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시티 프리퀄]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

in stimcity •  2 months ago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

+ Nice, Provence



카미노에서 막달라마리아의 은거 동굴까지, 일종의 성지순례를 마친 멀린과 일행은, 니스의 해변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편안한 디너를 즐깁니다. 피자와 파스타, 리조또에 와인도 한 병 시키고 모처럼 만에 그럴듯한 저녁식사입니다. 휴양지의 레스토랑치고는 음식도 꽤나 맛이 있습니다. 모두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고 있는데 오늘은 유럽 프로축구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있는 날입니다. 일부러 TV 중계를 해주는 레스토랑을 골랐습니다.

 

“지단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레알마드리드가 오늘 이 경기에서 유벤투스한테 이기면 챔피언스리그 2년 연속 우승이에요. 챔피언스리그 사상 최초라구요. 정말 엄청난 대기록인 거예요.”

 
축구팬인 한스와 잭은 흥분하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유럽 축구 클럽들 중 최강자를 가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2년 연속 우승한 팀은 없었습니다.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은 과연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도 명장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요? 그는 레알마드리드의 선수 시절,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시즌(2015-2016) 감독에 부임한지 6개월 만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이번에 우승하면 선수, 감독 통산 3번째이자, 챔피언스리그 최초로 2년 연속 우승이란 엄청난 기록을 달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단은 정말 천재인 것 같아요. 어떻게 레알마드리드 같은 팀을 짧은 시간에 장악하고, 저런 엄청난 업적을 이룰 수가 있죠. 리더십이 장난이 아니에요”
 
“정말 엄청나구나. 지단이 어느새 그렇게 됐지?”

 
열정적인 축구팬이 아닌 멀린의 기억에는 월드컵에서의 지단만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중원의 사령관’으로 불리던 프랑스 축구 대표팀의 주장으로서, 지단의 리더십은 너무도 유명해서 꼭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한번쯤 들어봤을 이름입니다. ‘아트 사커’라고 불리던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지네딘 지단은 축구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찬사를 받는 인물입니다.

 

“선수로 유명했던 스타플레이어가 감독으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그러니까 더 대단하죠.”

 
천재는 자신의 천재성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당연하게 여깁니다. 자신은 그냥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느 경지에 오르려면 피땀 흘리는 노력을 동반해야 하지만, 그 노력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역시 천재성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건 뭐랄까? 어쩌면 천재성의 필수 요소인지도 몰라. 좋아한다고 해서만 되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야. 삶과 불리할 수 없는 일체성 같은 것이 있어. 무의식중에도 집중하게 되는.. 일종의 숙명이랄까? 그래서 나는 게으른 천재는 없다고 생각해. 그건 천재가 아니고 자질이 있을 뿐인 거야. 조용필은 노래방에 가서도 자기 노래만 부른다잖아. 그런 건 그냥 좋아한다, 열심히 노력한다를 넘어선 그냥 노래 그 자체인 거지. 학습하고 배워서 되는 게 아닌 거 같아.

 
염려와 두려움에 천재적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어떠한 안전장치를 보여주고 구축해 주어도 기어코 불안거리를 찾아냅니다. 걱정과의 혼연일체.. 그런 천재성을 우리가 하나쯤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말이죠. 그리고 무의식중에도 그렇게 살아내고 있습니다. 분야를 선택할 수만 있다면 누구나 원하는 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할 텐데,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습관과 환경에 의해 선택 당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꼼수의 천재성’, ‘눈치의 천재성’, ‘복지부동의 천재성’, ‘염려하기의 천재성’, ‘천재적인 이간질’과 ‘천재적인 뒷담화 취재력’, ‘천재적인 부정 인식’과 ‘천재적인 무사안일’로, 자신의 천재성을 발휘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니까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어쨌든 천재성을 발휘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지단은 알제리 이민자의 가정에서 태어났어. 뭐 뻔한 스토리잖아. 가난한 이민자의 자녀가 놀이라고는 축구밖에 없는 환경에서, 죽어라 공만 차고 놀다가 천재성이 발휘되는 이야기. 운동선수치고 부잣집 자손은 드물지. 그렇게까지 노력할 필요가 없을 테니 말이야. 그런데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 있어. 레알마드리드처럼 천재들의 공동체라면 말이야.

