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6 hours ago

새들이 날아간 자리
바람이 갈라진 길을 여미고 있습니다

홀로 있어도 쓸쓸하지 않은 밤
내 안의 나를 밀어내고
가까워지는 발소리가 있었습니다

백발이 되어서야 속얘기를 털어놓던 할미꽃처럼
달리는 열차의 불빛이 보낸
연착이라는 뒤늦은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풀잎처럼 일어서는 언약들이
맨발의 이사도라의 선율을 타고 밀려와
구절초 향기로 울먹이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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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저녁/ 박제영

바람이 지나간 후에도 시누대가 저리 흔들립니다
새가 날아간 후에도 댓잎이 저리 흐느낍니다
내 생애 전부를 흔든 사람
내 생애 전부를 울린 사람
대숲 사이로 옛사랑이 옛 문장이 스미어
붉은 노을로 번지는 그런 저녁이 있습니다

모처럼의 산책이라 시 한 수 읊은 것인데
그 사람이 누구냐고 도대체 옛사랑이 누구냐고
그 사람이 자기인 줄도 모르고
옛사랑이 자기인 줄도 모르고
노을 사이로 당신의 얼굴이 노을처럼 붉어지는
붉어도 좋은 그런 저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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