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ic Catch] 안심의 방식

in #stimcity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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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 Jean Pied de Port, France




하루키 : 저는 일련의 옴진리교 사건도 그렇고, 혹은 고베의 소년A 사건만 하더라도 사회가 그에 대해 드러낸 일종의 분노 속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했던 생각인데. 인간이란 자기라는 시스템 안에 늘 악한 부분 같은 걸 품고 살아간다는 거예요.

하야오 : 바로 그겁니다.

하루키 : 그러다 누군가가 어떤 계기로 악의 뚜껑을 확 열어버리면, 거울을 보듯 자기 안에 있는 악과 대면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세간 사람들이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화를 낸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예를 들면 소년A의 사진을 잡지에 싣느냐 마느냐로 심한 말을 퍼부어가며 큰 싸움을 합니다. 제가 보기에 그건 본질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그보다 더 심각하게 토의해야 할, 훨씬 큰 문제가 반드시 있을 겁니다. 그런데 얘기는 점점 그쪽으로 흘러가서 감정적인 분노의 발로로 이어져 버리죠. 혹은 옴진리교 실행범의 부모가 뭇매를 맞기도 합니다. 그것은 복수심에 가까운 것처럼 느껴집니다. 여하튼 벌을 주고 보자는.

하야오 : 사람들은 자기에게 실제로 해를 끼치지 않는 누군가를 벌하는 걸 매우 좋아합니다. 자기 일이라고 치면 큰일이니까요. 그래서 '저런 나쁜 놈은 사진이든 뭐든 다 공개해'라고 말하면서 다들 안심하는 겁니다.



_ 약속된 장소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二天十六年 九月二十一日




Unit 035.
Photo by @kyotob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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