 되는데. 죄송해요. 제가 좀 주책이라.. 나나상이라고 합니다. 반갑.. 아니 처음 뵙겠습니다."



"아.. 네 저는 마법사 멀린입니다."



나나상과 마법사 멀린은 서로를 바라보고 인사를 나누며 묘한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스쳐 지나가지만, 우리에게 허락된 이생의 인연과는 묘하게 연결된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대부분은 슬쩍 관심이 생겼다 사라지지만, 어떠한 인연에게서는 강렬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러나 돌아서서 뭐라고 말이라도 걸 만큼 용기를 갖고 있지 못해서, 우리는 그저 주어진 인연에만 충실하게 됩니다. 그러나 생의 폭을 확장시켜주는 것은 때론 긴가민가 하는 인연에 확신을 불어 넣어 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냥 우연한 감정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생에 인연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주어진 인연이 아닌, 선택된 인연이므로 우리는 인연을 창조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책임과 부담으로 점철된 주어진 인연의 틈바구니에서 선택한 인연을 만드는 것은, 생의 다른 차원을 열어주는 매우 효과적인 행동입니다.



"이거 마법사님 어리둥절하시겠네. 자~ 일단 여기 앉아보셔요. 제가 자초지종을 좀 설명을 드려야 겠어요. 당신도 가서 후식을 내오시구요. 재미난 이야기가 많아요."



"네네 제가 가서 디저트를 준비해올게요. 잠시만 기다리셔요."



"야.. 이거 제가 마법사님을 제대로 모셔왔나 보네요. 흥미로운 일들의 연속이군요."



나나상은 잠시만 기다리라며 친절한 손짓으로 잠시 멀린의 팔에 손을 대었다가 떼었습니다. 그 순간 멀린에게 봉인되어 있던 미래기억이 소환되어 버렸습니다.



"아.. 기억이 나는 것 같군요. 나나상과는 25세기에 만난 적이 있습니다."



"25세기요? 아니 지금은 21세기인데?"



"저.. 그게 마법의 시간개념으로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마법사님! 정말 마법사 멀린이 맞군요. 네 맞습니다. 아마도 25세기에 두 사람은 만났을 겁니다. 아내가 늘 자신이 25세기에 살았던 것 같다고 얘기하곤 했었거든요."



"오~ 이건 또 무슨 소리죠? 전 잠시 대화에서 좀 빠져 있어야겠네요."



"그러셨군요. 네. 맞아요. 아마도 저의 제자였던 것 같네요. 정확하진 않지만 제가 무얼 가르치고 있는 장면들이 언뜻 떠오릅니다. 그런데 나나상께서 화가 많이 나 있네요. 제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그때 주방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나나상의 울음소리였습니다. 멀린과 회사원이 울음소리에 놀라 주인장을 쳐다보자, 주인장은 담담히 일어나 주방으로 가서 나나상의 어깨를 토닥였습니다. 멀린과 회사원도 주방 문밖에 서서 안쪽의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맞아요. 마법사님. 저희를 그냥 두고 떠나셨어요. 기억이 나요. 기억이.."



"아.. 그랬군요. 제가 왜 떠났을까요?"



"모르겠어요. 저희들도 아무도 몰랐어요. 다만 '이번 생은 여기까지..'라며 떠나버리셨어요. 흐흑.."



멀린은 '이번 생은 여기까지'라는 말을 듣자 머리가 아득해져 오고 가슴이 저며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랬군요. 멀린, '이번 생은 여기까지'라는 말을 또 사용한 적이 있었군요.



"그랬군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제가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만, 제가 사과를 드려야 할 일이 있다면 사과를 드리고 싶습니다."



"아니에요. 마법사님. 마법사님이 사과하실 일이 아니에요. 실은 저도 왜 그러셨는지, 이번에 알게 되었어요. 드라마를 보면서 말이지요."



"드라마요? 무슨 드라마를 보셨지요?"



"아.. 제 아내가 요즘 보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스팀시티 영웅전]이라고.."



"네? [스팀시티]라구요?"



"네 그렇습니다. [스팀시티 영웅전]"



희한한 일이었습니다. 나나상이 심취하여 보고 있는 드라마의 제목이 [스팀시티 영웅전]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요? 아니 여기는 '春子'니 시공간이 중첩되어 발생한 일일까요?