 
레알마드리드는 세계 최고의 클럽팀입니다. 특히 이 팀은 ‘갈락티고(은하수)’라고 불리는 스카우트 정책으로 유명한데, 몸값이 제일 비싼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으로 팀을 구성합니다. 그래서 지구방위대라는 별명도 얻게 되었습니다. 세계 최정상의 스타들이 모여있으니 감독은 죽어나갈 겁니다. 누가 말을 듣겠습니까? 덕분에 3년 동안 5명의 감독이 교체된 적도 있습니다. (그중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거스 히딩크도 있습니다.) 물론 성적은 몸값에 비해 형편이 없었습니다.

 


이런 팀을 정상화시키는데 큰 위력을 발휘한 사람은 무리뉴 감독이야. 무리뉴는 부임하자마자 자신에게 전권을 달라고 요구했지. 그리고 그 전권을 활용해서 뭘 했는지 알아? 팀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호르헤 발다노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지네딘 지단을 앉혔어. 그리고 지금은 그가 감독이 되어 드디어 레알마드리드의 전성시대가 펼쳐진 거야.

 
천재가 재능을 발휘하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그냥 하면 되니까요.’ 그러나 선수들을 지휘하는 것은 ‘하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개인전이 아닌, 축구 같은 팀 경기는 전체를 지휘하고 선수들을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천재 혼자서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스타플레이어 하나가 팀 전체의 분위기를 망치는 일이 허다합니다. 팀 경기에서 스타플레이어는 방해가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지단은 이미 본인 스스로가 세계 최고의 스타플레이어였어. 그러니 어쩌면 스타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알고 있었을 거야. 레알마드리드 선수들의 평에 의하면 그는 마치 공기처럼 존재했다는 거야. 일방적으로 지시만 한 것이 아니라 선수들과 함께 움직였다는 거지.

 

‘지단은 우리 플레이에 불만을 표시하거나, 한심해 하거나, 우상으로 군림하지 않았다. 체육복 입고 함께 훈련하며 개개인의 실력을 파악하고, 발전 방향에 대해 의논했다. 마치 공기(air)처럼 항상 우리 곁에 있었다. 2005년 입단 이후 감독들에게 배운 것보다 딱 6개월 지단에게서 배운 것이 더 많다.’
 
_ 레알마드리드 수비수 세르히로 라모스

 
천재들도 배울 것을 가진, 천재들의 천재, 지단의 리더십은 공기 같았다고 선수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공기 같다는 것은 무얼 말하는 걸까요? 그것은 아마도 거부할 수 없는 자연스러움을 말하는 것일 겁니다. 의견이 부딪히거나 반발심이 일어나거나 하는 충돌이 없는, 어느샌가 수용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자연스러움. 그것은 매우 고난이도의 리더십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매우 치밀하면서도 매우 직관적인 자연스러움으로 선수들을 이끄는 것. 그것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황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사람만이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단은 단호함을 잃지 않았어. 세계 최고의 스타플레이어 호날두를 경기 중에 교체해 버린 거야. 호날두는 부상을 제외하고는 레알마드리드에서 선수로 뛴 7년 동안 거의 교체된 적이 없었거든. 그 사실은 뒤집으면 감독들이 호날두를 어쩌지 못해왔다는 말이기도 해.

 
팀에는 다루기 힘든 멤버들이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멤버한테 끌려다니기 시작하면 어차피 팀은 최상의 결과를 낼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를 자신의 리더십 안으로 끌어들이는 힘은 어디서 나오고 그 지혜는 무엇입니까?

 


그건 천재들끼리만 가능한 거야. 천재는 천재를 서로 알아보는 법. 만일 그런 갈등을 겪고 있다면 둘 중 하나는 천재가 아닌 거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그럼 감독은 천재여만 한다는 말인가요?

 

그동안 레알 마드리드 감독들이 실패한 것은 선수단 장악이었다. 세계 최고 선수들과 기싸움을 벌이는 탓에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단은 감독이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알고 그것에만 집중했다. 전술을 짜고, 선수들이 더 발전적으로 운동할 수 있도록 집중했다. 변화가 생기자 콧대 높은 선수들이 따라왔다.
 
