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시티 프리퀄] 강한 것은 나쁜 것이 아니야 #2

in stimcity •  3 months ago




강한 것은 나쁜 것이 아니야 #2

+ Logrono, Spain



약한 자들은 끊임없이 속삭여 ‘강한 것은 나쁜 거야’, ‘약한 것은 착한 거야’ 그러면서 강한 자들을 좌지우지하려 들지. 그리고 강한 자가 자신을 사랑해 주길 애원하다 그에게 위기가 닥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춰 버리고, 또 다른 강한 자에게 옮겨 타지. 약한 자가 너를 사랑한다거든, 그는 너의 강함을 사랑하는 것이지, 너의 연약함을 사랑하는 것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해. 그리고 그럼에도 너의 사랑을 지키고 싶거든. 강해지렴.. 더더욱 강해지렴. 그러면 그들이 너를 떠날 일이 없을 거야.

 
멀린은 한스에게 속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한스는 약한 척하다 버려졌습니다. 아니 그게 사랑인 줄 알았습니다. 약한 자들에게 부드럽게 대하거나, 자신의 강함으로 억압하려 들지 않는 것 말입니다. 그러나 그 말은 틀린 말입니다. 강한 자는 억압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강한 척하는 자들은 사람들을 억압하려 듭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통제하려거든 강제로 억압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말만 세집니다. 이빨만 까니 지루해지고 하찮아집니다. 약한 자들이 떠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원래 난 이 밴드의 이야기를 10년 동안 기록하고 이를 영화로 만들려고 했어. 그래서 미국 투어도 따라간 거야. 그런데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팀워크가 깨어지고 난리가 아니었지. 웃긴 건, 이들이 서로를 ‘쫄보’로 부르고 있었다는 거야. 서로서로 ‘쫄보’라고 놀리는 거야. 난 솔직히 ‘쫄보’라는 말을 그때 처음 들었어. 겁쟁이라는 말이지. 서로서로 겁쟁이라고 놀리고 있더라구. 그런데 갈등의 과정을 가만히 보니, 정말 ‘쫄보’들의 집합소더군. 뒤에서 이죽거리기나 하고, 누군가 어떤 강자가 나타나 자기들을 제압해주기를 강력히 바라는 듯 보였어. 그래서 이들에게 말했지. 이 10년간의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목은 ‘쫄보들의 개이득’이라고 말이야. 쫄보들의 개이득이 뭐겠어. 강자를 찾아, 빨리 뿔뿔이 흩어지는 거지 뭐야.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지만..
 
쫄보들의 특징이 뭔지 알아? 쓸데없는 순간에 만용을 부린다는 거야. 자신이 쫄보가 아닌 척 하려고 말이야. 투어 중에 그랜드 캐년에 갔었는데 말이야. 깎아지른 절벽에 모두들 기어 올라가서, 위험한 포즈로 사진들을 찍고 있는 거야. 용감한 척 말이야. 나는 달려가서 발로 차 버리고 싶은 욕구를 참을 수가 없어서 그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어. ‘이런 쫄보들이 웃기고들 있네’ 싶었거든.

 
멀린 잘 참으셨습니다. 어차피 저주의 낭떠러지에 떨어져, 자신들을 구원해 줄 강한 자를 찾아 헤매게 될 텐데, 발에 먼지를 묻히실 필요가 없죠.

 


너도 말이 세지는구나.

 
아무렴요. 마키아벨리 앞이잖아요.

‘강한 자’ 한스는 아직 자신을 잘 모릅니다. 아니 너무도 오래 약한 척 해와서, 어떻게 해야 강한 자신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게 뭐가 어려워. 내던져지면 되지. 전장의 한복판에 내던져져 봐. 망설일 시간이 어딨어?!

 
그래서 한스는 두렵습니다. 내던져질까 봐. 자신의 다섯 달란트라면 연전연승은 운명인데, 약한 척하는 습관에 쩔어 두려움만 빨아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강한 아내에게 빌붙어, 약한 척하며 아까운 하루하루를 땅에 묻고 있습니다.

 


한스, 그 놈 얼마나 센 놈인지. 밴드가 깨어지는 과정에서 내가 반대편에서 무식하게 밞았는데, 꿈쩍 하기는커녕 밟을수록 눈빛이 점점 살아나더라구. 그런 놈이 애들 떠났다고, 울고 짜고.. 세상에 그런 쫄보가 어딨어?! 에잇, 그때 그랜드캐년에서 발로 차버렸어야 되는데, 그랬으면 한 손으로라도 벼랑을 기어올랐을 놈인데 말이야.