"그게 그 드라마를 보게 되는 과정도 범상치 않았는데 말이죠. 그러니까.. 저희 게스트하우스에 TV가 잘 잡히지 않아서 위성 안테나를 설치했는데, 어느 날 정규방송이 하나도 안 나오고 웬 한류 채널 하나만 잡히는 거예요. 채널 이름이 [스팀방송국]이라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채널만 보는데, 그 채널에서 주구장창 드라마 하나만 반복해서 방영을 하는 거예요. 말씀드린 [스팀시티 영웅전] 말이죠. 결국 그 드라마를 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저야 뭐 일하느라 왔다 갔다 하느라 제대로 보지를 못 했지만, 나나상은 엄청 심취해서 보더군요. 맞죠? 거의 외우다시피 했잖아요?"



"네.. 저도 처음에는 블록체인이니 암호화폐니 어려운 용어들이 나와서 크게 흥미를 못 느꼈는데, 그 '[스팀시티]의 총수님을 찾습니다.' 편이 시작되면서 빠져들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보다 보니 마법사 멀린님이 왠지 제가 아는 분인 것 같은 느낌을 자꾸 받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이한테 얘기를 했죠. 아무래도 저 마법사 멀린이란 분이 내가 아는 사람인 것 같다고 말이에요."



"처음에는 그 배우를 알고 있다는 줄 알고, 인터넷에 찾아보기까지 했어요. 워낙 궁금해해야지. 혹 나한테 감추고 있는 첫사랑인가? 뭐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하하 물론 나이 차를 생각하면 그럴 리가 없는데도 온통 빠져있으니까.. 그런데 인터넷 어디에도 그런 드라마는 없더군요. 심지어 그 채널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마법사 멀린의 역할을 맡은 배우도 물론 이구요."



"네.. 그렇겠죠. 그건 드라마가 아니라 실사였을 테니까요."



"네? 실사라구요?"



"아마도 일종의 '동시성 현상' 같네요. '春子'의 주인장이시니까 그래도 이해를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이건 마법사인 제게도 신기한 일이네요."



멀린은 '동시성 현상'에 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시공간이 중첩되어 있는 우주에서. 어떤 시공간에 관한 기억과 인상을 공유하게 되는 현상, 또는 3차원의 시간과 공간의 개념으로, 중첩된 우주의 차원을 경험하게 되다 보니, 동시에 여러 공간에서 동일한 일이 벌어지는 현상으로 느껴지는 것들 말입니다. 그러나 이번 드라마와 같은 일은 동시성의 현상을 넘어서, 우주의 모든 기억이 들어 있다는 아카식 레코드를, TV를 통해 시청한 듯한 매우 신비한 현상 같았습니다. 물론 시공간이 중첩되어 있는 '春子'에서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이죠.



멀린은 두 사람이 본 드라마가 픽션이 아닌 실사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현 세기에 벌어진 일이며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우주의 실제이고, 인정하거나 인정하지 못하거나 우리는 그 이야기들 속에서 직관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죠. 과거와 현재, 미래가 중첩되어 모두 저마다의 진행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이 어떠한 맥락을 가진 이야기로 인류의 의식, 개인의 의식 속으로 받아들여질 때 그것은 현재가 되고 곧 역사가 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번 생은 여기까지



"그런데 나나상께서는 25세기에 살았고 저를 만난 적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걸 어떻게 알게 되신 거죠?"



"그러니까.. '라과장이 라총수되는 날' 편에서요. 마법사님이 끝에 ‘Everything이 아니면 Nothing’이라고 말씀하시는 장면에서요. 아.. 근데 이 말을 하려니까 또 감정이 북받치네요. 흐흑.."



나나상은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주르륵 흘렸습니다. 마법사는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나나상의 눈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해져 왔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때에 자신의 선택이 아닌, 공동체의 누군가의 선택에 의해 생겨나는 이별과 좌절은, 충실했던 개인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기곤 합니다. 물론 개인의 역사는 공동체의 역사를 초월하여 자신의 운명을 향해 나아가지만, 내가 아닌 타인의 선택에 의해 좌절되는 결별과 이별은 개인의 의지로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꿈은 이루어지고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지만,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좌절과 헤어짐은 치유하지 못한 상처를 남긴 채 승리의 면류관과 함께 기억되는 것입니다.



