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last month

해가 짧아졌다
강아지풀 꼬리만큼

복면을 한 어스름은 도둑이 되어
신축아파트의 가스관을 타고 내려온다

빈 논배미에 우두커니 서있는 새는
먹이를 찾아야 했을까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잊었을까

자벌레가 온 몸을 접었다 펴면서
남은 가을의 길이를 재는데
사과처럼 빨갛게 익은 해가
뉴턴의 말처럼 툭 떨어진다

하얀 무궁화 몇이
어둠속으로 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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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무렵/ 곽효환

시집 속으로
그림자는 조금씩 길어지고
그리움은 조금씩 짙어지는
더 이상 낮은 아니고 아직 밤도 아닌
사이의 시간
골목 가득 재잘거리던 아이들 소리 잦아들고
새들도 일제히 솟구쳐 하늘 높이 날았다가
다시금 제 자리를 찾아 내려앉는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돌아오는 시간
너는 멀리 말이 없고 나는
그 시간과 거리를 헤아린다
인적 끊긴 비포장도로에 붉은빛 비껴들고
털털거리며 떠난 것들이 남긴 뽀얀 먼지 속에
키 큰 느티나무 한 그루 우두커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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