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검사 時歷檢査] 그날, 그곳, 그 선택
사람들은 선택이 중요하다 말하면서도 노력만 탓한다. 노력이 부족했다, 최선을 다하면 된다 말하면서 선택의 책임에 대해서는 최대한 회피하려 든다. 그것은 너무나 가볍기 때문이다. 실패의 책임이 오롯이 나에게만 남기 때문이다. 선택의 책임을 물으면 시스템의 오류, 구조적 모순, 권력의 횡포로 도망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을 믿지 않으며 누군가의 뒤로 숨는다. 그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믿고 자신을 세뇌시키며 최대한 선택으로부터 벗어나려 든다. 하다못해 점심 메뉴를 선택하는 순간에도 말이다. 회피하는 사람들은 고작 '누가 이거 시켰어?'라는 작은 책망조차 두렵다. 그래서 대신 내주는 것은 나의 모든 것이다. 타인의 선택에 나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 그것으로 양산된 피해를 선뜻 뒤집어쓴 채, 어서 빨리 피해자 모드로 진입하지 못해 안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