"어떤 말씀이신지 알 것 같습니다. '이번 생은 여기까지' 그 말을 남길 때 저는 절벽에 선 느낌입니다. 선택은 더이상 제게 있지 않아요. 처분만을 기다리지요. 물론 그것은 선택하는 이의 주권입니다. 하지만 그럴 때 저는 어떤 선택도 할 수 없어요. 그저 기다릴 뿐이죠. 처분을 기다리며 단두대에 선 사형수의 심정으로 말이죠. 그리고 어떤 경우, 만남은 단절되죠. 적어도 이번 생에서는.. 그렇게 만나지 못하게 된 인연들이 제 삶에 상처들로 계속 기록되고 있답니다."



"마법사님.. 저희에게도 그러셨어요. 저희 별에서.. 성장하지 않겠다면 나는 더이상 이곳에 남을 수 없다며.. '이번 생은 여기까지' 그렇게 말씀하셨죠. 그게 생각이 났어요. 저도 구체적으로 그게 어떤 상황이었는지, 그 25세기의 일이 어떤 일인지 모르지만, 그것은 역사이고 또 다른 현실이었죠. 그런데 그것과 비슷한 일이 [스팀시티]에서 벌어지고 있더군요. 그리고 알게 되었어요. 나의 25세기, 나의 별, 나의 공동체에서 저러한 일들이 벌어졌구나. 그것을 그냥 덤덤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가 없었어요. 마음이 한없이 무너져 내렸지요. 아.. 마법사님께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전체가 침묵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멀린도 나나상도 더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인 채로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태어나는 모든 생에 다양한 모습으로 다시 조우합니다. 그러나 매번 다른 모습으로 조우할지언정, 우리는 여전히 같은 영혼, 같은 존재인 것입니다. 그것을 기억해내는 이들이 서로를 소울메이트라 부르고 영혼의 단짝, 반쪽을 찾지만, 잊고 스쳐 가는 만남 속에도, 저주하고 증오하는 관계 속에도 수많은 생을 반복해 오는 인연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풀기 전에는 성장하기 전에는 끊어지지 않는 억겁의 고리로 서로 묶여 있습니다. 그것은 때로 하나의 생에 여러 모습, 여러 존재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존재라고 인식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때로는 피하려 들지만, 풀어내야 할 인연의 고리는 서로를 가만두지 않습니다. 전쟁의 한복판으로 서로를 유도하고, 반목과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서로를 유인합니다. 그리고 또다시 확인하는 것입니다. 끝낼 수 없는 인연을 말입니다.



그리하여 마법사는 모든 생의 모든 인연과의 고리를 풀어내고 성장시키려 하는 것입니다. 성장하지 않은 채 반복되는 인연은 서로를 지치게 할 뿐, 부정적 악연의 고리만을 확장시켜 갈 뿐입니다. 그것조차 쾌락이라고 한다면, 그런 인간 드라마를 즐기겠다면,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선택에 '이번 생은 여기까지'라고 선언하는 것은 마법사로서뿐만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멀린의 주권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다고 인연이 거두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다음 생에 멈춘 지점으로부터 다시 연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생성된 것은 파괴되기까지 소멸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마법사는 불필요한 인연의 고리를 생성하지 않으려 언제나 직관에 귀 기울입니다. 그리고 만나야 할 인연과는 과감하게 선택하고, 치열하게 상호작용하는 것입니다. 바닥이 보일 때까지. 서로가 피할 수 없는 지점에까지. 그러나 상대의 선택이 다른 길을 원하거든, 놓아 주는 것입니다. 멈추어 주는 것입니다. 숙제를 해야겠다면 우격다짐을 하더라도 결판을 내야겠으나, 그것은 성장일 수가 없습니다.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라면, 억지로 묶어 놓은 결과가 서로에게 좋을 리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마법사는 길을 내어 주는 것입니다. 선택된 만남들에게, 원한다면 '이번 생은 여기까지'라고, 다음 생을 기약하는 것입니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디저트를 내다 드려야 되는데.. 잠시만 기다리셔요. 늙은이가 주책맞게 손님 대접을 잊고 있었네.."



