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없는 그림책] 나는 너의 시간여행자

in #stimcity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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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여행자.
천둥치는 밤하늘이 무서워
이불을 뒤집어쓰던 너의 어린 날에
머리맡에 앉아
나는 네게 말했다.

 
아가야 무서워 말렴.
이 밤이 지나고 동이 터 오르면
천둥도 번개도 가고
따스한 햇살이 너를 맞이할 거야.

 
나는 시간여행자.
첫사랑에 가슴 아파하던
너의 꽃 같은 시절에
나는 네가 기대어 울던
나무 뒤에 서서 말했다.

 
소녀야 포기하지 말아라.
사랑은 그렇게 영원히 떠나갈 것 같지만
어느새 무럭무럭 자라
너의 아이들과 함께
네 곁에 영원히 머물게 된단다.

 
나는 시간여행자.
꿈 앞에 좌절하던
너의 질풍 같던 시절에
나는 너의 부르르 떠는
주먹을 감싸 안으며 말했다.

 
청년아 이 날을 기억하라.
너의 꿈 이루어지는 그날
뜨거운 눈물과 함께 떠올리게 될
영광의 순간이란다.

 
나는 시간여행자.
너의 첫 입맞춤하던 그 순간.
너의 첫 출근하던 그 날.
너의 결혼식장에서.
너의 아가가 태어나던 그 곳에서.
늘 지켜보고 서서
흐뭇하게 웃음 짓던 너의 수호천사.

 
네가 배고프고 서럽던 그 날.
네가 모멸감에 치를 떨던 그 밤.
네가 외로움에 지쳐 잠들던 그 방.
네가 아파하며 죽기를 갈구하던
그 날, 그 곳, 그 순간에도
말없이 뒤에서 너를 감싸 안던
알지 못할 따스한 기운.

 
생의 모든 날을 마치고
지는 해를 바라보며
좋았던 날들이라고
잊지 못할 날들이라고
추억에 젖어 지난날을 뒤돌아보는 네게
생은 다시 시작될 거라고
당신은 다시 태어날 거라고
조그맣게 속삭이던 작은 아기천사.

 
너는 그 날, 그 곳에서 나를 발견하고
다음 생에도 함께 해달라고
웃으며, 미소를 지으며
내게 부탁했었지.

 
나는 너의 시간여행자.






[2009.06.21_江陵_빈센트]


[그림 없는 그림책]
마더 Mother
끝이 온다
상황은 장악하는 것이고 사람은 사랑하는 것이다
기적은
20170308
그 손이
한 사람이 걸어간다

[INTRO]
마법사입니다. 그렇다구요.
마법의 열차는 불시 도착, 정시 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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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시간여행자...

신기한 것이 인생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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