 
어쩌겠습니까 멀린. 센 놈이 약한 척해서 먹고사는 것도 팔자겠지요. 그리고 팔자라면 또 언젠가 내동댕이쳐져서 자신의 강함을 드러낼 때가 오겠지요.

 


그렇지? 남 걱정할 때가 아니지?

 
네 그럼요 멀린, 본인 팔자나 신경 쓰세요. 약하신 분이 강한 척하다 만신창이가 되셨잖아요. 단련이 필요합니다. 수준에 맞는 도전이 필요하구요.

그래서 멀린은 요절하고 싶어 했나 봅니다. 짧고 굵게 불태우고, 고흐처럼, 체사르 보자르처럼 사라지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죽지는 않고 병만 얻었습니다. 멀린의 팔자가 요절할 팔자는 아니었나 봅니다. 뭐가 부족했을까? 고민해 봅니다. 약한 자는 명이 깁니다. 반면에 강한 자는 명이 짧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죽을 기회가 많습니다. 멀린은 약한 자였을까요? 강한 자를 흉내 내는 약한 자였을까요? 살아온 삶의 면면을 보면 죽어도 여러 번 죽었어야 하는데,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마법사잖아..

 
아! 그렇군요. 멀린은 마법사였죠. 그러고 보니 마법사가 요절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노년에나 전성기를 맞는 마법사이니 젊어 죽지도 못하는군요. 그게 팔자라면 말이죠. 그러면 마법사님, 한스 같은 약한 척하는 강한 자들을 깨어나게 해 주세요. 약한 자는 약한 대로, 강한 자는 강한 대로 살아가건만, 그리고 강한 척하는 약한 자들은 병들어도 죽지 못해 살아가건만, 약한 척하는 강한 자들은 깨어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들이야말로 강한 자들에게는 전우로, 약한 자들에게는 리더로, 강한 척하는 약한 자들에게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아도 될 든든한 백그라운드로, 자신을 드러낼 용감한 자들이 아닙니까?

 


주문을 알려주지. 약한 척하는 그들을 깨어나게 할 주문을 말이야.
 
‘Wicked is Good.’
‘Wicked is Good.’
‘Wicked is Good.’
 
‘강한 것은 좋은 것이야.’
‘강한 것은 나쁜 것이 아니야.’

 
네 그렇습니다. 강한 것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또한 약한 것은 착한 것이 아닙니다. 약한 척하는 강한 자들을 ‘착함’의 굴레에서 해방시켜 주어야 합니다. 아니 진정 강한 자라면, 스스로 털고 나와 욕먹는 강한 자의 자리에 서야 합니다. 결투를 앞둔 전장의 한복판에 두 다리로 단단히 버티고 서서 말입니다. 바위에서 뽑아 올린 엑스칼리버를 당당히 들고 서 말이죠. 오직 승리만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적진을 향해 달려가야 합니다. 죽을 줄 알면서도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던 예수처럼 말이죠.

‘용감한 자들의 십자가’ 앞에서, 그리고 마키아벨리의 강한 자 ‘체사레 보르자’의 무덤 앞에서, 멀린은 강한 자들이 깨어나기를 기도합니다. 약한 척하던 강한 자들이, 다섯 달란트를 가진 쫄보들이, 자신을 깨고 나와 보상을 향해 달려가기를.. 인류 구원이라는 보상을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부활의 그리스도처럼, 자신의 강함을 감추지 않고, 약한 척하지 않고 세상에 드러내어, 비록 '잔인하다', '냉혹하다' 비난을 받을지언정, 다섯 달란트를 사용하여 보상을 추구하기를.. 그것이 강한 자와 약한 자 모두에게 보상을 약속한 신의 의지임을 깨닫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홀로 서는 혁신자와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해야 하는 혁신자, 즉,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힘을 사용할 수 있는 혁신자와 설득을 이용해야 하는 혁신자를 구분해야 한다. 후자의 경우, 그들은 항상 위험에 빠지고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다. 하지만 혁신자들이 자기 자신의 재능에 의지하고 힘을 사용할 수 있을 때는 위험에 처하는 일이 거의 없다.
 
_ 마키아벨리 <군주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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