_ 가디언, 2016.12.15

 


감독이 해야 할 일이 뭘까? 축구팀의 감독은 축구팀을 감독하면 되는 거야. 스타 선수를 관리하는 것이 감독의 일이 아니라고. 전임 감독들이 실패한 이유는 스타 선수와 기싸움을 해댔기 때문이야. 축구는 팀 경기라고 개인전이 아니라. 스타플레이어 하나가 어쩐다고 이기고 지는 경기가 아니라, 팀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고. 키커가 아무리 골을 많이 넣으면 뭐해. 수비수와 골키퍼가 그보다 더 골을 먹으면 지는 거지. 지단처럼, ‘호날두 나와!’ 할 수 있어야 하는 거야. 지단은 호날두에게 의존되어 있지 않았던 거야. 자신의 천재성을 믿고 경기에 임하는 거지. 호날두의 천재성에 기대어 있지 않은 거야. 그러나 실패한 전임 감독들은 스타 선수들에게 의존되어 있었지. 자신의 천재성을 믿기 보다 스타 선수의 기량에 의존했던 거야. 그리고 그걸 좌지우지해 보려니 기싸움을 벌이지 않을 수 없었겠지. 지단은 그럴 필요가 없었어. 호날두 없이도 얼마든지 승리할 자신이 있었을 테니까. 그러니까 그를 뺄 수 있는 거야. 감독은 바로 ‘나’이니까.

 
자신이 없는 리더는 팀원에게 의존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리더는 착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한스는 팀원들에게 ‘같이 놀기는 좋은데 리더십은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스는 팀원들과의 관계성을 중요시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권위적이게 보이지 않도록 행동하고 팀원들을 배려하였습니다. 그러나 친절한 리더는 힘이 없습니다. 팀 내부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외면하거나,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하기보다 별거 아니라는 듯 방관함으로, 내부 갈등이 멈출 수 없는 지점에까지 이르게 방치했습니다.

 


한스는 팀원이 필요했어. 밴드니까. 그는 솔로 가수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야. 그는 공동체를 하고 싶어 했어. 밴드를 혼자 할 수는 없으니 멤버가 필요한 거지. 그런데 한스는 밴드를 하면서도 실은 솔로 가수처럼 행동했어. 그러니까 감독이 아니라 선수였던 거지. 그것도 다른 멤버들보다는 우월한 스타플레이어. 스타플레이어는 팀의 승리보다 개인의 기록이 더 중요해. 팀의 승패는 감독의 몫이지. 그래서 갈등이 시작되는 거야. 팀의 승리를 목표로 하는 감독과 달리, 개인의 실적이 더 중요한 스타 선수의 입장이, 결정적인 순간에 단독 드리블이나 불필요한 슈팅으로 남발되는 거지.
 
그런데 한스는 자신을 감독에도, 스타 선수에도, 어디에도 명확히 위치시키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아. 선수의 입장이었으면 자기 노래와 자기 앨범 만드는 데만 혈안이 되어있었을 텐데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고, 감독의 입장이었으면 팀워크가 깨어지고 있는 상황이 전개될 때 적극적으로 행동했을 텐데, 때로는 그들과 얽혀서 함께 갈등의 장본인이 되기도 했지. 처음에는 도대체가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그래서 나는 이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어. ‘한스는 그냥 팀원이 필요했을 뿐이다.’ 결과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이렇게 그냥 지지고 볶더라도 팀이 유지만 된다면 나머지는 후대의 사람들이 이어갈 것이다. 가우디를 핑계로 대면서 말이야. 나는 그렇게 사명을 완수하고 천국에 가면 된다.

 
멀린.. 과장이 심하십니다. 한스가 정말 그랬겠습니까?

