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이즘] 0416 그리고 Start in Motion

in #stimcity3 years ago (edited)



아이는 꿈에 부풀어 있다. 자신이 선택한 무대에 들어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춘기의 설레임이 더해졌다. 이것이 청춘과 젊음, 소년과 소녀의 모든 것 아닌가. 그리고 하필이면 봄이다.



7년 전의 그 봄에 마법사는 탈진해 있었다. 병상에 누워 소식을 듣고는 상할 마음조차 남아 있지 않았었다. 하지만 다짐 같은 걸 정말 했는데 가만 있지 않겠다고, 더이상은.


어른 없는 사회는
부모 없는 고아들의 설움에 애달파하고
스승 없는 제자들의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이렇게 쓰고
이렇게 기도했다.


성모승천대축일에 아기 메시야를 낳고 그 아들을 세상에 내어주신 대지의 어머니에게 간청합니다.

이 땅에 어른들을 나리어 달라고..
이 땅의 아이들이 어른으로 자랄 수 있게 해 달라고..

_ 어른 없는 사회의 슬픔 <개새끼 소년> M.멀린



그리고 병상을 박차고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걷고 또 걸었다. 미래로 가면 아이들을 만날까, 어른들을 만날까, 동쪽으로 동쪽으로 계속 걸었다. 그리고 걷고 걸은 끝에 마침내 [스팀시티]를 만났다.



[스팀시티]는 마법사에게 말했다. '[스팀시티]는 Start in Motion 시티입니다. 움직이는 이들의 도시입니다.' 그렇다. [스팀시티]는 움직이는 이들의 도시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잊지 않겠다 했고 세상이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고 한 것을 하기로 한 것이다. Start in Motion, 가만히 있지 말고 Start in Motion.



가만히 있지 않기 위해 우리는 걸었다. 대륙으로 대양으로. 그 여정에서 움직이는 이들, 이제 움직임을 시작한 이들을 만나 함께 꿈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것은 아마도 그 봄의 아이들이 꾸었을 그 꿈. 글을 쓰고, 노래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함께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 그것을 해가기로 했고 그것을 해나가고 있다.



걷는 여정에서 우리는 봄의 아이 춘자를 발견했고 춘자에는 그 봄의 아이들의 꿈과 소망이 담겨 있다. 그것은 움직이는 것이다.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다. 움직이는 꿈과 움직이는 자본이 만나 움직이는 지구 위를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배를 타고 대양을 건너 이상한 나라 속으로 용기 있게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새로운 우주가 이곳으로 쏟아져 들어오도록. 아이가 어른으로 자라나는 이상한 세상이 펼쳐지도록.



그리고 3년이 흘렀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힘껏 바위를 들이받고 있다.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지만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 봄의 아이들은 어른들의 손을 붙들지 못했으나 우리는 춘자와 함께 모두 손을 맞잡고 있다. 단단하게 견고하게.



어제로 [스팀시티]의 <위즈덤 러너> 61명의 Human Library 작업을 마쳤다. 7년 뒤의 4월 16일에 말이다. 이것은 이미 연결된 운명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우리는 그냥 만난 것이 아니다. 7년 전의 봄을 기억하는 우리는 움직임을 멈출 수 없다. 그것은 그들이 못다 피운 그 꿈을 계속 우주에 기록해 가는 일이다. 현실로 가져 오는 일이다. 공동체의 무의식에 남긴 슬픔과 설움을 어루만지는 일이다.



너의 꿈을 읽었다. 그러니 우리는 함께 해나가면 된다. 움직이는 도시 [스팀시티]에서. 우리는 봄의 아이들과 함께 걸어가자. 언제까지 멈춰있을 셈인가? 하늘이 이렇게 푸른데.



flower.png



불어라 봄바람
피어라 이화야.
길고 긴 날을
고대하고 기다렸다.

폭풍 한설을 견뎌낸
이화는 꽃을 피우는가.
드디어 피우는가.

널 맞으러
맨발로 뛰어간
흙길마다
뽀얗게 먼지가 일어나고,
감격에 겨워
달리며 흘린 눈물은
내리는 봄비와 뒤섞여
거친 뺨을 적시었다.

피어라 이화야.
반가워 반가워
널 꼭 끌어안고
거친 뺨으로 부벼도
기다리고 기다린 세월이
서러워 청승맞게
눈물 뚝뚝 흘려도

피어라 피어라.
불어라 불어라.
바람 타고 구름 타고
너를 안고 너를 들고
덩실덩실 춤을 추게나.
으쓱으쓱 흥을 내게나.

고마워라 고마워.
피어주니 고마워.

불어라 봄바람
피어라 이화야.
지고 지더라도
피고 피어나라.

기다리는 아비마음 알거든
외면치 못하리.
주저앉지 못하리.

하늘 한 번 올려다보고
한숨 한 번 지우고,
바람 한 번 맞아보고
슬픔 한 번 실어보고

그렇게 기다린 세월 따라
나는 가고 너는 오는구나.
나는 지고 너는 피는구나.

피어라 이화야 봄이 아니더냐.
피어라 이화야 내가 아니더냐.
피어라 이화야 피어라 피어나라.



_ 2009. 04 <그림 없는 그림책> 빈센트







[코인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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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껏 바위를 들이받고 있다... 과연 내가 정말 힘껏 들이받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는 때가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예전에는 자신했었는데 지금은 자신이 없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ㅎㅎㅎ
꽃이 너무 예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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