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47.

in #steemzzang13 hours ago

image.png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멀리 구릉진 곳에 회갈색 수노루 한 마리가 뒤어가는 것을 볼 수 있고 잎 덜어진 백양나무는 연방 마차 창밖에서 달아난다.

옥이네와 서희 사이에 줄이 그어진다. 되풀이 줄이 그어진다. 무엇 때문이지 분명하지 않은 줄이 심장을 가로지르면은 냉정해지려는 노력을 어처구니없이 뒤엎어버리곤 한다.

노한 길상의 눈을 똑바로, 쇳덩이같이 받아내는 서희의 눈빛는 아까 그 서러움이 아니었다. 증오와 원망과 용서하지 않겠다는, 목숨을 내어건 그런 치열한 눈빛이다.

-토지 2부 제2편 꿈속의 귀마동 12장 회령 나들이 중에서-

Sort: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Coin Marketplace

STEEM 0.04
TRX 0.32
JST 0.084
BTC 63806.73
ETH 1725.77
USDT 1.00
SBD 0.42