 


아니 사명감과 자신감이 반비례하는 사람들은 그럴 수 있어. 사명감은 넘치게 부담스러운데 그걸 해낼 자신감은 없는 거야.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일은 벌여 놓고, 그다음에는 외부요인에 의해 그게 깨어지기를 은근히 바라고 심지어 조장하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말이야. 레알 마드리드의 전임 감독들은 그걸 몰랐겠어? 3년 동안 5번이나 감독이 교체되는 과정을 보면서도 모르고 들어갔겠냐고? 그냥 (前) 레알마드리드 감독이라는 프로필이 필요했겠지. 아니면 살짝 의욕에 불탔다 ‘어맛 뜨거라!’ 했을 수도 있고. 말 안 듣는 스타플레이어를 지단처럼 빼고 갈 수 있었어야지.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야. 그랬다간 자신이 결과를 온전히 책임져야 하니까. ‘스타플레이어와의 갈등’이러면 책임이 덜해 보이잖아. 좋은 핑계지. 사실 그런 감독들은 자신의 천재성을 믿지 못하는 거야. 스타선수 없이도 승리할 자신이 없는 거야. 그래서 핑곗거리를 구축하는 거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 거야. 그리고는 ‘아~호날두, 그 자식 땜에 감독 노릇 못하겠네.’라면서 불평을 해대면 언론은 이를 받아쓰고 사람들은 그런 줄 알지. 하지만 이는 감독 스스로 구축해 놓은 실패의 그럴듯한 핑계일 뿐이야. 그 사실은 호날두가 7년 동안 교체된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로 이미 증명되었지.

 
실패를 구축하는 일은 일상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어렵게 취직한 직장에서 업무가 부담스럽자, 온갖 핑곗거리를 대며 퇴사할 이유를 찾아대는 신입사원들을 회사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실적이 부담스러운 사원들은 회사의 강압적인 실적 요구를 부당한 것으로 포장합니다. 입사만 시켜주신다면 목숨까지도 내어줄 듯하던 때를 잊고서 말이죠. 한스는 아내로부터 “그럴 거면 차라리 신학교에 가!”라는 소리를 듣고는 화들짝 놀라서 밴드를 결성했다고 말하였습니다. 다시 음악을 해야겠다고 말이죠. 그런데 자신감이 없습니다. 정말 밴드를 하고 음악을 할 거였으면 팀이 저렇게 되도록 놓아두지 말았어야 합니다. 갈등의 싹이 모락모락 할 때부터 치밀하게 다루었어야 합니다. 그런데 한스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팀을 해체시켰습니다. 그리고 울었습니다. 이로써 자신의 명분은 완성되었습니다.

 

‘나는 어떻게든 팀을 지켜보려고 했어.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었네. 내 책임이 아니라구..’

 


한스는 여행 중에 보니 짜증 날 정도로 정확하고 확실한 걸 좋아하더군. 그런 성격을 가진 한스가 팀을 이렇게 두었다는 건 일부러 방기했다고 밖에 나는 볼 수 없어. (그에게는 차라리 마네킹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물론 어설프게라도 갈등을 봉합하며 팀을 유지해 갈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내가 아닌 다른 멤버들로 인해 팀은 깨어져야 해. 나는 명분만 가져갈 수 있으면 되는 거지.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많아. 여러 갈등의 국면에서 본인이 리더라면 팀 분위기를 해치는 멤버에게 ‘너 나가!’ 하거나 ‘계속 이런 식이면 저는 나가겠습니다’ 할 수 있었어야지. 자신감 없는 리더 한스는 멤버들에게 기대어져 있었어. 착한 리더, 잘 놀아주는 리더라는 마약을 맞으면서 말이야.
 
뱀의 꼬리가 무서워하는 것은 뱀의 머리가 아니야. 뱀의 꼬리는 용의 머리만 두려워하지. 한스는 뱀의 머리가 되려고 했어. 그의 천재성을 보자면, 용의 꼬리에서 시작하여 자신을 증명해나가 마침내 용의 머리가 될 자질이 충분하다고 나는 생각해. 지단처럼 말이야. 하지만 자신감 없는 쫄보 한스는 용의 꼬리가 아닌 뱀들 속으로 들어갔어. 거기서 대장할라구. 그러다 뱀 꼬리들한테 뺨 맞고 쫓겨났지. 뱀 꼬리들은 알아. 뱀의 머리는 자신을 물 수 없다는 걸. 그래서 뱀의 머리를 개무시하지. 그들이 무서워하며 동경하는 건 용의 머리뿐이야.

