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이즘] 가치전달자 가치수호자

in #stimcity2 years ago



블록체인의 핵심은 투자수익이 아니다. 그건 개인과 개인이 P2P로 연결되는 새로운 화폐 시스템을 목표로 하는 이 체인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그것은 어떤 가치 사슬이다.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는 커뮤니티의 구성원들이 서로의 자산을 연결하여 그 가치를 보존하고 발전시켜 가는 일. 가치수호가 핵심인 연결, 체인인 것이다.



지금은 다들 잿밥, 돈놀이에만 혈안이 되어 있어, 가치 사슬로서의 체인들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루나 체인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탈중앙화된 알고리즘 스테이블? 그것이 가치였으면 뱅크런이 일어났을까? 뱅크런은 손실이 두려워 일어나는 일이니 가치 수호의 역할을 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몇몇의 루나틱들은 그것에 아쉽고 망연자실하더라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으리라. 그렇다면 가치 수호의 의지가 없는 이들이 이 체인에 자신의 자산을 연결시키도록 유혹? 하는 일은 위험한 일이 아닌가?



그런 면에서 NFT는 좀 더 가치 수호에 충실한 듯하다. 아무나 연결되지 못하도록 화이트리스트를 조건으로 달고 어떤 가치를 추구할지도, 백서보다는 한발 나간 결과물을(지루한 원숭이 그림이라 할지라도) 보여주면서 구성원들을 모집하고 있긴 하니까. 물론 그래서 다음은? 하면 할 말이 서로 없다. 그리고 폭탄 돌리기에 당첨되어 어쩔 수 없어 하는 존버를 가치수호라고 부를 수는 없으리라.



버핏 옹은 썰물이 빠져나간 뒤 누가 벌거벗고 수영을 하고 있었는지 드러난다고 했는데, 이제 4년 만에 다시 물이 빠져나가고 있는 이 산업에서 누가 벌거벗고 수영을 하고 있는지는 자신의 지갑을 보고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이들이 있다.



대한민국 스팀고래들을 알아봅시다. / @woo7739



4년 전의 포스팅이다. kr의 고래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2만 SP 이상 보유자가 62계정이다.


20만 이상 : 4계정
20만~10만 : 11계정
10만~5만 : 15계정
5만~2만 : 32계정



현재 kr의 고래 현황을 보자. 포스팅을 작성하는 이 시점 20만 이상 SP 보유자만 45 계정이다. (프로젝트 지갑 계정은 제외했고 자세한 건 여기를 살펴봐라.)



그때와 지금은 시세가 0 하나가 차이가 나니 단순 비교를 할 수는 없다. 4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명단에 남아 있는 계정은 10여 개가 채 되지 않는다. 남은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남아있고 0이 하나 빠져나가는 동안 왜 버티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0이 하나 빠져나가도록 몰락? 하는 체인에 새로 진입하거나 더 많은 자산을 연결해 가고 있는 신규 진입자들은 어떤 가치를 수호하려는 걸까? 오를까 봐? 언젠가는 다시 0이 하나 붙어줄 거니까?



물린 걸 만회하려거나 값싸진 스팀을 구매하는 것이 효율적인 투자가 되어줄 거라는 믿음만으로는 가치 수호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체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가능성은 모두 제각각 판단하고 있겠지. 그러나 반드시 공통의 가치가 아니어도, 저마다의 가치여도 좋다. 무엇이든 이곳에 계속 남게 하는 가치를 발생시키는 곳이라면 그곳에는 남아야 할 이유가 분명히 있는 것일 테니까.



이 산업의 사슬에 주기적으로 술래가 찾아들어 연결을 끊어놓고 있다. 그때마다 다시 연결하고 다시 붙들고 연속성을 이어가는 사슬은 더욱 단단해지고 의미가 생겨날 것이다.



사람은 단순히 경제적 욕망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경제적 욕망을 간과하고 형이상학적 이상만 추구하는 것도 편협하지만, 사람의 선택이 오로지 경제적 손익만으로 작동한다고 보는 시각 역시 편협하다. 그래서 루나의 알고리즘 스테이블은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돈이 안 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자신의 전 재산을 들여 독립운동에 헌금하기도 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상상할 수 없는 거액의 자금을 투자하기도 한다. 나물 팔아 평생 모은 돈을 대학에 기부하는 할머니도 있고 아무도 모르게 익명으로 매년 동사무소에 거금을 기부하는 누군가들도 있다. 지켜내고 싶은 공동체의 가치가 있다면, 심지어 나는 죽어도 다른 인류가 그 가치를 존속시키는 일에 보탬이 된다면, 기꺼이 소중한 것들을 내어놓고 희생하며 이어가는 것이 인류의 보편이다. 욕망이다.



그것에 모여들었다. 돈놀이가 되겠다 싶어 모여든 파리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토시가 논문을 내어놓은 2009년으로부터 13년이 흐르도록 온갖 흥망성쇠를 겪으면서도 이 시스템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이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가치를 수호하려는 이들이 계속 버텨내고 있기 때문이다. 탈중앙화는 개뿔, 비아냥대고 자조해도 그것이 필요하다, 지금의 중앙 권력을 뒤집어엎지 않고서야 인류공동체가 건강한 진화를 이어가겠는가 생각하는 이들이 목숨보다 귀한 돈을 군자금으로 들이붓고 있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산을 넘고 오지로 들어간 선교사들의 헌신과 희생이 이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호되고 확장되어 왔던 것처럼, 크립토 세계의 홀더들의 도전과 모험이 결국 이 시스템을 세상에 정착시킬 때까지 다양한 희생과 헌신이 계속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현장에 있다.



그러므로 어떤 커뮤니티와 함께 할 것인가, 나는 어떤 가치를 후세에 전달하고 수호할 것인가 라는 철학 없이, 시세에 따라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고 있다면 '참 잘하는 짓이다.' 멍청한 투자자들의 탕진 덕에 세상의 모든 벤처가 한발 두발 나아가기 마련이니까.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낭패감에 쩔은 투자를 손절하려거든, 그럼에도 이 바닥을 떠날 수는 없겠거든, 어떤 가치를 수호하고 싶은지 고민해 보렴. 후배들에게 후손들에게 자녀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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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생각에 가치를 부여하겠다는 스팀잇



몇백 프로, 몇천 프로의 수익으로 '졸업'한 현장으로, 다시 그것을 들고 뛰어들 만큼 여기는 매력적인가? 이곳이 내세우는 가치는 그대의 자산을 모두 녹여낼 만큼 소중한 것인가? 그것도 아닌데 소중한 그대의 자산을 도박하듯 넣었다 뺐다 하고 있지는 않은가? 없다면, 지켜야 할 가치가 보이지 않는다면 더 머물 이유는 없다. 그리고 가치를 주장하라. 뭔가를 느끼고 있다면 이 사슬이 더 존속되어야 할 이유를 스스로 만들고 설파하라. 모르겠으면 찾아보고 아무도 하지 않으면 내가 하면 된다.



살아남아라. 4년 뒤에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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