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시티 프리퀄] 천재가 꿈꾼 공동체 #1

in stimcity •  2 months ago




천재가 꿈꾼 공동체 #1

+ Barcelona, Spain


“가우디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저는 정말 엄청 감동을 받았어요.”

 
한스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성가족 성당)을 보고는 가우디의 팬이 되었나 봅니다. 가우디의 말과 삶에 매료가 되어 나왔습니다.

 

“뭐가 그렇게 감동적이었니?”
 
“뭐랄까? 그 독실한 신앙심과 신에 대한 경외함, 천재성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것 같아요. 매일 예배와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성경의 여러 요소들이 잘 드러나도록 건축을 이어간 의지 같은 것들 말이에요.”

 
‘신앙이 없는 인간은 쇠락한 인간이자 손상된 인간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가우디는 매우 독실한 카톨릭 신앙인이었습니다. 특히 성가족 성당을 건축하면서 더더욱 신앙에 깊이 귀의하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건축물에서 신의 의지가 표현되기를 간절히 염원했고, 신이 창조한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신의 창조물에는 직선이 없다고 주장하며 곡선만으로 구성된 건축물을 구현하려고 하였고, 성가족 성당을 바르셀로나에서 제일 높은 언덕인 몬주익 언덕보다 1m 작게 설계하면서 신의 창조물에 대한 경의를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가우디가 처음부터 신앙심이 깊었던 것은 아니야. 그의 신앙심은 좌절과 함께 자라났지.

 
멀린과 일행은 이미 가우디의 건축물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카미노 도상에 있는 아스토르가의 주교관. 이 주교관 건축을 통해 가우디는 신앙적 관점에 눈을 뜨게 됩니다. 성가족 성당 건축이 점점 더뎌지고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히고 있던 시절, 가우디는 아스토르가의 주교관 건축 제안을 받게 됩니다. 가우디는 건물을 설계하기 전에 항상 건물이 들어설 대지와 주변 환경, 그리고 그 지역의 역사적인 배경들을 하나의 스토리로 구성했습니다. 아스토르가는 서쪽과 북쪽이 산맥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북쪽은 아스투리아인에게 약탈당하고, 남쪽은 아랍인에게 점령당했다가 가톨릭 왕국으로 편입된 아픈 역사에 착안하여, 기독교의 요새처럼 건축물을 설계하였습니다.
 
이 설계에 만족한 주교는 가우디에게 건축을 맡깁니다. 그러나 이 고집불통의 장인 가우디와 주교는 여러 가지 사안에서 부딪혔습니다. 그래서 주교는 하는 수 없이 가우디에게 한 권의 책을 권합니다. 교회 건축에서 지켜야 할 예배의식과 양식에 대해 설명되어 있는 ‘교회의례연감’이 그것이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가우디는 성당처럼 규모가 크고 의례가 일어나는 공간에는, 종교적인 제례의식이 다른 모든 활동에 우선하며, 성스러운 성체의 위엄을 유지하기 위해 변하지 않아야 할 영역과,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변화시켜나가야 할 부분이 공존하는 것이 교회 건축임을 깨닫게 됩니다. 나아가 새로운 건축물을 지을 때 건축가가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일은, 건축물에 담길 공간의 기능에 대한 사색과 사용자의 문화를 연구하는 것이라는 성찰을 얻게 됩니다. 이때부터 가우디는 종교 건축물을 설계하기에 앞서, 그 정신과 문화를 연구하는 작업에 깊이 있게 몰두하게 되고, 결국 신앙의 깊이를 더하여 수도자와 같은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아스토르가의 주교관 작업은 가우디에게 많은 성찰을 안겨 주었어. 또한 아픔도 함께 주었지. 열정을 불사르며 주교관 건축에 4년을 매달렸는데, 가우디에게 아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았어. 건축위원회는 이런저런 트집을 잡으며 가우디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지. 열정페이였나 봐. 그때나 지금이나 예술가의 재능을 거저먹으려 드는 작태는 똑같은 것 같아.