 
모두들 지단의 레알마드리드 감독행에 대해 우려했습니다. 스타 선수 출신의 명감독이 없다는 통념에서 말입니다. 핑계를 대자면 지단은 그 자리를 좀 더 경험이 필요하다며 만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단은 자신을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은 용의 머리라는 것. 자신은 용들과 함께 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지단은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 가기 전에 2군 팀을 지휘했었어. 그런데 성적이 좋지 않았지. 그때 명확히 깨달았을 거야. 나는 용들의 머리라는 걸 말이야. 누구에게나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필드가 있어.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 그리고 그는 그것을 겸손하게 인정해야 해. 아무나 레알마드리드 감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나 공포의 외인 구단 감독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자신의 필드를 찾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일단 자신의 한계를 먼저 경험해 보아야 합니다. 자신의 한계가 곧 자신의 필드가 될 테니까요. 또한 자신의 필드를 벗어나 그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위로 올라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입니다. 자신에게는 ‘당연’인 것이 그들에게는 ‘당혹’스러운 것일 테니까요. 지단은 2군의 언어를 알지 못합니다. 그의 몸은 ‘천재성’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러니 2군의 선수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도 그들은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용들은 그걸 알아듣습니다. 그리고 용들은 그런 존재를 알아보고 함부로 하지 않습니다. 한스의 멤버들은 아쉽지만 한스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를 그냥 ‘놀기 좋은’ 리더 취급했습니다. 그래서 그와 함께 하는 그 많은 시간 동안, 그에게서 얻어 가야 할 것들을 얻어 가지 못했습니다. 수억을 주고도 배울 수 없는 여러 가지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받을 기회를, 기회로 여기지 않고 흘려보내버렸습니다. 그들은 천재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노력은 천재성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천재였다면 한스를 그렇게 가만 내버려 두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한스에게 매달렸을 테니까요.

 


호날두와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이 군말 없이 지단의 지휘를 따랐던 건, 그들도 알았기 때문이야. 자신들의 꿈을 이루려면 지단 같은 감독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말이야. 개인의 성적뿐만 아니라 챔피언스 리그 사상 첫 2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단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그들도 알았기 때문이야. 그리고 지단은 그것을 결과로 증명해 보였어.

 
결국 레알마드리드는 유벤투스를 꺾고 챔피언스리그 최초의 2년 연속 우승을 성취하였습니다. 이로써 지네딘 지단 감독의 레알마드리드는 2015~2016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이어, 2016 ~ 2017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UEFA 챔피언스리그 동시 석권 및 UEFA 슈퍼컵, FIFA 클럽 월드컵 우승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하였습니다. 그의 부임 이후 레알마드리드는 40경기 연속 무패, 65경기 연속 득점과 2016~2017 시즌 리그 전 경기 득점이라는 비현실적인 기록도 함께 달성하였습니다. 물론 호날두 또한 챔피언스리그 최초 통산 100호 골, 5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득점 왕과 통산 600골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하였습니다.

 


호날두는 인터뷰에서 ‘지단을 위해 우승하고 싶다. 지단이 팀을 이끈다면 레알에서 은퇴하고 싶다.’ 고 말했지. 감독으로서는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세계 최고의 스타플레이어가 자신을 위해 우승하고 싶고 은퇴할 때까지 함께 하고 싶다는 말 말이야. 한스는 여행 중 이렇게 얘기했어. ‘더 이상 돼지 모가지에 진주 목걸이는 걸어주지 않겠어요.’라고 말이야. 그래 잘 생각했다. 돼지에게 필요한 건 사료지 진주 목걸이가 아니야. 하지만 그러려면 너부터 돼지가 아니란 걸 증명해야 할걸. 양손 가득한 진주 목걸이는 덤으로다가..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입니다. 그리고 천재는 결과로 자신을 증명하는 법입니다. 말이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천재들의 공동체를, 지구방위대라 불리는 세계 최고의 축구팀 ‘레알마드리드’에서 보았습니다. 지단이 했으면 한스도 할 수 있습니다. 한스는 천재이기 때문입니다. 천재인 멀린이 알아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한스는 결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가능합니다. 지단이 했고 호날두가 했기 때문입니다. 2군에서 돼지들과 뻘짓거리만 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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