나나상은 감정을 추스르려는지 자리를 피해 주방으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주인장은 감회에 젖은 듯 마법사에게 나나상과 처음 만나던 때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울메이트



"제가 대학에 들어가서 적응을 잘하지 못했어요. 부모님은 정치외교를 전공해서 나중에 정치인이 되기를 바라셨는데, 저희 집안에 정치인들이 많았거든요. 영 그게 적성에 안 맞아서.. 저는 언어학을 전공하고 싶었어요. 제가 언어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도망치듯 유학을 떠났죠. 집에는 정치학 학위를 따러간다고 하고선, 부족 언어를 배우러 세상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죠. 그러다 런던에서 고대 산스크리트어를 전공한 대학원생을 소개받아서 만났는데 그게 지금의 아내였죠. 아내는 실은 인도에서 태어났어요. 부모님이 외교관이셨거든요. 그래서 여러 나라 언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었죠. 저희는 언어 연구를 핑계로 세계를 계속 여행했어요. 중동의 사막부터 아프리카의 초원, 시베리아 고원에서 적도의 소수 부족까지.. 그런데 아내는 매번 가는 곳마다 뭐랄까? 그 소울메이트를 만나곤 했어요."



"네? 소울메이트를요?"



"네. 그러니까 지금과 같은 상황이 몇 번 있었어요. 그게 주로 25세기에 관한 인연들이었는데, 정확한 상황들은 기억하지 못하고.. 아마도 25세기의 어떤 커뮤니티의 일원들이었나 봐요. 그 이들이.. 지금처럼 서로를 우연치 않게 확인하고는 슬퍼하더라구요. 처음에는 그게 너무 신기하고 궁금해서 기록도 하고, 일부러 더 찾아보고 그랬는데, 그게 자꾸 만날수록 그 25세기 공동체의 역사가 되새겨져서, 아내가 점점 우울해하더군요. 아마도 그 공동체는 어떠한 일로 해체된 것 같아요. 서로 상처를 가득 안고 말이죠. 그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해했어요. 조각조각 난 기억들만 있지 그게 뭘로 연결되지를 않으니까요. 그런데 그러다 그 드라마를 보게 된 거예요. 그리고 깨닫게 된 거죠. 모든 이야기는 서로 닮아있다는, 모든 커뮤니티의 역사는 닮아있다는.."



"그래서 저를 보시고는.."



"네.. 실은 그편, '라총수가 라과장 되는 날'편을 보고는 나나상이 충격을 받았어요. 아마도 그간 궁금해했던 25세기 커뮤니티의 역사가 어떠했는지 그것으로 어느 정도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의 이 세기에서 또 같은 일이 반복되고, 마법사님 역시 같은 말을 반복하시게 된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나 봐요."



"네.. 그렇군요. 저도 물론 그게 처음 하는 말은 아니었습니다만. 이번 생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다른 생에도 여러 번 반복되었던 말이라는 게 느껴져서 기운이 너무 빠졌어요. 이걸 언제까지 해야 되나.. 그러다 교토에 와서, 그리고 어제 '春子'에게서 많은 위로를 받았죠."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마법사님. 정말 다행입니다."



역사는 반복되고 만남도 역시 반복됩니다. 만남과 이별은 연결과 해제를 반복하지만, 시작된 만남은 중첩된 모든 평행 우주의 시공간에 기록을 남깁니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제각각 주어진 다른 방향의 진화를 생성해 갑니다. 각양각색 수많은 결과와 수많은 차원을 만들어낼지언정, 너와 나는 하나입니다. 나도 하나이고 너도 하나이고 너와 나도 하나입니다. 그것의 본질적 속성은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희망과 공포, 슬픔과 기쁨을 반복하며 만남의 빛깔을 만들어 내지만, 그것의 변화는 멈출 줄을 모르고, 하나의 색으로 머물지 않습니다. 어떤 색을 만들어 내든지 조화를 이루고 그것을 지켜내는 일은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무채색으로 수많은 생을 침묵 가운데 있어도, 우주는 우리에게 수많은 빛을 투사하고 관계의 상호작용은 우리를 변화하게 만듭니다. 그 변화의 어떤 순간에 마법사는 갑자기 나타나 거대한 전환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이제 꿈과 인연의 차원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우주의 제안입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제안을 수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이들은 변화하기보다 머물기를 바랍니다. 이제 머물기를 그만해도 되는 이가 있고, 이제 머물기를 그만두어야 할 이가 있고, 아직은 머물기를 더 해도 좋은 이가 있습니다. 각자의 상황은 마법사에게 직관을 통해 계시됩니다. 마법사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저 인사를 남길 뿐입니다.



'이번 생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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