 
가우디에게 건축의 새로운 관점을 눈 뜨게 한 주교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자, 가우디는 주교관 공사를 포기하기로 결정합니다. 대신 주교를 위해 비석을 하나 세워 놓고서는 아스토르가를 떠납니다. 몇 년이 지나 가우디에게 다시 와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화가 난 가우디는 설계도를 모두 태워버리고 다시는 아스토르가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우디는 아스토르가의 주교관 건축에서 다른 관점을 수용하면서도, 자신의 작업에 대한 철두철미함을 잃지 않는 모범을 보여주었습니다.

 

가우디가 행한 작업은 모두 지나칠 정도로 까다롭게 진행되었다. 가우디는 대부분의 건축가들처럼, 책상에 앉아 설계를 하고 공사는 인부들에게 맡기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설계 또한 책상에 앉아 하는 것이 아니라, 공사가 진행될 현장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렇기에 가우디의 일터는 당연히 공사장이 되었다. 가우디는 인부 곁을 떠나지 않고 그들이 하는 작업 모두를 직접 감독했는데, 생각한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공사비도 공사 시일도 상관없이 될 때까지 부수고 또 부수는 일을 반복하였다.
 
여기에 하나의 일화가 전해진다. 아스토르가에 있는 「에피스코팔 궁전 Palacio episcopal」을(주교관) 공사하는 과정에서 현관 아치가 약간 앞으로 기울어져 제자리를 잡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 일은 마치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현관 아치는 두 번이나 무너졌고 더 이상의 노력은 이제 의미가 없어 보였지만, 가우디의 노력은 결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알론소 루에고는 당시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시민의 절반이 가우디의 작업 현장에 몰려들었다. 스페인의 건축가들 또한 미묘한 미소를 띤 채, 이 미친 짓이 어떻게 끝이 날지에 대해 주목했다. 발판에 올라선 가우디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돌을 들어 움직일 때마다 두 팔을 번쩍 들었다. 그는 마치 시뻘겋게 타오르는 불꽃같았다. (가우디는 이 미친 짓을 해질 무렵까지 계속했고,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아치는 다시 한번 무너져 내렸고, 가우디는 고집스럽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껍질이 다 벗겨진 가우디의 손이 순간 돌과 하나가 되었고, 그의 맥박은 인부의 맥박과 하나가 되었다. 훗날 이 인부는 자신의 수공 예술을 제대로 알아준 사람은 가우디뿐이었으며, 드디어 현관에 마지막 돌이 놓이고 다시는 움직이지 않게 되었을 때, 가우디와 얼싸안았던 그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다고 회상했다.”
 
_ 김희곤 <스페인은 가우디다> 中

 
고집스러운 집중력과 반드시 해결하고 말겠다는 불굴의 의지. 결과가 성취로 돌아올 때 사람은 성장하게 되어 있습니다. 근육이 단단해지고 의지가 훌쩍 커져 버립니다. 두려움은 사라지고 열정과 사기는 하늘 높이 치솟아 오릅니다. 비록 그에 따르는 보상이 주어지지 않아, 상처를 안고 아스토르가를 떠나왔지만, 가우디는 그 열정을 성가족 성당 건축에 쏟아내며 더욱더 성장해 갔습니다.

한스는 특히 가우디의 작업 방식에 매료되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그가 자신의 건축이 꼭 자신의 대에 완성되지 않아도, 후대를 이어가며, 성숙되고 발전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에 매우 공감이 되었어요. 멋있잖아요. 한 사람의 천재성으로 끝나지 않고, 여러 대에 걸쳐 그 경험과 지식이 전수되며 완성되어 가는 공정 말이에요. 저는 그냥 제가 맡은 부분을 하면 그뿐이죠. 후대에 이를 이어받을 제자들이 남은 공정을 이어받아, 더욱 확장하고 완성도를 높여 갈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지겠어요.”

 

‘나에게 점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슬프게도 내 손으로 「성가족 성당」은 완성시키지 못할 것이다. 내 뒤를 이어 완성시킬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교회는 장엄한 건축물로 탄생하리라. 타라고나 대 성당의 예에서 보았듯이 처음 시작한 사람이 마지막 완성까지 보았다면 그만큼 웅장함을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시대와 함께 유능한 예술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남기고 사라져 갔다. 그렇게 해서 아름다움은 빛을 발한다. 대 제단, 사스토레스가(家)의 작은 교회, 성 테크라 교회에서는 여러 양식이 쓰였음에도 조화롭다. 많은 예술가들이 형태와 양식의 다양함 속에서도 통일성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_ 가우디

 


독실한 크리스챤이자 이상주의자인 한스에게 가우디의 정신은 당연히 매력적이었을 거야. 그런데 솔직히 난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어. 기대가 커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이상적이었다고 할까? 자신의 후예들이 자신의 정신을 이어받아 건축을 완성해 간다는 꿈은.. 글쎄? 실제로 보니 가우디가 건축한 부분과 그 뒤에 이루어진 건축부분이 이질적이더라구. 전체적인 통일성 안에서 발전되고 확장되었다기보다는, 보기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건축물 두 개를 붙여 놓은 듯 보일 정도였어.
 
천재가 자신의 천재성을 보편적으로 여기면 글쎄? 그래서 엄격해 지지. ‘왜 너는 나만큼 하지 못하냐?’ 질타하기도 하고.. 그러나 스승보다 나은 제자가 없듯이. 천재는 그냥 천재로서 존재하는 게 아닐까? 천재들은 계속 태어나고 발현되는 건데. 제자가 자신의 정신과 재능을 승계해야 한다면 그는 이미 스승의 한계에 갇혀 버리는 것일지도 몰라. 물론 ‘청출어람이 청어람’이라는 말도 있긴 하지만, 그것은 스승을 카피하듯 해서는 이룰 수 없을 거야. 자신의 천재성이 드러나도록 스승이 이끌어 주어야 하지. 그러므로 그것은 스승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것이어야 할 거야. 오히려 그런 의미로 보자면 성가족 성당의 건축은 가우디의 세계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드러낸 좋은 건축물이라고 볼 수도 있어. 가우디 사후에 건축된 부분들이 가우디 카피 버전으로 보이지는 않더라구. 이질적으로 느낄 만큼. 차라리 성가족 성당 파크를 만들려고 했으면 어땠을까? 여러 개의 성전이 어우러져 하나의 성전을 이루는 방식으로 말이야. 가족의 의미를 구현하고자 하나의 성전 안에서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현대의 가족은 이미 가우디 시절의 가족의 형태나 의미에서 많이 벗어나 있잖아. 따로 또 같이로 표현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매우 뭘 모르는, 어쭙잖은 생각이 들더군.

 
멀린은 가우디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천재성과 그의 발현에 대해서 묻고 있습니다. 하나의 설계 위에 세워진 부속물로서, 그 설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자신의 틀을 만들어 가야 하는 한계. 가우디의 작업을 이어받은 후계자들은 가우디보다 더 어려운 작업을 해야 했을 것입니다. 오히려 스승을 뛰어넘는 천재성과 성숙함을 요구하는 작업이 되었습니다.

 
천재들은 공동체 안에서 부딪히고 깨지기보다,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그것은 실체가 드러나기까지 이해되거나 소통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동체는 상호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토대를 만들어 갑니다. 고집불통의 장인정신으로는 좀처럼 화목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천재들의 공동체는 오히려 천재성에 매료된, 또는 그 천재성의 부분이 되어버린 추종자들과의 카리스마적 연대로만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천재는 천재 한 명으로 그치고 제자들의 그의 삶을 기록하고 유지할 뿐입니다. 그러나 천재를 키워내는 공동체에서는 스승을 부정하고 심지어 거부함으로써 청출어람 할 수 있습니다. 성숙한 스승은 제자들이 자신을 밟고 성장해 가도록 자신을 내어주기도 합니다.

아쉽게도 멀린은 가우디에게서 욕심이 과했던 천재의 이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천재성에 대해, 자신의 후예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인식하여, 자신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지나친 기대.. 이해합니다. 모든 천재들은 자신이 천재라고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왜 이걸 못하지?’ 의아해 합니다. 그러나 스승의 천재성은 스승의 것입니다. 제자의 천재성은 스스로 발현 되어져야 하는 것이지, 학습을 통해 복사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자신의 천재성을 인식한 스승은 제자들을 자꾸 밀어냅니다. 아니 오히려 결투의 링으로 올려 보냅니다. 스승을 이겨야 거기서부터 수련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박살 난 유리창은 암스테르담에 버려져 있다 | 천재가 꿈꾼 공동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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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천재들은 자신이 천재라고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문장 중에 '잘'이라는 부사가 포함되어 있어 애매하기는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